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한 중년 남성분이 복지관에 찾아오셨습니다. 그분의 첫인상은 많이 지쳐 보였고 얼굴에는 피로와 고단함이 가득했습니다. 그의 모습에서 그분이 살아온 삶의 무게가 그대로 드러나는 듯했습니다.
김 씨 아저씨는 50대 중반으로 알코올 중독이라는 깊은 상처를 안고 있었고 그로 인해 오랜 시간 동안 고생을 해왔습니다. 자녀들은 모두 독립하여 자신만의 삶을 살고 있었고 김 씨 아저씨 홀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김 씨 아저씨의 집은 텅 비어 있는 듯 적막하고 고요했습니다. 하루하루가 술과의 싸움처럼 반복되었고 그의 삶은 점차 술에 의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김 씨 아저씨의 집에서 그를 만날 때면 대개 술병이 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술은 그의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고 자신도 그 사실을 완전히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습니다.
김 씨 아저씨를 처음 만났을 때 술에 취해 복지관에 나타나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그는 거의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고 눈빛은 무력하고 마치 세상과의 연결이 끊어진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알코올 중독은 그에게 너무 깊숙이 자리 잡혀 있었고 그의 일상은 술 없이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그날도 술에 취한 채 복지관에 나타난 김 씨 아저씨를 보며 저는 마음속으로 그가 술을 끊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를 변화시키는 첫걸음인 인테이크(intake)는 분명히 어려운 일이었고 그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에 대해 의심스러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와의 상담은 단순히 술을 끊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의 일상 속에서 무엇을 찾을 수 있을지, 어떻게 자신을 다시 일으킬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그의 삶에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점차 그는 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김 씨 아저씨가 다시 복지관에 찾아왔습니다. 그날은 평소와는 다르게 술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고 그의 얼굴은 한결 밝아 보였습니다. 여전히 피곤해 보였지만 예전과는 달리 무언가 결심한 듯한 표정이었고 그의 손에는 작은 봉투가 쥐어져 있었습니다. 봉투 안에는 분리수거 봉투와 각종 청소 도구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선생님, 오늘은 복지관 청소와 분리수거 봉사도 해봤어요. 술을 마시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대신 이렇게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김 씨 아저씨는 그동안 술에 의존하던 일상을 벗어나 조금씩 자신을 바꾸려는 결단을 내린 것이었습니다. 그가 청소를 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술에 대한 유혹을 떨쳐내고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그동안 술이 인생의 중심이 되어왔지만 그 순간만큼은 봉사활동을 통해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 결심을 했습니다. 청소와 분리수거를 하면서 그가 느낀 성취감과 함께 술 대신 자신의 시간을 보다 생산적으로 쓸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술에 의존해 복지관에 오던 분이 이제는 자신의 삶에 변화를 주기 위해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김 씨 아저씨는 그날부터 복지관에서 제공하는 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조금씩 복지관 내에서 청소와 분리수거를 맡았고 처음에는 그것이 아주 작은 일이었지만 그의 마음속에서는 그 일이 아주 큰 의미를 갖고 있었습니다. 술에 대한 유혹이 있을 때마다 그는 복지관에서 해야 할 일을 떠올리며 자신을 다잡았습니다. 청소를 하거나 분리수거를 할 때마다 그는 자신에게 말했습니다.
"나도 할 수 있다."
그런 작은 실천들이 그에게 점차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술을 마시고 싶은 순간마다 복지관에서의 일들이 그의 마음을 붙잡아주었고 그는 술을 멀리하기 위해 점점 더 노력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김 씨 아저씨는 술을 마시지 않는 날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친해지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연결은 김 씨 아저씨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복지관은 그에게 따뜻한 소속감을 느끼도록 하였고 점차 그곳에서 자신을 다시 발견해 나갔습니다. 봉사활동을 통해 나누는 미소는 술을 마시던 날들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었고 그 미소 속에서 진정한 변화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알코올 중독을 극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기에 김 씨 아저씨의 변화 의지를 보며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김 씨 아저씨는 아직 술을 완전히 끊지는 않았지만 술을 마시지 않는 날이 점차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봉사활동을 통해 작은 성과를 이루어가며 술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