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키오스크가, 메타버스에서는 사람이 일을 한다.
예전부터 커피를 좋아했다. 나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커피를 좋아한다. 형은 너무나 좋아해서 온라인 커피 사업을 전부터 시작해 지금은 카페로 발전시켜서 부업으로 하고 있고 어머니도 카페에서 커피를 만든다.
그래서인지 카페에서 일하는 분들을 보며 뭔가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기존의 직업을 버려둔 채 카페 알바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때 보바카페에서의 직업은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현실에서는 작가이자 선생님, 가상세계에서는 카페 종업원으로 두 가지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누군가는,
‘어차피 게임 아니냐’
라고 말할 것이다. 만약 카페 관련 게임이 있다면 타이쿤처럼 진행될 것이다. 보바 카페는 현실 세계의 카페를 그대로 옮겨왔다. 어쩌면 게임성으로 보면 타이쿤류가 더 재미있을 것이다. 보바카페는 실제 사람들이 카페에서 일하기 위해 지원하고, 면접을 보고, 워크숍(트레이닝 세션)에 참석하는 과정이 있다. 그 과정에서 모두 현실세계에서와 동일하게 대화하고, 면접에 떨어지기도 한다. 단순히 점수를 많이 따기 위한 게임이 아니라 정말 일하기 위해 가상세계로 간다는 점이 다르다.
워크숍이 끝나고 눈을 떠 보니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트레이닝 센터로 소환되었습니다.
이럴게 수십대의 POS 단말기와 지원자들, 진행요원이 서 있었다.
재밌는 건 로블록스가 캐릭터 간의 대화를 말풍선으로 하는데 멀리 있으면 (...) 이런 식으로 마침표로 생략되어 보인다. 그러니 멀리 있는 사람은 말풍선의 내용을 볼 수가 없다. 마치 멀리 있으면 잘 못 듣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래서 진행요원 한 명은 계속 말하면서 뛰어다녀야 하는데 현실과 다른 점이 조금 재미있었다.
또 온 김에 실습장 이곳저곳을 둘러봤습니다.
(상당히 넓습니다. 공간감, 색상, 로고 디자인, 배경 모두 나무랄 것 없이 훌륭합니다. 심지어 사진 아래에 널브러져 있는 다양한 재료들이 마치 실제 실습장과도 같은 인간적인 느낌을 줍니다)
(창 밖을 보고 있는 사람이 궁금해서 함께 풍경을 봤습니다. 알고 보니 고위 관리직(?)이었습니다. )
“Don`t roam. Go back to your position”
(어슬렁 거리지 말아라. 니 자리로 돌아가라)
“Sorry….”
대략 15명 정도 되는 인원들이 각자 pos 기계 사용법을 배운다.
반드시 표준 영어를 사용하세요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영어 공부’이다. 아마도 로블록스 자체가 저 연령에 세계 각국의 아이들이 하므로 영어를 표준어로 정하고 맞는 문법을 사용해야 한다.
그래서 첫 시험은 바로 문법 시험이다.
각각의 플레이어에게 소문자와 대문자가 뒤섞이고 잘못된 문법의 문장이 화면에 팝업 된다. 이때 제대로 된 문장으로 고쳐 쓰면 된다.
다행히 난이도는 중고등 영어를 했다면 아주 쉽게 풀만한 수준이다. 그래도 얼마만의 영어시험인지 긴장했다. 이렇게 영어 문법 시험을 통해 하나의 기준을 만드는 작업 자체가 체계적이라 느껴졌다. 우리로 치면 표준어를 사용하고 단어도 생각나는 대로가 아닌 ‘서비스어’를 배우는 것과 같다.
시험 문제입니다.
이때 제대로 된 답안을 타이핑해서 전송하면 된다.
그 외에 실제 카페에서와 같이 고객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받는다.
예를 들어, 주문을 받고 나서 고객에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해야 하거나, 주문을 받으면 다시 한번 반복해서 “000과 *** 주문하셨죠?” 이렇게 확인하는 등 실제 상황과 동일하게 응대해야 한다.
그 외에도 진상 손님이 왔을 때 대처법도 가르쳐 준다.
이때 진상 손님이란 노골적인 무시, 성추행 등의 발언은 물론이고 어지러운 행동을 반복하는 걸 말한다. 특히 온라인 세계이고 대부분 저연령이다 보니 이런 일이 많다고 한다.
(뿔 달린 사람이 계속 앞으로 뛰는 모션을 취하면서 정신없게 하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이상한 문자들 타이핑해서 말 그대로 술 취한 사람인 것 같은 연기를 합니다.)
-손님, 지금 다른 분들께 방해가 되니 그만둬 주십시오.
-(그래도 그만두지 않으면) 잠시 후 강제 퇴장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계속되면) 시스템 매니저 소환 명령어 Call MR+ , 아직 이 단계까진 안 가봤지만 강제 퇴장되는 것 같았습니다.
또 POS기기를 사용하면서 다양한 메뉴 입력 및 계산 업무도 가르쳐준다. 실제 카페에서 진행되는 과정과 동일하다.
현실에서는 사람이 점점 사라지고 키오스크가 자리를 대신하지만 디지털 세계에서는 키오스크 대신 사람이 직접 주문을 받는, 뭔가 아이러니하다.
실제로 주문을 잘못 입력하면 고객이 항의하기도 하고 워크숍에서는 불합격하기도 한다. (사실 1번 떨어졌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현실에서는 사람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디지털 세계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현실세계의 업무를 한다는 게 뭔가 괴리감이 느껴진다. 워크숍을 경험하며 지금 내가 메타버스의 과도기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아직은 로블록스 카페에서 실제 월급 대신 포인트를 받지만 나중에는 어떠한 경제적 생태계가 만들어지면 실제 돈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로블록스 게임 안에서 게임을 유지, 보수하면서 돈을 받는 개발자가 증가한다고 합니다. 또 게임 유튜버들도 가상세계에서 게임을 하고 후원을 받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1차적인 생산활동입니다. 하지만 가상 세계의 카페 안에서 가상의 커피를 팔고 그 대가로 가상의 돈을 받고 나중에 가상의 월급을 받고 그것을 현실에서 물품을 살 수 있다면 이건 또 다른 생산활동이 됩니다.
결국 두 번의 도전 끝에 워크숍에 합격해 연습생에서 계산원(캐셔)으로 합격할 수 있었다. 이후에 일정 포인트를 모아야 다시 바리스타에 지원할 수 있다. (자본주의 세계답게 로버스로 결제하면 바로 바리스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주기적으로 보바카페에서 계산원으로 일하고 있다.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도 줍고 다양한 메뉴 주문도 받고 있고 온갖 종류의 진상 손님도 경험하고 있다.
깔끔한 주문형 손님 - 메뉴 고르는 시간도 없고 정말 다급하게 와서 깔끔하고 정확하게 필요한 메뉴만 말함.
센과 치히로의 오물 신 - 만화에 나온 것처럼 주변을 온통 뒤덮어 버리는 듯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캐릭터도 덮어버렸습니다. 시스템에 이상을 주진 않지만 시각적으로 참.... -_-
커피를 마시는 아기 - 응애예요! 하면서 커피를 주문하는 아기 캐릭터.
아이는 커피를 마실 수 없단다 ㅋㅋㅋ라고 말하자 뭘 꼬나보냐(?)고 따지네요-_-;;
전 어른이랍니다. 응애.....-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