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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쌤 Aug 27. 2024

세상이 공정하다는 착각

공평한 세상 오류(just-world fallacy)

많은 사람들은 세상이 본질적으로 공정하다고 믿고 싶어합니다.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다", "정직하게 살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말들은 우리가 자라면서 흔히 듣게 되는 삶의 규칙처럼 여겨집니다. 심리학에서는 이처럼 세계가 정의롭고 공평하다고 믿는 경향을 '공평한 세상 오류(just-world fallacy)'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세상이 공정하다는 착각은 때로는 우리를 무력하게 만들고, 불공정한 상황을 인정하지 못하게 하며, 더 나아가서는 사회적 불평등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세상은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본질적으로 불공정합니다. 그 중 일부는 개인의 통제 밖에 있는 것들입니다. 출생 배경, 가정환경, 사회적 지위, 성별, 인종, 운 등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요소지만 이 요소들은 우리가 얻는 기회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보다 동일한 기회를 얻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때로는 그마저도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불평등은 개인의 능력이나 의지와는 별개의 문제로, 시스템적인 변화 없이는 쉽게 개선되지 않습니다.



세상이 공정하다는 착각은 때로는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난한 사람에게 "네가 더 열심히 일했어야지"라고 말하는 것은 그 사람이 처한 구조적 불이익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유지시키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더 큰 부담을 주게 됩니다. 우리는 흔히 "성공은 개인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믿지만, 그 이면에는 출발선의 차이와 기회의 불균형이 존재합니다.



또한, 세상이 공정하다는 착각은 불공정한 상황을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방해합니다. 만약 우리가 세상이 공정하다고 믿는다면, 불공정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그것을 문제로 인식하지 않거나, 그 상황이 당연하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이는 사회적 변화와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됩니다. 예를 들어, 성차별이나 인종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지기 어려워집니다.



그렇다면, 세상이 공정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한 후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우선 모두에게 주어진 조건이 동일하지 않기에 다른 사람들이 겪는 불공정성에도 공감하고 연대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인식은 개인의 차원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도 필요합니다. 또한 우리는 더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제도적, 법적 변화가 필요함을 인식해야 하고 구조적 변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세상이 공정하다는 착각은 우리를 안심시키는 동시에 현실을 왜곡하게 만듭니다. 공정하지 않은 세상에서 우리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에 직면하게 됩니다. 세상이 공정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결코 패배주의적인 태도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며, 더 많은 사람들이 공정한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세상이 공정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내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의미 있는 삶을 사는 방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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