의외로 남에게 관심이 없다.

by 루테씨

2021.7.20

에어팟의 노예가 되었음을 인정한 날�


어제 한쪽만 들리다가 중간에 꺼져버렸던 나의 에어팟...

하루종일 충전하고 이제 됐겠지! 하고 귀에 꽂고 집을 나섰다. 공원을 향하며 블루투스 연결을 시도했다. 하지만 내 기대와 달리 어제처럼 왼쪽 귀에서만 음악이 들렸다. 오 마이 갓... 진짜 고장 난 건가... 좌절하며 인터넷에 에어팟 한쪽 안 들림 현상에 대해 검색해보았다. 초기화해서 다시 연결을 해보랜다. 초기화하려면 에어팟 케이스가 있어야 하고 케이스는 집에 있고 나는 이미 나왔는데... 짧은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아침 이 시간 아니면 운동할 시간이 없는데... 나는 과연 아무것도 듣지 않고 45분을 운동을 할 수 있을까...? 집에 다녀올까? 집에 다녀온다고 에어팟이 다시 제대로 작동할 거라는 확신도 없는데?' 에어팟의 부재로 인해 오늘 운동을 포기할 뻔 했다.



하지만 스스로가 기특하게도 오늘의 운동을 해냈다. 왜 운동복에는 주머니가 없는 것인가... 45분 동안 한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들리지 않는 에어팟을 쥐고 운동을 했다. 행여나 손에 땀이 너무 많이 나면 에어팟을 진짜 못 쓰게 될까 봐 양손 번갈아 쥐는 수고까지 감수했다. 어쩔 수 없이 에어팟님의 노예가 되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열린 귀로 자연의 소리와 동네 어르신분들의 수다를 들으며 10분 정도 운동을 하니 중간중간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이어폰 없이 그냥 음악을 틀고 운동하시는 어르신들의 폰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에라 모르겠다. 이어폰을 빼고 그 대열에 합류했다. 어르신들의 노랫가락 속에 내 스타일의 일렉트로닉 음악과 영어가이드를 섞었다. 모두가 주목하지 않을까 했던 걱정과 달리 의외로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그냥 이렇게 듣는 게 사실 귀건강에도 좋은데 에어팟 끼지 말고 그냥 앞으로도 이렇게 들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오늘은 어제 듣다가 끊긴 First Long Run가이드를 들었다. Long Run을 해야 하는 이유는 어제 들은 2가지가 전부였고 다른 이야기들이 나왔다. 나머지 이유는 Next Long Run에서 알려준덴다. 그 내용이 궁금해서라도 내일은 운동을 꼭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오늘 들은 내용 중 기억에 남는 내용은 도망치지 말자!라는 것! 나의 달리기와 건강은 내 것이라는 것!


Don't run away from the run.

Run with the run.

You own your fitness.


3바퀴 달리고 2바퀴 걷고를 반복하는 루틴으로 3세트를 달렸다. 그리고 2바퀴 달리고 1바퀴 걷고의 루틴으로 2세트정도하고 나니 지치기 시작했다. 집을 향해서 걸어왔는데 도착하니 어플에 기록된 운동시간은 겨우 43분. 내 목표는 45분인데... 시간을 채우기 위해 집 앞 주차장을 뱅글뱅글 돌았다. 마지막 그 2분이 참 길었지만 러닝가이드 속 코치가 I'm proud of you running today.라고 말했 듯 오늘도 운동을 해낸 내가 자랑스럽다! 자랑스러워할 거다. 빠르든 느리든 어쨌든 건강해지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으니까!



집에 도착하자마자 샤워하고 에어팟 초기화해서 다시 폰으로 연결했다. 다시 들린다! 양쪽 다 들린다!

참...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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