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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로 그린 마법의 나라

by 오늘사 Feb 08. 2025

방과 후 아이들이 한 두 명씩 프로그램실에 도착하며 웃음소리가 교실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복지관에서 진행되는 아동미술은 일주일에 한 번 뿐이라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끼리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교실은 금세 활기찼다. 오늘은 미술과 손재주를 동시에 발휘할 수 있는 특별한 활동이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아이들이 그리는 그림이나 만들기 활동이 단순히 시간이 가는 방편이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속 꿈과 희망을 표현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중에서도 두 자매 '은○'와 '현'○는 시작부터 남달랐다. 자리에 앉자마자 가방에서 스티커 묶음을 꺼내며 잔뜩 들뜬 표정을 지었다. 작은 스티커 하나에도 이렇게 기뻐할 수 있다니. 어쩌면 세상 모든 행복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 걸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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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아이들은 사회복지사를 편하게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스티커로 예쁘게 꾸며주세요!”

은○가 반짝이는 눈으로 손을 내밀었다. 

옆에 있던 현○는 무심하게 다가와 내 손을 가리키며 속삭였다.

"저는 여기에다 붙일 거예요!" 보니 이미 내 한쪽 손마디에는 스티커가 촘촘히 붙어 있었다. 

그 위에 또 하나를 더하려는 걸 보니 아이들의 창의력은 끝이 없는 모양이다.


"좋아요, 어디 한번 해볼까요?" 내가 웃으며 양쪽 손을 내밀자 두 자매는 신중한 표정으로 스티커를 고르기 시작했다. 은○는 망설임 없이 별 모양 스티커를 집어 들었다. "이 별은 제 꿈이에요!" 그 말을 듣고 나는 잠시 멈춰 생각했다. 작은 별 하나에도 아이들은 자신만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별처럼 반짝이고 싶은 마음, 저 하늘을 향해 높이 날고 싶은 바람. 은○에게 이 스티커는 그냥 반짝이는 종이가 아니라 꿈의 조각이었을 것이다.


현○는 다채로운 색이 섞인 꽃 스티커를 골랐다. "저는 꽃처럼 예쁘게 자라고 싶어요." 그렇게 말하며 조심스럽게 내 손등에 스티커를 붙여 주었다. 꽃 한 송이가 내 손등에 활짝 피어나자 나는 웃으며 말했다. "이 꽃도 함께 자라날 거야!" 현○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두 자매는 각자 작품에 스티커를 하나씩 붙여주며 점점 더 예쁘게 꾸며 나갔다. 은○는 별과 하트로, 현○는 꽃과 무지개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갔다. 스티커를 하나씩 붙일 때마다 교실 안에는 행복한 기운이 가득 찼다.


단순히 스티커를 붙이는 것만이 아닌 자신만의 세상을 창조하는 일이었다. 작은 스티커가 모여 아름다운 그림이 되고 그것이 아이들의 마음을 표현하는 도구가 되는 것.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스티커 한 장에도 꿈을 담고 피어나는 과정을 함께하고 있음을.

브런치 글 이미지 3

활동이 끝날 무렵 두 자매는 자신의 작품을 꾸민 종이를 들고 내게 다가왔다.

"선생님, 봐요! 우리만의 마법의 나라예요!"

나는 종이를 보며 감탄했다. 반짝이는 별과 알록달록한 꽃, 그리고 곳곳에 배치된 무지개와 하트들. 

그야말로 스티커계의 르네상스였다.


나는 살짝 과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와! 너희가 만든 세상은 정말 예쁘구나! 디자이너 해야겠다!"
그러자 은○와 현○는 서로를 바라보며 깔깔 웃었다.


그렇게 아이들만의 '마법의 나라'는 반짝이는 별과 아름다운 꽃들 속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작은 종이 안에서 자신만의 색깔이 가득 담긴 행복이 자라고 있었다. 아이들은 스티커 하나, 하나에 자신들의 꿈과 희망을 담아가며 그 과정 속에서 서로의 세상을 존중하고 나누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이 작은 미술 활동 속에서도 나는 아이들이 세상을 꾸미고 성장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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