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게임을 좋아하는 아버지와 아들을 위한 여행지
"그래... 한번 해보자"
이렇게 말하는 순간 한창 사춘기라 부모님과 말도 잘 안 한다는 아이들은 엄청난 환호성을 질렀다. 퇴근하자 바로 정체불명의 카톡방에 초대되었다.
이렇게 아이들 손에 이끌려 로블록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초반에는 두 명의 친구들과 함께 시작했다. 둘 다 우리 반 아이들이었고 퇴근 후 밤 10시 30분이라는 늦은 시간에도 아이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카톡방을 만들고 게임을 설치하자마자 단체 보이스톡이 걸려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환호성이 들렸다. 정말 선생님과 놀고 싶었나 보다.
"나 정말 아무것도 몰라. 그래도 괜찮겠어? 괜히 너네들만 귀찮아지는 거 아니야??"
"제가 다 알려드릴게요. 무조건 저만 믿고 따라오세요"
사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중학생이면 이제 친구들끼리 대화하고 어른들은 한창 잔소리꾼에 꼰대로 볼 것만 같은 사춘기 시기에 왜 아이들은 나와 놀고 싶어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것도 프로게이머처럼 게임을 잘하고 이끌만한 리더십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이들과 제일 먼저 한 게임은 바로 '남겨진 이들'이다.
링크 : https://www.roblox.com/games/488667523/Those-Who-Remain#!/about
자세한 설명(나무 위키) : https://namu.wiki/w/Those%20Who%20Remain#s-2
간단히 설명하면 좀비로부터 플레이어들이 한 팀이 되어서 살아남는 게임이다. 처음 했을 때 '이게 정말 무료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높은 완성도와 재미에 놀랬다.
게임 한판에 3~4분 제한시간이 걸리고 한판을 웨이브(wave)라고 한다.
1 웨이브는 정말 쉽다. 이때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지형을 외워두거나 유용한 아이템 위치를 외워 놓으면 나중에 생존에 유리하다.
첫 시작화면. 갑자기 쿵! 하는 심각한 배경음이 들리는데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픽도 수준급이고 무엇보다 좀비 소리가 실감 난다. 서바이벌, 디펜스류 좋아하는 분들은 충분히 재미있게 할 수 있다. 좀비 떼를 사냥하러 잠시 나간듯한 로비 화면에서 대기하면 된다. 위에는 현재 플레이어들이 진행 중인 웨이브가 나온다. 만약 자신이 뉴비인데 웨이브가 8~9 정도 된다면... 조용히 퇴장하면 된다. 웨이브가 높을수록 더 강력한 좀비들과 엄청난 수의 좀비들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좀비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초반에는 너무나 여유롭다. 웨이브 레벨이 올라갈수록 나타나는 좀비수가 많고 나중에 웨이브 8까지 가면 누굴 챙겨줄 여유도 없다. 이때부터는 보이스톡이 조용해진다. 서로 좀비를 없애는데 엄청나게 집중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실력도 없는 나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엄청난 좀비 떼를 보고 아이들도 당연히 "선생님 살려주세요 ㅜㅜ"라고 할 줄 알았지만....
“선생님 제가 뒤 봐드릴게요”
라고 하면서 아이들이 나를 지켜주기 시작했다. 게임 뉴비인 나는 간신히 버티는 상황이고 이미 그 게임에 고인물인 아이들은 어리버리한 선생님을 지켜줄 만한 여유와 능력이 있었다. 죽고 나면 로비에서 살아남은 플레이어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장렬하게 싸우다 먼저 죽고 선생님은 비굴하게 도망 다니면 그때는 아이들이
"선생님 뒤에 2명 따라붙었어요. 바로 뒤돌아 쏘고 바로 이동!"
"왼쪽에서 한 마리 더 접근 중!"
마치 전쟁터에서 한 명 남은 병사를 구출하기 위한 처절한 무전을 보내는 것처럼 아이들은 나를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제한 시간만 버티면 살아남는다) 비장한 목소리가 가슴까지 전해져 왔다.
하지만 결국...
한동안 이 게임을 잘하려고 주말에도 접속해서 하곤 했다. 이때 로블록스에는 상대방에 온라인에 접속하면 따로 프로필에 접속 중이라는 표시가 뜬다. 그리고 게임 중이면 어떤 게임을 하는지, 어떤 서버에 있는지도 나온다. 그래서 홀로 게임을 하다가도 어느 순간 귀신같이 아이들이 와서 지원사격(?) 하는 경우도 있었다.
선생님, 아직도 그 총 써요? 차라리 돈 주고 지르세요!!
이미 아이들은 수많은 플레이와 현질(?)로 월등한 무기를 구입했다. 아이들은 내게 어떤 총이 얼마나 강하고 단점이 무엇인지 세밀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이 정도면 군사 전문가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총과 기타 무기에 대한 지식이 해박했다.
이 게임은 아버지와 아들이 하기에 정말 좋은 게임이라 생각한다. 일단 부자가 군대와 무기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나 관심이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잘하는 아들이 아버지를 지켜줄 수 있다는 재미있는 구도도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아버지가 아들을 지켜주며 함께 전장에서 살아남는다면 그것 나름대로 재미있는 추억이 될 것이다.
장점이자 단점은 높은 그래픽 완성도와 실감 나는 좀비 목소리다. 너무 저 연령인 아이들에게는 무섭게 들릴 수 있다. 단순히 "으.... 어..." 이런 목소리가 아니라 벌레를 밟는 소리나 괴상한 비명 소리 등 다양한 효과음이 있어 실감 나는 좀비들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간다. 웨이브 1부터 8까지 가면 3~40분은 그냥 흘러가 있다.
이렇게 첫 게임은 아이들의 전적인 도움으로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렇게 게임을 못하는 선생님과 그래도 아이들은 게임을 하고 싶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현실은 반대였다. 아이들은 오히려 모자란 나를 돕는 것에 기쁨을 느꼈다. 세세하게 무기를 챙겨주고 지뢰를 어떻게 설치하는지 알려주고 내 체력이 떨어지면 자신이 직접 방패가 되면서까지 나를 지키려 했다.
게임 속 세계에서는 보호자와 아이가 반대로 된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자신이 보호자가 된 것에 오히려 더 큰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때론 답답하다며 훈수를 두지만 기본적으로 자신보다 약한 자를 돕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힘들 것이다. 주변에서 어른들은 계속 아이라 무엇이든 제한하려 하고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보호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블록스에서는 반대가 된다. 그래서 아버지와 아들이 할 때 아들이 아버지를 지켜주는 구도가 된다면 그것도 참 재미있는 추억일 거라 생각한다.
아이들도 나름대로 자신의 힘으로 변화를 만들어 내고 싶어 한다. 아직 세상이 자기보다 큰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조용히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아이들은 자신의 능력만 되면 친구든 선생님이든 돕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