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배움은 언제나 설렘과 함께 시작된다. 오늘도 복지관 디지털배움터에는 어르신들이 차례차례 발걸음을 옮겨와 자리를 채워갔다. 스마트폰을 처음 배우려는 분도 계셨고 몇 번의 강의를 들었지만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계셨다.
모두가 저마다의 이유로 스마트폰을 배우러 오셨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이유는 하나였다.
"손자, 손녀한테 연락하고 싶은데 도무지 모르겠어요."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은 낯선 세상과 연결된 문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문을 여는 첫걸음이 얼마나 어려운지 나는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그 첫걸음 중 하나 '영상통화 성공하기'를 목표로 삼았다.
오늘의 목표를 전달하자 어르신들은 처음엔 긴장한 듯 화면을 바라보았다. 나는 천천히 단계를 설명하며 따라 해 보시라고 권했다.
“자, 먼저 이 앱을 여세요. 그리고 손자, 손녀 전화번호를 누르면 돼요.”
"전화번호를 누르면... 어라? 이게 왜 안 되지?"
어르신들은 한 번의 실수에도 크게 당황하셨다.
"아이고, 내가 이걸 배워서 뭘 해."라며 중간에 포기하려는 분도 계셨다.
하지만 옆에 앉은 다른 어르신들이 응원했다.
"우리 다 같이 배우는 거잖아. 천천히 해 봐요!"
그 말에 다시 용기를 내어 화면을 터치하는 손길이 신중해졌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마침내 한 어르신의 스마트폰에서 신호음이 울렸다.
"어? 간다, 간다!" 잠시 후, 화면 속에서 작은 얼굴이 나타났다.
"할머니!?" 그 순간, 어르신의 얼굴이 환하게 변했다. 놀랍고 반가운 표정이 한순간에 번지더니 손으로 입을 가리며 감격하셨다.
"우리 강아지 맞니?"
"응! 할머니! 어떻게 전화했어?"
"배웠지! 할머니도 이제 할 수 있어!"
그 말과 함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주위에서 지켜보던 다른 어르신들도 박수를 치며 함께 기뻐했다.
"우와, 나도 해봐야겠다!"
그날, 한 분이 성공하고 나니 연이어 여러 어르신들이 용기를 내어 도전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주저하시던 분들도, 옆에서 한 분씩 성공하는 모습을 보며 다시 손가락을 움직였다.
“됐어! 연결됐어!”
“할아버지? 진짜예요?”
“아이고, 얼굴 보니 얼마나 좋냐.”
어르신들은 손자손녀들과 얼굴을 마주하며 그동안 전화로만 들었던 목소리를 직접 보고 들었다. 그 작은 화면 안에서 몇 달 혹은 몇 년 만에 얼굴을 마주하는 기쁨이 넘쳐났다.
수업이 끝날 무렵 한 어르신이 내 손을 꼭 잡았다.
“덕분에 우리 손주 얼굴 보게 됐어요. 정말 고마워요.”
나는 그 손을 잡으며 웃었다.
"이제 언제든지 연락하실 수 있어요. 계속 연습하시면 더 쉽게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어르신들은 한 손에 스마트폰을 꼭 쥐고 복지관을 나섰다. 이제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그들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연결해 주는 다리가 되었다. 화면 속에서 이어진 목소리는 마음을 잇는 가장 따뜻한 길이었다.
디지털배움터는 어르신, 장애인, 농어촌 주민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의 사용법을 교육하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입니다. 인터넷 활용법, SNS 사용, 영상통화, 키오스크 이용법 등 실생활에 유용한 디지털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가족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며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