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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석 Oct 30. 2022

메타버스? 마케팅 용어 아닌가요?

중요한 건 대중의 참여다.

4차 산업혁명-> 메타버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다. 어느 세미나를 가든 무조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야 했고 교육계에서도 '다가올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라는 말이 마치 규칙 인양 들어가 있었다. 그러다 2020년 3월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이 단어는 사라졌다. 그리고 사람들이 집 안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어야 하자 갑자기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들리기 시작했다.


메타버스의 사전적 의미, 설명은 이미 수많은 뉴스나 유튜버들로 인해 들어봤을 것이다. 기존의 세계를 초월하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인터넷 세상이라 한다. 하지만 컴퓨터에 익숙한 세대는 메타버스를 보면 코웃음을 칠 수 있다. 솔직히 지금의 메타버스 서비스는 우리가 과거 모뎀 시절부터 했던 게임의 확장판에 불과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과거에도 온라인 게임을 통해 운전도 못하는 필자는 외국 친구들과 샌프란시스코를 드라이빙하면서 대화를 나눴다.

오래전에 MSN게이밍 존이라는 게임 플랫폼이 있었다. 필자는 '미드타운 매드니스'라는 자동차 게임에서 외국인 친구들과 경주뿐 아니라 드라이빙을 하며 게임 속 노을을 함께 보면서 우정을 다졌다. 또 울티마 온라인 스타일 게임들은 게임 속에서 직업도 정하고 노동(?)도 하고 심지어 결혼까지도 한다. 이렇게 온라인 게임에 익숙한 세대는 메타버스는 그래픽만 좋아진 게임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메타버스는 마케팅 용어에 불과할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우리는 보통 끼리끼리 모이고 사회생활 자체가 직업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요즘같이 유튜브, 음악, 뉴스 등의 플랫폼은 내가 원하는 기사만 보여주는 알고리즘이 횡행하는 시대다. 심지어 커뮤니티별로 정치관을 비롯해 비슷한 취향과 가치관을 갖는 사람들끼리 모인다. 그러다 보니 내 생각과 의견이 더 옳다는 확신을 하게 됩니다. 이걸 반향실(echo chamber) 효과라고라고 한다. 


메타버스를 단지 마케팅 용어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컴퓨터를 아는 사람들끼리의 편향된 생각이다. 메타버스라는 용어 덕분에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온라인 세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내가 유일한 얼리어댑터였다. 일하는 환경 자체가 미술, 아동 교육과 관련되다 보니 컴퓨터와 친하기보다는 아날로그 쪽 사람들이 더 많았다 다. 그들이 보기에 아이패드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또 맥을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얼리어댑터 소릴 들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부쩍 나에게 “메타버스가 대체 뭐야?” “로블록스?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라고 물어보는 분들이 늘었습니다. 심지어 가입까지 해서 저와 함께 로블록스를 여행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일명 로블록스 관광가이드를 자처하고 나서며 사람들을 초대했다. 그리고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 테 나름의 여행기를 소개하자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누르며 공감했다. 어떤 글은 메인으로 가고 누군가는 개인적인 쪽지를 보내며 나에게 괜찮은 여행지(?)를 추천받았다. 


이전에는 컴퓨터에서 소통하는 것 자체를 온라인 게임으로만 치부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기꺼이 ‘메타버스’라는 단어로 기꺼이 로블록스를 설치하고 가입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이 내 주변에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코로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줌(ZOOM)은 물론이고 게더 타운, 이프랜드, 제페토를 반강제적으로 하게 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최근 금융권은 거대 핀테크 기업들의 압박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누가 봐도 기존 은행 앱보다는 토스, 카카오 뱅크가 십만 배쯤 압도적으로 편하다. 여기에 금융권은 앞다투어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온라인과 무관한 공기업, 대기업들조차도 메타버스에 자신들의 브랜드를 론칭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반강제적(?)으로 메타버스에 참여하게 되었다. 소비자들도 이벤트에 이끌려 이프랜드나 제페토를 설치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기존 컴퓨터가 익숙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서서히 메타버스로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다.


