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극, 공감대 그리고 소통
이제는 학원 아이들뿐만 아니라 라이브 방송에서 만난 아이들까지 합세해 수십 명의 아이들과 함께 게임을 한다. 어느 날 심심해서 찍은 영상을 틱톡에 올렸다. 그 영상이 아이들의 무언가를 건드렸는지, 아니면 정말 재미있었는지 며칠 만에 400만 뷰를 기록했다. 그리고 구독자는 가파르게 급상승했다. 그 뒤로도 영상을 더 올리자 라이브 방송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주워졌다. 그것으로 온라인에서 수업도 하고 아이들과 실시간으로 로블록스를 하고 있다.
현재는 한번 라이브 방송을 하면 많게는 700명 이상이 시청한다. 별 것도 아니고 답답할 텐데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끊임없이 추천을 하고 친구들을 데리고 온다.
특히 로블록스를 해주는 선생님이라는 타이틀이 굉장히 신선했나 보다. 아이들은 맹렬하게 나와 함께 게임을 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하나같이 게임을 전혀 못하는 나에게 아이템을 나눠주고 자신을 따라오라며 길을 안내했다. 사춘기를 겪는 남학생들조차 나에게는 수다쟁이가 된다. 자신이 한번 클리어한 게임에서는 마치 신이라도 된 양 나에게 길안내를 해주고 내가 죽기 전에 나를 구해준다. 현실에서 내가 아이들을 보호해 줘야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다르다. 아이들이 선생님이고 나는 정말 어리고 보호가 필요한 아이일 뿐이다.
로블록스 외에도 틱톡으로 다양한 수업을 진행한다. 만들기, 그리기 등 과거 미술 선생님의 경험들을 하나씩 해보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아이들의 채팅을 읽고 대화하면서 수업하는 건 여간 성가시고 어렵다. 대부분 작품들은 생각대로 멋지게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내 방송에 꾸준히 들어온다. 심지어 밤늦게까지 하면 엄마 몰래 침대 이불속에서 '몰폰(몰래 폰 하기)'을 한다고 한다.
계속 게임도 잘 못하고 수업도 생각대로 되지 않아 한 아이에게 하소연했다.
"나는 게임도 못하고 수업도 잘 못하는 거 같아. 정말 미안해요"
그러자 아이는 잠시 있다가 이렇게 말했다.
"아무것도 안 해 되니까 그냥 저희하고 소통하면 안 될까요?"
도대체 아이들은 왜 나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인지 지금도 다 이해하지는 못했다. 분명 자기들끼리 한창 어울릴 나이임에도 모든 것이 어수룩한 어른과 대화하고 싶어 한다. 이건 여자아이 남자아이 할 것 없이 공통점이었다. 어쩔 때는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면서 나와 맹렬하게 소통하고 싶어 한다. 그 맹렬함이 바쁜 나를 휴일에 시간까지 반납해가며 로블록스와 방송을 하게 만든다.
결국 메타버스나 온라인 게임이나 제4차 산업혁명이나 그 근원에는 관계의 확장, 소통의 변화가 있다. 과거 온라인 소통이 젊은 사람, 컴퓨터를 좋아하는 삶들의 전유물이었다면 이제 줌을 통해 5~60대뿐만 아니라 고령의 사용자들도 스마트폰으로 화상통화를 한다. 그리고 메타버스 다음에 또 어떤 버스(?)가 올진 몰라도 그때가 되면 90~100세 노인분들까지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 것이다. 그리고 멀리 사는 손자나 친구들과 굉장히 자연스럽게 소통하게 될 것이다.
로블록스는 앞으로 내가 소통해야 할 도구 중 일부일 뿐이다. 다만 남들보다 좀 더 깊이 있게 경험해 봐서 이렇게 글로 정리해 봤다. 사실 소개 못한 장소들이 너무나 많다. 매주 아이들은 새로운 장소, 게임들을 발견해서 내게 가져온다. 나와 함께 꼭 가보고 싶어 미리 메시지를 보내거나 댓글로 링크를 남긴다.
새로운 장소들을 보면서 내가 생각지도 못한 경험을 하며 여전히 배워야 할게 많다고 생각된다. 여전히 나는 온라인 세계에서 어른이 된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다니는 어린아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