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카페 취업기
앞으로의 세대는 현실보다 온라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이미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해 네트워크에 연결된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재택근무하는 직업의 경우에는 아예 100% 온라인의 활동이 현실의 생계를 책임진다.
아이들은 이미 현실의 옷보다 자신의 아바타에 입힐 옷에 더 많은 돈을 소비한다. 이제 현물의 가치보다 디지털 자산의 가치가 더 올라갈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미래의 직업도 재택근무를 넘어 아예 메타버스 상에서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지금도 10만 명이 넘는 개발자가 로블록스 세계에서 출근하고 급여를 받는다고 한다. 아직은 프로그래밍의 분야라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래에는 아주 기초적인 직업도 메타버스에서 구할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며 우연히 발견한 카페가 있다. 이 카페의 발견으로 내 생각이 어느 정도 정확하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개발: Boba®
위치 : https://www.roblox.com/games/718328620/Boba-Cafe#!/about
처음에는 개발자들이 포트폴리오용으로 만들어 놓은 카페인 줄 알았다.
보통 포트폴리오 맵들은 사람이 거의 없는 편이다. 있어봤자 한 두 명? 정도 잠시 보고 나가는 게 전부인데 이곳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굉장히 특이해서 한번 입장해봤다.
게임을 실행하면 거대한 놀이동산과도 같은 배경에서 시작한다. 분수대도 있고 워터 슬라이드, 수영장도 있다. 이쯤 되면 제주도나 고급 주택 지역에서 볼 수 있는 풀빌라 느낌의 대형 카페와도 비슷하다.
잠깐 멀리서 보면
이렇게 넓다.
이 안에 집라인, 풀장, 미니게임 등 다양한 시설이 구비되어 있는 등 보통 카페는 아니다.
메인 로비로 갔다. 갈 때마다 날씨가 바뀐다. 어느 날은 햇살이 들어오고 사진에는 비 오는 날이었다.
#감성카페 #힙 플레이스 #데일리 #냠냠
그리고 굉장히 신기한 풍경을 펼쳐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주문하고 있었다!
그것도 실제로 줄을 서고 채팅으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어째서....?
제 마음속에 처음으로 들었던 생각이었다. 그리고 커피를 주문받는 캐셔들은 당연히 자동응답 AI인 줄 알았다.
“보바 카페에 온 걸 환영합니다. 저는 레오나라고 해요^^ 어떤 걸 주문하시겠어요?”
수많은 유저들이 커피를 주문하고 있었고 당연히 ai 응대겠거니... 생각했다.
현실에서도 무인 키오스크가 점령하고 있고 더군다나 여기는 메타버스의 한 장소이니 Ai 인 게 당연하다 생각했다.
에이미라는 이름의 점원이 주문을 받고 있었다.
호오... 각 봇마다 이름이 다르구나.. 게다가 말투도 재치 있고.
신기한 건 유저들이 사뭇 진지하게 커피를 주문하고 있었다.
여기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왜 굳이 채팅을 해가면서 주문을 하는 거지?
그냥 메뉴 버튼 누르고 주문 넣으면 안 되나?
현실에서도 사이렌 오더가 있는데...
대화 내용을 보고 있자니...
굉장히 '커스텀한' 주문을 하고 있었다.
아메리카노 사이즈는요?
시럽은 어떤 걸로 넣어 드릴까요?
추가로 주문할 디저트도 있을까요?
등 실제 카페보다 훨씬 더 디테일한 주문들을 하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 실물 커피도 아닌데 사람들이 점원에게 굉장히 상세하게 커피나 디저트, 또 거기에 들어갈 시럽이나 기타 추가 사항을 말하고 있는 풍경이 뭔가 신기했다.
이쯤에서 이 모든 게 로봇이 아니라 정말 사람들이 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충격적 이게도, 여기서 로봇은 아무도 없었다.
너무나 신기한 나머지 사람들의 대화를 한참 엿듣다가 용기를 내서 주문을 해본다.
쭈뼛쭈뼛 '카리나'라는 이름을 가진 점원에게 가자
"어서 와^^ 내 이름은 카리 나고 보바카페 온 걸 환영해. 어떤 거 주문할래?"
그리고 실제로 전부 채팅으로 주문을 해야 한다. 화면 상단에 메뉴가 있지만 참고용이고 실제로 주문은 모두 '인간'인 점원과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마치 서브웨이에 처음 간 사람처럼 떠듬거리며 주문을 했다.
아메리카노 주세요.
어떤 시럽이요?
또 원하는 디저트 있으세요?
굉장히 잘 교육받은 듯한 말투와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주문을 하고 나니 화면 아래쪽에 영수증이 나오고 기다리면 파란 화살표가 받는 곳으로 안내한다. 하지만 처음이고 당황해서 다른 쪽으로 갔다.
보통 게임 같으면 에러가 나거나 다시 원래 자리로 가라 했겠지만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방금 주문받은 카리나가 카운터에서 점프해서 나와 나에게 급하게 왔다.
따라와요^^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맙소사. 카리나는 직접 나를 데리고 픽업대까지 안내해 주었다. 솔직히 현실에서도 받기 힘든 친절이었다.
여기서 굉장한 감동을 받았다.
만약에 로봇이었다면 이런 서비스를 받아도 시큰둥했을 텐데 실제 사람이 나에게 다가와 대화를 하고 이렇게 안내를 해준다는 게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그것도 아는 사람도 아니고 저 멀리 있는 낯선 누군가에게 말이다!
(이 자리를 빌려 딸기향이 풀풀 나는 카리나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쭈뼛쭈뼛 커피를 받아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카페 의자에 앉아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커피를 마시며 생각했다.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