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끝, 관계를 이어가는 아이들

열 명의 남자아이들과 스페인! 스물네 번째

by 고용석

이로써 모든 여행은 끝났습니다. 잠시 후 엘프라트 공항으로 이동합니다. 곧 저녁 비행기를 타고 부모님 품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이번 비행은 밤 비행으로 자고 나면 금방 도착할 것입니다. 이미 노느라 체력도 소진했고 잠들기 바쁠 것입니다. 안전하게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부모님과 다시 만나고 집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아이들

“인터넷 진짜 느려!”

“빨리 한국으로 가고 싶어요”


스페인에 오자마자 아이들 스마트폰에 현지 유심을 넣어줬습니다. LTE 유심인데도 우리나라의 3G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브롤 스타즈 게임도 한국에서처럼 빠르게 접속되지 않습니다. 점차 스마트폰 대신 주변을 구경합니다. 특히 바닷가,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놀 때는 누구도 스마트폰을 보지 않았습니다. 다들 노는 데 집중하느라 손에서 놓을 줄 모르던 스마트 폰은 가방 속에 얌전히 들어가 있었습니다. 느린 인터넷과 놀 수 있는 환경이 아이들 스스로 스마트폰을 내려놓게 한 것입니다.


‘기술이 사람을 이어줍니다’


라는 한 통신사의 광고 카피가 생각납니다. 정확히 말하면 ‘기술이 (스마트폰을 통해) 사람을 이어줍니다’입니다.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네트워크에 돈을 내야만 소통할 수 있게 만드는 건 아닐까? 라고 생각하면 제가 민감한 것일까요.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놀이가 사람을 이어줍니다


놀이터에서 선생님과 하나가 되어 뒹굴고, 로프 피라미드에서 함께 정상을 바라보고, 베개싸움에서 서로 싸우면서 이어집니다. 카톡 1000마디 보다 훨씬 효과적입니다. 이때의 대화의 강도는 우리가 카페에서 하는 누군가의 험담, 정치 얘기만큼이나 흥미진진하고 엄청나게 집중합니다. ‘메라비언의 법칙’에서는 시각, 청각이 대화에서 내용보다 93%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서로 소리 지르고 히어로 흉내를 내면서 하는 대화가 학원이나 학교에서 하는 대화보다 훨씬 생생할 것입니다. 이런 대화가 많은 사람일수록 공감대가 풍성해지고 사회성도 올라간다고 확신합니다.


어른들은 계속 아이들 스마트폰 중독에 대해 걱정합니다. 스마트폰을 코 앞에 두고 유튜브에만 집중하는 아이를 보면 왜 걱정하는지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부모님 자신도 바쁠 때는 아이에게 유튜브를 쥐어줍니다. 바쁜 부모에게 유튜브는 메마른 땅의 단비와도 같다고 합니다. 하지만 놀아주지 못하는 자신의 시간은 고스란히 유튜브로 대체됩니다.


관계를 그려나가는 힘

스페인의 느려 터진 인터넷, 어디에나 있는 놀이터, 넓은 해변이 무언가를 하라고 말해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놀면서 대화를 시작합니다. 스스로 관계를 이어나가기 시작합니다. 숙소에서는 서로 규칙을 만들어 숨바꼭질을 하고 로프 피라미드에서는 서로 왕이 되기 위한 스토리텔링을 시작합니다.


점과 점이 이어지면서 선이 만들어집니다.

아이와 아이가 이어지며 관계의 선이 만들어집니다.

다른 아이들도 관계의 선을 이어나가 이제는 면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스페인이라는 시간과 공간이 이어지며 입체가 만들어집니다.


관계라는 추상적인 생각이 입체적인 형태로 보입니다. 그 안에서 이어져 있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누구도 외톨이로 있지 않습니다. 풍성한 관계 안에 있으면 외톨이로 떨어지려는 아이도 다시 끌어옵니다. 이러한 네트워크를 보고 있으면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이어나가는 존재란 걸 깨닫습니다. 한국에 가면 또 학원과 학교, 공부에 정신없이 바쁠 것입니다. 선생님도 다시 일상에 쌓인 일들을 처리하느라 한동안 바쁠 것입니다. 이런 관계의 형태도 많이 변형될 것입니다. 언젠가는 입시, 경쟁보다 이런 관계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각자가 서로 무엇으로 이어질지 생각하고 전체적으로 나는 어디에 속한 사람인가를 배우는 교육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노력해서 더 큰 관계를 그려나갈 수 있는지 깨달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서야 기술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제 역할을 할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부디 아이들이 이 시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가깝고 즐거운 관계에 있을 때의 감정, 기쁨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서도 서로가 이어지려는 강한 유대의 힘을 이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이 여행의 또 하나의 목적입니다.


지금까지 열 명의 남자아이들과 스페인 여행기를 발행했습니다. 아직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일본, 프랑스 여행기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글로 적지 못한 다양한 상황, 변수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리고 안전과 관련된 사항, 여행 시 주의해야 할 팁들도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많은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여기까지 많은 분들이 라이킷을 해주시고 구독자로 해주셨습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많은 조회수 알람도 저를 더 글을 쓰도록 원동력이 되어주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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