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걷고 날아다녀요

숲 속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다면?

by 고용석

로블록스에 게임만 있나요?


앞서 말했듯이 로블록스는 게임이 아니다. 여러 프로그램이 올라와 있는 플랫폼이다. 그것이 게임이 될 수도 있고 그저 아무런 목적도 없는 공간일 수도 있다. 유튜브에도 정보전달뿐만 아니라 그저 풍경만 보여주는 콘텐츠가 있듯이 로블록스에서도 그저 힐링만을 위한 장소가 존재한다.

코로나 공포, 유일한 끈은 온라인
지난 코로나 시기에 학원 강제 폐쇄로 몇 번의 강제 백수와 거리두기로 오직 집안에만 있는 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그 기간 동안 사람과의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나가면 무조건 코로나에 걸릴 것만 같은 공포의 시기에 온라인 줌이 유일한 만남의 끈이었다. 지인들과 줌으로 와인파티를 하고 게임을 하면서 온라인에서 오랜만에 유대감을 경험할 수 있었다. 비록 현실의 신속한 대화는 힘들어도 나름대로 규칙(예, 상대방이 말하면 무조건 침묵)만 지키면 무리 없이 대화할 수 있는 걸 깨달았다.


e16e8d7f00ac67554aebe98bdf4bd21d507e4786.jpg 과거 하이텔 PC통신 화면, 이런 환경에서도 수많은 정보를 얻고 소통을 했다.

이 과정에서 사실상 대화 수단보다 중요한 건 내가 마음먹고 집중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과거 우리가 전화선으로 PC 통신을 할 때도 마음만 먹으면 밤새도록 상대방과 채팅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중요한 건 수단이 아니라 집중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다.


힐링을 위해 로블록스에 집중해 보기로 하다


어느 날 한 아이와 다른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선생님, 저랑 산책이나 하실래요?”

아이가 성인들이나 할 법한 권유를 한 것도 놀라웠고 무엇보다 로블록스에서 산책을 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이는 게임을 하다 지칠 때마다 가끔 놀러 가는 곳이 있다고 했다.

“저 따라 들어와 보세요"

그리고 아이가 들어간 곳은 놀랍게도… 게임이 아닌 숲 속이었다.


콰이어트 스페이스 { Quiet Space }

위치 : https://www.roblox.com/games/4466560988/Quiet-Space

들어가면 일단 살랑거리는 바람과도 같은 경쾌한 음악이 나온다.(안 나오면 옵션에서 배경음 설정을 해야 한다)


바람과도 같은 음악과 함께 숲 속 전경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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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점프 한 번 해보세요”

아이 말대로 점프를 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몸이 깃털처럼 가벼웠다. 나무 위까지 몸이 두둥실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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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달에서의 중력처럼 기존보다 6배 정도는 높게 점프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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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상쾌함을 느꼈다. 마치 숲 속에 있는 것 같은 시원함과 높이 점프할 때 마음속에서 해방감이 느껴졌다. 그만큼 게임에 몰입하자 나 스스로가 숲 속에 있는 것 같았다.


이 당시 코로나로 사람들의 만남도 힘들었고 교사라는 직업 특성상 코로나와 관련된(확진 외 밀접 접촉, 사람들 모이는 장소 등) 일에 조금만 연루돼도 거의 죄인 취급(?) 받는 때였다.(아마 교육 쪽 종사자들은 어떤 기분인지 잘 알 것이다) 그런 답답하게 집에만 갇혀 있었을 때 로블록스에서 숲 속 산책 아니 숲 속 비행은 비좁은 내 방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게 해 주었다. 몸은 좁은 방 안에 갇혀 있지만 내 아바타에 집중하자 마치 나 스스로가 더러운 숲 속을 날아다니는 것만 같았다.



bed0872037c5.png?w=780&h=30000 동굴에는 숨겨진 보물이나 광물들이 있다.

사람들을 현실에서 만나지 못하지만 24인치 모니터로 산책을 하고 숲 속을 거닐며 음악을 들었을 때, 마치 정말로 캠핑 온 것만 같은 치유,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은 아무런 목적도 없다. 광물을 모으면 보너스 점수나 업적이 해제되긴 하지만 필수사항은 아니다. 그냥 이 세계를 돌아다니면 된다. 동굴 속으로 들어가 특이한 광물이나 보석을 모으거나 물속 깊은 수중 동굴로 들어가 신비한 빛이 나는 보석을 채취해도 됩니다.

bc3f22c622e5.png?w=780&h=30000 방 안에 갇혀 있는 다른 친구들도 불러내어 정상에서 사진 한 장 찍었다.


높이 점프해서 나무 꼭대기에서 멀리 전경을 바라봐도 된다. 아니면 절벽에서 뛰어내려(!) 또 다른 섬으로 이동해도 된다.


그 뒤로 이곳은 아이들보다 훨씬 많이 찾아오는 나만의 장소가 되었다. 숲을 거닐고 날아다니면서 깨달은 점은 사람은 무언가에 집중하면 대상에 마음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자동차를 운전하면 범퍼와 벽의 위치를 아는데 어려움을 겪지만 나중에는 범퍼가 마치 내 옆구리가 된 것처럼 내 몸이 확장되어 제대로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이를 감각의 확장이라 하는데 우리 인간은 무궁무진하게 대상을 확장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도 우리는 집중하고 감각을 느낄 수 있고 이렇게 화면 속 아바타에게도 애정을 담고 꾸미고 나 자신의 감각을 확장해 상쾌한 감각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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