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의 가장 멋진 관광자원, 바닷가와 놀이터

열 명의 남자아이들과 스페인! 스물세 번째

by 고용석

오늘은 마지막 날입니다.

이제 저녁에 아이들은 바르셀로나 엘프라트 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가게 됩니다. 보통 마지막 날이라고 하면 우리는 하나라도 더 보거나 쇼핑 시간을 갖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험 상 마지막 날 마무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 부랴부랴 보다 보면 쉽게 피곤해지기 마련입니다. 혼자 여행을 하면서 마지막 날 늦게까지 구경하다 보면 피곤한 몸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이번에는 아이들도 함께 합니다. 그래서 마지막 날 일정을 완전히 비워놨습니다. 대신 전적으로 아이들에게 맡기기로 했습니다.


애들아, 오늘이 마지막인데 뭘 할까?


바닷가요!!


이 시대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걸 말하라고 하면 바로 노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바닷가에서 선생님과 신나게 파도에 맞서며 놀았습니다. 스페인에는 해변이 많습니다. 저희가 머물던 숙소 앞에도 지중해와 연결되어 있는 거대한 해변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파도와 싸우거나 헤엄치며 놀았습니다. 파스텔톤 하늘, 쨍한 햇빛, 조용한 모래사장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멋진 바닷가를 놔두고 관광만 한다는 건 에비앙으로 양치질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에너지 넘치고 조금이라도 가만히 있으면 무조건 뛰어다니는 남자아이들에게 바닷가는 필수 코스입니다. 숙소에서는 베개싸움, 바닷가에서는 파도 싸움이 있습니다.

스페인에서 총 2번 바닷가에 갔습니다. 4일째 되는 날 에너지가 쌓일 대로 쌓인 아이들을 데리고 바닷가에서 파도 싸움을 했습니다. 선생님과 함께 아이들이 손을 잡고 바닷가로 들어갑니다. 파도가 밀려옵니다. 이때 영화 ‘300’에서 처럼 선생님이 “절대 지지 말자!”라고 큰 소리로 외칩니다. 아이들도 “우우!” 하면서 손을 꽉 잡습니다. 하지만 스페인의 파도는 생각보다 강합니다. 바로 아이들과 선생님은 뒤집어집니다. 일어나서 보면 서로 웃을 수밖에 없습니다. 선생님은 콧물을 흘리고 있고 아이들도 정말 젖은 생쥐처럼 서 있기 때문입니다.

절대로 지지 말자고 외치고 다시 파도 앞에 섭니다. 한 시간 내내 이것만 해도 아이들은 질려하지 않았습니다. 몇 번이나 넘어지면서 이제는 파도를 넘기는(?) 법을 배웁니다. 서핑하는 사람들이 파도를 타는 것처럼 파도가 오는 순간 지면에서 발을 뗍니다. 그러면 우리도 파도와 함께 위로 갔다 아래로 가면서 넘어지지 않고 무사히 넘길 수가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하면 아이들은 재미와 자신감을 얻습니다. 베개싸움만큼이나 아이들의 기억 속에, 몸속에 멋진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바닷가 다음으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무엇일까요? 힌트는 군대와 축구입니다. 보통 여자들이 싫어하는 이야기가 군대나 축구 이야기라고 합니다. 제일 싫은 것은 군대에서 축구한 일이라고 하는데, 비슷합니다. 바로 바닷가에 있는 놀이터에서 노는 것입니다.


스페인 해변가에는 놀이터가 일정 간격으로 있습니다. 열차를 타고 가다 보면 일정하게 놀이터가 세워져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놀이터마다 콘셉트가 달랐습니다. 어떤 곳은 미끄럼틀이, 어떤 곳은 간단한 축구장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간 곳에는 거대한 로프 피라미드(피라미드 형태의 정글짐)와 풋살장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놀이터를 보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달려갑니다. 시원한 바닷가와 놀이터는 묘한 느낌을 줍니다. 물에서 놀다 질리면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라는 신호 같습니다. 아이들과 신나게 피라미드에 올라갑니다. 오랜만에 높은 곳에 올라가니 덜덜 떨립니다. 내색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아이들은 선생님을 놀리고 있습니다. 짓궂은 아이는 로프를 흔듭니다.


