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모두 하늘에 있을 뿐이다.

by 고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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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 이후 운동 겸 용돈벌이 겸 도보 배달을 하고 있다.

도보 배달을 하면 마을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어서 좋다. 이전에는 일상적인 출퇴근의 길만 알고 있었다면 이제는 ‘어 이런 곳에 숨겨진 길이 있었군’ 정도까지 세세히 알 수 있다. 비유를 하자면 혈관에서 모세혈관까지 세밀하게 내가 사는 곳을 관찰할 수 있다. 이게 습관이 되다 보면 내가 일사는 환경, 주변도 살펴보게 된다.


그리고선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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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는 일상이 되었다. 동네 작은 골목골목마다 아기자기한 아이스크림점이 생겨난다. 막상 안에 들어가 보면 사람 대신 키오스크만 덩그러니 있다. 심지어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편의점, 아이스크림 전문점도 무인으로 들어오는 실정이다.


258626ed2edad0.JPG?w=780&h=30000 동네 무인카페. 직접 촬영

무인 카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사람 대신 거대한 자판기가 있다. 밤에 찾아간 무인카페는 조용한 분위기라기 보단 어떠한 인기척도 들리지 않는 무언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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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해당 회사 홈페이지


심지어 무인 문구점까지 생겼다. 직장 근처에 아기자기하고 예쁜 문구점이 있어 한번 들어가 봤는데 예쁜 인테리어와 다르게 황량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도 없는 나 혼자만 덩그러니 있는 기분이었다. 무인 아이스크림가게처럼 필요한 문구를 집어 키오스크에서 결제하면 된다.


그럼에도 무인 문방구는 조금 충격적이었다. 기억 속 분방 구는 보통 짬(?)이 좀 되는 사장님의 인사와 복사기 돌아가는 소리, 아이들이 계속 들어와 구경하는 잡담 소리 등이 들리지만 무인 문방구는 말 그대로 아무도 없었다. 다른 무인가게와 다르게 그 고요함이 훨씬 무겁게 느껴졌다.


무인 아이스크림, 무인 카페, 무인 문방구…

사실 무인으로 될 것은 얼마든지 있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머릿속에서


그 많던 사람들은 대체 어디로 간 거지?


라는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


물론 세상은 여전히 멀쩡히 돌아갑니다. 여전히 코로나의 상처와 곳곳에서 전쟁, 기근이 일어나지만 전 지구에서 인구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천재지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많은 곳에서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고 앞으로도 사라질 예정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인구 증가율은 이미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놀이터에도 아이들은 점점 보기 힘들어질 것이다. 또 코로나를 2년간 겪으면서 수많은 아이들이 물리적으로 친구를 만날 기회를 잃었다.


놀이터는 물론이고 학교조차도 온라인으로 수업했다. 설령 오프라인으로 만나도 친구와 대화조차 작게 하거나 자제하는 분위기였다고 하니 서로 간의 만남이 굉장히 부족했을 것이다.


이러한 풍경을 보며 계속 자신에게 질문했다.


그 많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또 문방구, 아이스크림집, 카페 사장님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한 가지 확신을 가졌다.


그들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하늘나라에 있을 뿐입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사라진 수많은 사람들은 구름 위, 클라우드에 있다. 물리적인 육체는 집에 있지만 그들의 정신은, 집중력은 클라우드에 있는 여러 서버에 존재한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온라인 학습이나 게임에서 새로운 아바타를 만들고 활동한다.


그중 대표적인 게 로블록스라고 확신한다. 놀이터에서도, 문방구에서도 볼 수 없었던 아이들 중 많은 수가 로블록스에 있다.


현실에서 부족한 만남을 아이들은 온라인에서 보충하고 있었다. 채팅과 디스코드를 통해서 아이들은 집에서 친구들과 만나 디지털 놀이터인 로블록스나 기타 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도 아무렇지도 않게 디스코드로 게임 방송을 한다. 현실에서는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아이들이지만 디스코드에서는 너무나 익숙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비록 한국이 아니어도 저 멀리 캄보디아에 있는 아이를 만나서 자연스럽게 게임을 한다. 현실이었다면 평생에 단 한 번도 마주할 일이 없던 아이였다.


매주 금요일, 아이들과 로블록스를 하면서 느낀 점은 의외로 아이들이 만남을 갈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로 함께 놀고 게임하고 싶은 아이들이 많습니다.


2588bb0efa488f.png?w=780&h=30000 카페에 있자 갑자기 찾아오는 아이들^^;


휴일에 잠깐 로블록스에 접속하면 수많은 친구들이 나를 발견하고 내가 있는 곳으로 들어온다 그때 나는 로블록스 보바카페에서 캐셔로 일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굳이 알리지 않은 이유는 이게 게임도 아니고 정말 카페이기 때문에 재미가 없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왁자지껄 선생님이 일하는 카페로 놀러 왔다.


258c860fe4fb8a.png?w=780&h=30000 실제로 음료수나 음식을 먹는 액션이 플레이됩니다.

결국 내 돈으로 아이들에게 가상의 코코아와 마카롱을 사줬다.

아이들과 잠시 테이블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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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실제 음료수나 과자를 먹는 흉내를 낸다. 성인의 눈으로는 이게 뭔 일인가 싶지만 아이들은 일단 롤플레이를 즐기는 것이다.


그것도 부족했는지 음료를 리필해 달라고 하거나 마카롱을 더 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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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어떤 아이는 현실에서 라면을 가져와 먹기 시작했습니다. 캐릭터가 먹고 있으니 자신도 배고파졌다고 한다.


‘결국은 누구도 사라지지 않았다’


카페에서 아이들과 커피, 코코아, 마카롱을 먹으며 안심했다.

그리고 미래가 되면 이 아이들 중 꽤 많은 이들이 이러한 가상 세계에서 가상의 물건이나 콘텐츠를 서비스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때가 되면 현실은 지금보다 좀 더 황량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현실 못지않은 수많은 떠들썩함들이 꽃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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