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새로운 소통을 원한다.
"선생님, 저희랑 게임하면 안 될까요?"
미술 선생님으로 일한 지 어느덧 8년 6개월. 어림잡아 수천 명의 아이들과 수업을 진행했다. 그중 4년 이상 봐오면서 친해진 아이들이 있다. 원래는 초등학교 6학년까지만 다니는 학원이지만 선생님과 계속 수업하고 싶다며 중학생이 되어도 다니는 친구들이다. 덩치도 산만해서 선생님을 업을 수 있는(!) 남학생들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나에게 꾸준히 게임을 하자고 조르기 시작했다.
사실 학원 선생님 입장에서는 몇 가지 골치 아픈 점이 있다. 수업 외적인 만남으로 선생님의 다른 모습이 노출될 수도 있고 학원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일적인 측면으로 보면 추가 근무로 다가올 수 있다. 아이들과 수업 후 피곤한 몸으로 퇴근 후에 또 아이들과 게임을 한다는 건 새로운 일거리로 느껴진다면 그것도 괴로운 일일 것이다.
학부모님과는 충분한 신뢰가 쌓여 있어서 오히려 환영(?)을 받았다.
"선생님이 같이 게임만 해주시기만 해도 너무나 감사하죠! 잘 부탁드립니다"
두 번째로 아이들과 게임을 일이 아니라 자기 계발로 삼기로 했다. 게임은 원래부터 잘하지 않았다. 나이를 먹으면서 '삶'이라는 난도 높은 게임을 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버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안에 수업을 하면서 확신한 한 가지 법칙이 있었다.
'아이들은 미래 먹거리를 알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웹툰 시장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가 어릴 적 봤던 만화 잡지들을 생각해보자. 어머니는 항상 만화만 보던 나를 혼내고 급기야 만화책을 찢어버리셨다. 그 당시 만화는 누가 봐도 해로운 매체였고 미래를 망치는 주범이라 생각했다. 지금 와서는 웹툰 시장은 세계를 넘볼 정도로 성장했고 엄청난 고소득 작가들이 탄생했다. 관련 산업으로 인해 수많은 일자리가 생긴 건 당연하다.
최근의 예시로 틱톡이 있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초등학생, 소위 잼민이 들 만의 도구였다. 한 아이가 반 강제로(?) 내 폰에 틱톡을 깔아주었다. 그때만 해도 너무나 자극적이고 시끄러운 음악들 때문에 몇 번 실행하고 말았다. 지금 와서는 틱톡이 미국에서 인스타와 페이스북을 제치고 가장 많이 사용하는 SNS 도구가 되었다. 지난 21년 BBC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10억 명이 사용하고 구글보다 더 많은 검색을 했다고 한다. 만약 그때부터 틱톡을 꾸준히 해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감이 밀려왔다. 결국 이런 결론을 내렸다.
아이들이야 말로 미래 먹거리를 귀신같이 찾아낸다.
아이들은 자기에게 좋은 영양가 있고 도움 되는 것들을 잘 찾아낸다.
이런 아이들의 민감한 후각(?)에 편승해 미래 먹거리를 찾아보자.
이러한 자기 계발이라는 합리적인 이유를 스스로에게 새기고 나서야 피곤한 몸을 이끌고 퇴근 후에 아이들과 로블록스 게임을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아이들과 추가 수당 없는(?) 게임을 해오고 있다. 그 게임은 로블록스이다. 아마도 많은 부모님들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굳이 자녀가 없거나 게임을 하지 않는 성인이라도 메타버스라는 단어와 함께 항상 예시로 듣는 단어가 바로 로블록스일 것이다. 지금도 메타버스에 관한 논란이 있지만 미래의 주역이라는 것에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로블록스 그 자체는 게임이 아니다. 정확히는 플랫폼이다. 게임판 유튜브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유튜브를 동영상이라고 하지 않듯이 로블록스도 게임이라 하지 않는다. 유튜브에 너도 나도 영상을 찍어 올리듯이 로블록스에 아이들은 저마다 자기가 만든 게임을 올린다. 좀 더 비유를 하자면 디지털 놀이터라고 생각하면 된다.
놀이터에는 다양한 기구들이 있다. 기존 놀이터는 미끄럼틀이나 시소, 회전그네 등 누군가 만든 것으로 고정되어 있다면 로블록스라는 놀이터에서는 사람을 날릴 수 있는 거대한 시소를 만들거나 미끄럼틀과 회전그네를 합쳐서 회전 미끄럼틀 그네를 만들어 타고 놀 수 있다.
놀라운 건 웬만한 게임은 굉장히 초보적인 컴퓨터 실력에서도 만들 수 있다. 유튜브에서 아이들이 키네마스터로 어설프게 편집해서 올리는 영상처럼 아이들이 스튜디오로 어설프지만 실제로 구동 가능한 게임들을 만들어 올린다.
내 게이밍 노트북을 빌려주면 로블록스를 해본 아이들은 대부분 한 시간도 안돼서 점프 맵이나 FPS류 게임을 만들어 버린다. 심지어 어떤 아이는 수익 창출익 가능한 유료 아이템도 판매하기도 한다. 코딩의 코자도 모른다 해도 아이들은 쉽게 게임을 만든다.
처음 로블록스 체험담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는 데 수많은 부모님들(특히 아버지분들)이 감사의 댓글을 달았다. 아이들과 로블록스를 하기 전까지는 이 게임이 전 세계 20억 명의 초등학생들이 한다는 사실도 몰랐다. 그저 레고 아류의 게임인 줄만 알았지 그렇게 많은 아이들의 스마트폰에 설치되어 있는 줄도 몰랐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참 골치 아픈 존재라 한다. 못하게 하면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소외되고 허락하면 게임 중독자가 될 것 같은 걱정이 든다고 했다. 그래서 한 번은 해보고 싶지만 생각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볼라 포기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직접 아이들과 여행해보고 괜찮은 여행지를 하나씩 추천해주자 부모님들은 너무나 큰 감사를 내게 보냈다. 아이들과 직접 게임을 해보면서 소통도 하고 억지로 '놀아주기'가 아니라 '함께 놀 수 '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렇게 하나의 책으로 몇 가지 추천하는 여행지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