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개싸움

열 명의 남자아이들과 스페인! 스물한 번째

by 고용석

베개싸움은 남자 아이들과 숙소에서 에너지를 풀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처음 아들 여행을 계획할 때 남자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어릴 적 기억으로 돌아가 봅니다. 추석 때 친적형이 오면 밤새 베개싸움을 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리고 수학여행을 가면 밤에는 필연적으로 선생님 모르게 베개싸움을 했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안전하고 재미있게 아이들의 에너지를 풀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상대로 베개싸움은 아들 여행에서 아이들이 가장 기대하는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일본에서



프랑스에서(뒤에 이미 패배해서 아이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하고 있는 선생님 ㅜㅜ)


스페인에서도(누가 먼저 때릴지 가위바위보로 정하는 모습입니다^^)


아이들과 베개싸움을 했습니다. 함께 하는 선생님들도 이때만큼은 아이들과 베개로 신나게 싸우며 아이들 만큼이나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합니다. 베개싸움을 하면 할수록 헬스장에 등록해야겠다는 생각도 강해집니다.^^;


역사가 깊은 베개싸움

이 글을 쓰면서 베개싸움에 대해 조사해보니 놀랍게도 굉장히 오래되고 전 세계적인 스포츠(?)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더 된 에디슨의 ‘키네토스코프’라는 기계로 촬영된 영상에서도 나옵니다.

(무려 1896년도에 촬영된 작품입니다. 여성학교로 추정되는 기숙사에서 베개싸움을 하는 여학생들 사진입니다)


독일의 루프트 한자 항공사에서도 한 승무원이 베개싸움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때 승무원이 고객들에게 아예 베개를 나눠주면서 싸움을 벌이는 이벤트를 했다고 합니다.


출처 : Vadim Ghirda/AP Photo


또 루마니에서는 세계 베개싸움 축제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이쯤 되면 베개싸움은 시공간을 초월한 인류의 놀이임을 알 수 있습니다.


베개싸움의 효과?

안전하게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습니다.

남자아이들 같은 경우 몸싸움을 좋아합니다. 서로 몸을 부딪히거나 칼싸움을 하면서 서로의 몸에 충격을 가하면서 노는 것을 좋아합니다. 몸의 대화라고 까지 생각합니다. 여자아이들이나 성인은 서로 이야기를 하는데 반해 남자아이들은 다릅니다. 놀이터에서도 남자아이들은 신나게 총싸움이나 칼싸움을 벌이면서 서로 부딪힙니다. 이러다 보면 의도치 않게 에너지가 넘쳐 세게 때리거나 밀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베개싸움은 이런 에너지를 안전하게, 효과적으로 분출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세게 때려도 아프지 않습니다. 때리는 사람도 온 힘을 다해 때릴 수 있고 맞는 사람도 아프지 않기에 서로가 win-win입니다.


다양한 연령대가 어울릴 수 있다.

선생님과 아이가 온 힘을 다해 서로를 때릴 수 있는 도구는 별로 되지 않습니다. 베개 싸움은 아이들끼리도 서로 싸울 수 있고 형과 동생도 싸울 수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도 싸울 수 있는 안전한 놀이입니다. 여행에서의 베개 싸움도 처음에는 선생님과 아이들의 리그전으로 진행했습니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평소 장난만 쳤던 친구 사이의 아이들도 서로 싸웠습니다. 나중에는 일면식이 없던 동생과 형들 사이의 싸움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나이를 떠나 더 쉽게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시각적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

전 세계 에어비앤비 숙소에는 다양한 침실과 베개가 있습니다. 일본에서의 베개는 흰 커버에 솜 재질의 베개였고 프랑스에서는 한 가정집이었습니다. 주인의 취향이 담긴 다양한 색상과 사이즈의 베개가 있었습니다. 스페인에서는 라텍스 재질, 길이가 무려 1미터에 달하는 초대형 베개도 있었습니다. 크기와 모양이 워낙 다양해서 마치 게임 속 아이템 같아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구경하는 아이들도 재미있습니다. 굳이 싸움에 참여하지 않아도 다양한 사이즈의 베개로 서로 싸우는 모습만 봐도 스트레스가 풀립니다.


베개싸움을 하기 전 체크 사항!

베개에 지퍼가 있는지 확인한다.

베개는 대체적으로 안전합니다. 하지만 베개 커버의 지퍼가 있다면 커버를 벗겨 주세요. 만에 하나 베개의 지퍼가 피부에 닿으면 아프거나 상처를 입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얼굴은 절대로 때리지 않는다.

아무리 아프지 않더라도 얼굴을 때리지 않습니다. 안경 낀 사람의 경우 안경 손상의 위험이 있습니다. 맞은 즉시 시야를 잃어 넘어질 수도 있습니다.


침대 위, 이불 위 등 푹신한 곳에서 진행한다.

모든 놀이의 기초는 안전입니다. 작은 아이들의 경우는 침대에서 진행하면 좋습니다. 넘어지면서 반동 효과가 마치 디스코 팡팡 같습니다. 다양한 자극들이 놀이의 즐거움은 배가 시킵니다. 무엇보다 넘어져도 안전합니다.

푹신한 곳에서 진행해야 다양한 모션을 취할 수 있습니다.^^

베갯속은 무조건 솜, 연한 재질인지 확인한다.

예전 미국 육군 사관학교에서 1학년 생도들이 베개싸움을 하는 게 전통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2015년에 몇몇 학생이 베갯 속에 딱딱한 물건을 넣고 싸워 30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혹시나 승부욕이 넘쳐 베갯속에 무언가를 넣거나 너무 딱딱한 재질의 베개를 고르지 않도록 합니다.


진행 방식은 성인 VS 아이, 형 vs 동생, 또래 등 다양한 조합으로 진행하면 됩니다. 만약 서로 계속 싸워도 한쪽이 쓰러지지 않으면 카운트 다운을 진행합니다. 그 외에 서로 치고받고 싸우면서 이미 에너지가 풀리기 때문에 승리 자체에 연연해하지 않습니다. 만약 집에서나 여행지에서 부모님과 아이들이 하신다면 적당한 선에서 진행해도 아이들에게 멋진 추억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제 마지막 희망사항을 움짤로 보여드리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저의 베개싸움 최종 진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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