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6월 초여름, 마감은 8월 말 늦여름. 올여름 가장 공들였던 청년센터 기획이 드디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두 달 간의 취재 과정 중 기억에 남는 순간들과, 기사가 나가고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격려를 받았던 '취재 그 후'의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두 달이나 시간이 걸린 건 다른 어느 것도 아닌 '섭외'때문이다. 섭외만 무려 한 달. 전화를 돌리고 돌리다 어느 순간 느낌이 왔다. '이건 직접 찾아가야겠구나.'
그렇게 찾아간 수원. 경기도 통근러가 아닌 나에게 혼자서 수원을 찾아간다는 건 정말 가방끈을 꽉 쥐고 심호흡을 하면서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수원, 성남 일대를 이렇게 많이 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서울시청에서 수원시청 앞 별다방까지 가면서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처음부터 카메라를 보시면 부담스러워하실 것 같아서 일단 혼자서 가긴 가는데 제대로 찾아갈 수는 있을까, 배터리 나가면 안 되니까 일단 보조배터리는 챙기고, 혹시 싫다고 하시면 될 때까지 수원에서 올라오질 말아야 하나...
당일날 아침부터 꽤나 부담이 컸는지 내 표정을 본 기자실장님 왈,
"오늘 무슨 날이에요? 소개팅 하나 옷도 예쁘고"
나는 비장하게 답했다.
"섭외하러요. 무조건 성공해야 하거든요."
실장님이 웃으시면서 "잘될 것 같아요. 느낌이 좋아." 하셨다.
그날은 정말 실장님이 부적이라도 된 듯 둘이서 두 손을 불끈 쥐고 주문을 외웠다.
"할 수 있다!"
(유치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자고로 엄마가 부정적인 생각은 입밖에 꺼내지를 말라고 했다. 온 우주의 나쁜 기운이 따라온다며... 사실인지는 증명할 수 없지만 무튼 그렇다.)
그렇게 카페에서 두 시간 가까이를 얘기하면서 기적처럼 섭외에 성공하고, 조금씩 틀이 잡히기 시작했다. 인터뷰이들을 만날 장소를 잡고 시간을 맞추고 동선을 짜고까지 꼬박 일주일. 본격적으로 촬영이 시작되고는 야근도 불사하면서 계속해서 경기도 촬영을 갔다. 그런데 경기도는 참... 크고도 넓었다. 차를 하도 많이, 또 오래 타서 진짜로 연예인이 된 기분.
(이렇게 촬영이 많은 시기에는 주말에 출근을 안 할 때 최대한 땅바닥에 붙어 있고 싶다. 다들 주말이면 드라이브가 그렇게 가고 싶다는데...
아니, 난 땅이 좋아^^;;)
다시 서울로 돌아와서 퇴근길에 본 하늘. 섭외 성공해서 세상 모든 게 아름다워 보였다
이번에도 많이 들은 말, "이런 기자님 처음 봐요"
일을 하다 보면 이런 말을 정말 많이 듣는다. 대체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자란 어떤 존재인 걸까? 다들 기자는 고개 꼿꼿이 세우고 어깨에 힘주고 다닐 줄 아시는데. 힘은 무슨...ㅎㅎ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주문처럼 다짐한다. '자존심은 이불 속에 두고 나가는 거야.'
길거리에서 시민 인터뷰를 딸 때면 세상 제일 낮고 불쌍해지는 게 우리다. '한 번만 해주시면 안 될까요?' 하는 간절한 말과 눈빛에도 쌩하니 지나치시는 분들 속에 있다 보면, 와... 정말 상처 받는 수준을 넘어서서 길 한복판에서 멍해진다. 워낙 많이 하다 보니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결코 쉬워지지는 않는 것, '섭외'. 그나마 다행인 건 본래 성격 자체가 밝아서 상처를 받아도 툭툭 잘 털고 일어나는 것 같다. 가끔 내가 너무 시무룩해 있으면 지켜보던 촬영 선배들이 와서 토닥토닥해준다.
이번에도 그래서였을거다. 수원까지 직접 찾아온다길래 그냥 오나보다 하셨을 텐데 만나는 순간부터 애절하게 정말 불쌍하고 간절하게 숙이는 나를 보고 놀라신 것 같았다. 설득하고 애원하는 내 얘기를 한참 듣다가 이거 직접 발제하셨냐고 물으시길래 "네... 제가 또 가만있지를 못하고..." 하면서 고개를 숙였더니 피식 웃으며 말씀하셨다.
기자님, 진짜 고생 사서 하시네요.
"충분한 위로였을 거예요."
취재가 끝나갈 무렵 꽤나 지쳐있던 나에게 한 인터뷰이가 해주신 말이다.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간절하게 찾아다니고 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청년들에게는 위로였을 거라고. 내가 자진해서 시작한 일이고, 그러니 고생을 해도 누굴 탓할 수도 없고, 심지어 같이 일하는 사람들까지도 많이 힘들어해서 미안한 마음이 컸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정말 큰 위안이 됐다. 솔직히 안 힘들다고 할 수는 없지만 월급 받는 직장인이 회사일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니 다시 생각해도 이건 참 축복이다.
격려해주신 센터장님. 보자마자 밝은 에너지가 느껴지는 분이었는데 진심으로 언젠가 여유가 좀 생기면 마음편히 놀러가서 차 한 잔 하고 싶은 분이다.
그리고 한 번 한 번의 기획이 끝날 때마다 살짝씩 찾아오는 번아웃은 이번에도 역시나 피해가질 못했다. 그래도 보통 때보다 빨리 다음 기획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건 취재를 끝내면서 받은 선물 때문이다. '다음이 기대되는 기자'라고, '다음 기사 언제 나오는지 기다리겠다'고, '오래오래 기자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그 말들에 한번 더 힘을 내고 싶어졌으니까.
놀랄 만큼 많은 분들이 기사랑 SNS를 찾아보신다. 민망하지만 브런치 글을 기다리시는 분들도 많다. 과분한 관심에 감사한 마음과 더 좋은 기사를 써야 한다는 부담이 같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