위를 보니 몇몇 아이들은 정상에 다다라 바르셀로나와 지중해 연안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조금만 올라갔을 뿐인데 도시가 훤히 보입니다. 철저한 계획도시로서 바르셀로나는 고층 건물이 없습니다. 구글 지도로 보면 바르셀로나는 블록의 도시입니다. 마치 세포처럼 하나의 블록 안에 주거구역과 중앙에는 공원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사는 아이들을 상상해 봅니다. 한 가지 재미있었던 건 어딜 가나 아이들이 노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여기 아이들은 게임이나 인터넷을 안 하나?’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어쩌면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답답할 정도인 인터넷 속도가 원인일지도 모릅니다.

구글 어스로 본 바르셀로나. 계획된 도시답게 모든 것이 일정합니다. 그리고 매 구역마다 놀이터가 있습니다.

선생님이 유일한 놀이터

스페인의 해변이나 바르셀로나 시내에는 공원이 많았습니다. 안에는 놀이터가 어김없이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도시 곳곳에서 항상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빌딩 숲으로 된 서울에서는 듣기 힘든 소리입니다. 학원으로만 이루어진 빌딩이나 학원 빌딩만 있는 ‘학원가’를 본 적이 없었습니다. 대략 오후 2~3시쯤 길을 걸으면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소리가 들립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스페인 학교의 점심시간이라고 합니다. 스페인에서는 점심시간이 무려 12:30~3:30으로 3시간이나 주어진다고 합니다. 3시간 동안 밥 먹고 나머지 시간에는 신나게 노는 것이죠.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안전규칙만을 가르쳐 주고 관찰만 한다고 합니다. 그 후에 아이들은 5시까지 다시 공부합니다. 입시 문화가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학원을 다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뛰어나와 축구를 하거나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학교 앞에 학원 버스나 봉고차가 대기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 대조적입니다. 우리도 수업할 때 아이들과 10분 정도 신나게 노는 시간을 갖습니다. 어느 정도 에너지를 풀어야 수업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소 학교나 학원에서의 커리큘럼 때문에 놀 시간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우리가 유일한 놀이터입니다. 많은 어머님들이 아이와 함께 놀아주지 못한 미안함과 바쁜 아버지를 대신해 우리를 찾아옵니다. 무엇보다 바쁜 아버지 대신의 역할이 마음에 걸립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많은 정보를 접하고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고 합니다. 기술의 발전이 바쁜 아버지를 여유 있는 아버지로 바꿔줬으면 좋겠습니다.


신나게 놀고 넘어지고 그대로 드러눕고... 그리고 들리는 웃음소리..

아이들은 마지막 시간까지 로프 피라미드에서, 풋살장에서 놀았습니다. 한 아이가 달리다가 넘어졌습니다. 모래사장이라 아프지 않았나 봅니다. 일어서는 대신 그냥 자리에서 주저앉았습니다. 그리고 한참 동안이나 모래를 가지고 던지기도 하고 자기 손에 덮기도 합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임에도 유치원 아이보다도 신나게 모래 놀이를 합니다. 그리곤 지쳤는지 그대로 드러눕습니다. 선생님은 이 광경을 바라봅니다. 멀리 펼쳐진 해변과 흐린 하늘, 놀다 지쳐 누워버린 아이, 멀리서 들리는 아이들 소리...


이런 완벽함도 존재하는구나


순간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는 다른 무엇도 아닌 이 순간을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한국으로 가면 모든 건 희미해질 것입니다. 지금 이렇게 글로 아무리 남겨도 그때의 느낌과 감정의 10%도 남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최대한 그 순간을 생각하며 글을 쓰지만 제 실력으로는 힘듭니다. 대신 우리 모두가 이 순간을 온몸으로 기억해서 삶이 바쁘고 마음이 메마를 때 단비가 되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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