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바의 수 (Dunbar's number)
인간관계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고, 소통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요즘은 SNS와 모바일 메신저의 등장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이전보다 쉽고 효율적으로 연락을 취할 수 있고 더 넓은 인간관계를 맺기 용이해졌습니다. 이에 사람들은 종종 최대한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다는 욕심을 갖곤 합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것은 불가능한 환상에 불과합니다.
영국의 인류학자 로빈 던바는 1993년 발표한 연구를 통해 일반적인 경우 개인이 사회적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150명 남짓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일반적으로 평균치인 150명을 '던바의 수 (Dunbar's number)'라고 부르곤 합니다. 실제로 많은 역사학자들 또한 고대 집단이 대략 150명 선에서 최대치를 이뤘다고 말하며, 던바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SNS 친구가 1천명이 넘는 유저 조차도 정기적으로 연락하는 사람은 150명을 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물론 정확한 수치에 대해서는 학자들간의 논란이 있지만, 인간이 원만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의 수에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더불어, 150명 남짓의 사람들과 끈끈한 인간관계를 맺는다고 하더라도 모두에게 사랑 받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각자 다른 가치관과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환경 속에서 나의 모든 면이 모든 사람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는 없습니다. 또한 모두에게 사랑받으려는 사람은 종종 자기 본연의 모습을 잃고 타인의 기대를 맞추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놓치게 됩니다. 그렇게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 자신의 가치와 행복은 오로지 다른 사람의 반응에 의해 좌우되면서 타인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삶을 살게 됩니다.
모든 사람과 잘 지내려는 노력은 감정적 소모와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과 잘 지내고 사랑받으려 하기보다는 건강한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감정과 에너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는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보호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더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입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과 잘 지낼 필요가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나와 맞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나를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사람들과 깊이 있는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다'는 생각은 비현실적인 기대입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성격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기에 모든 사람과 조화를 이루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중요한 것은 타인과의 차이를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성숙한 인간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