메타버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보면 닌텐도의 CEO 이와타 사토루의 말이 생각난다.


“우리의 경쟁자는 소니가 아니다. 우리의 경쟁자는 비디오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 말속에 현재 메타버스의 위치를 볼 수 있다. 

메타버스 자체가 그저 지나가는 마케팅 용어, 기업들의 또 하나의 상술을 그럴싸하게 감쳐주는 용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용어 덕분에 사람들이 이전보다 더 관심을 두게 된 것도 사실이다. 아래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클레이턴 크리스턴슨 교수가 주장하는 ‘파괴형 혁신(Disrupt ive innovation)’ 모형이다.


(이미지 출처 : 동아일보)

여기서 X 축은 시간, Y축은 성능을 말한다. 성능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요인 가운데 중요한 것을 말한다. 굵은 실선은 그야말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 마니아들의 요구치를 뜻한다. 게이머라면 얼마나 빠르게 게임을 실행하고 프레임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등을 고려할 것이다. 점선은 그 외에 대다수의 고객이 이용하고 있는 성능의 변화다. 굵은 실선이 얼리어답터라면 점선은 더욱 많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수요라고 할 수 있다.


실선보다 점선이 완만한 이유는 PC의 예로 들면 경제적인 이유나 실제적인 작업이 최고 성능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이머들은 오버클록까지 하면서 컴퓨터를 개조하지만, 대다수는 기껏해야 인터넷 서핑이나 유튜브만 돌릴 수 있으면 된다.


(이미지 출처 : 동아일보)


여기서 하나의 혁신이 일어난다.


일반 소비자가 보기에 ‘이 정도면 괜찮은데?’ ‘이 정도면 충분히 좋다’라는 수준이 되면 혁신적인 기술(1) 보다 덜 혁신적인 기술(2)이 시장을 압도하게 된다. 

노트북 시장도 게임용 PC가 기술적으로 우위지만 대부분 사람이 LG 그램이나 삼성 올웨이즈를 선택하는 이유와 같다.


닌텐도의 사례도 게임기 시장에서 그래픽이나 고가의 컴퓨팅 성능이 아니라 ‘이 정도 속도와 그래픽’ 정도면 만족하는 고객들이 많기 때문다. (물론 닌텐도만의 IP 콘텐츠와 각종 재미도 필수적이다.)


메타버스 게이머나 온라인 접속에 익숙한 사람이 보면 굉장히 어설프게 보인다.

‘이 정도는 이미 몇 년 전, 아니 십 년 전에 다 구현되어 있었잖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픽이 전부가 아니다.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평소 한 번도 안 들어본 사람이 온라인 아바타를 만들기 시작한 게 중요하다.  


기업에서 한 번도 온라인 게임이나 아바타를 꾸미지 않은 4~50대 직장인이 갑자기 자기 아바타를 만들기 시작했다. 게더 타운에서 회의하거나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회사가 만든 어설퍼 보이는 메타버스 속 회사에 들어왔다는 게 중요하다.

 

공기업에서 제작한 제페토 월드.. 사실 들어가 보면 휑하다. 하지만 일단 만들고 일반인들을 이 안으로 끌어 왔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때 각종 모임을 줌(ZOOM)에서 한다고 할 때 5~60대 이상의 중년이 어떻게 활용할지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다. 우리 어머니도 코로나로 인해 교회활동을 못할 때 갑자기 줌으로 예배를 드린다고 했다.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한 달도 안돼서 서로 링크를 만들어 공유하는 법도 배우셨다. 처음에는 링크를 터치하는 것조차 낯설고 어려워했지만 지금은 아예 대화예절(상대방이 말할 때 자신은 음 소거해놓기)까지도 지키신다. 


메타버스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그래픽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메타버스에 과도한 환상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반대로 필요 이상으로 무시할 필요는 없다. 다만 열린 생각을 갖고 흐름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래서 내가 지금 작성하는 로블록스 여행기도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도전의 열쇠가 되리라 믿는다. 자신의 자녀와 막 시작한 부모세대부터 어린 친구들에게까지 부담 없고 재미있게 가상의 세계로 인도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좋은 장소를 소개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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