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바닥에 설 수 있을까요
요동치는 감정의 폭동은 요 근래 잠잠할 줄 모른다. 6개월 간 일곱 개의 서류를 작성하고, 한 번의 면접을 봤다. 너무 조금 지원한 거 아니냐고 비웃는 소리가 벌써 들리지만, 출판사 편집자를 준비하는 이들은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여줄 것이라 생각한다.(그리고 나도 나의 박약을 인정한다) 어디서나 신입을 뽑는다는 소리는 찾아볼 수 없고, 경력만 뽑는다는 소식만 들릴 뿐이다. 최근 면접까지 본 회사 또한 결국엔 경력직을 채용하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나니 녹아 사라진 기분만 든다.
내가 편집자가 되고 싶은 이유는 별 거 없다. 그냥 책을 통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도구가 되고 싶다. 그러니까 군대에서였다. 나는 군대에서 홀로 되는 외로움과 집단의 질서를 위해 관행되는 폭력, 다수가 가하는 소수에 대한 차별에 대해 배웠다. 너무나 쉽게 가해지고 선동되는 게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소름이 돋지만 그게 현실과 너무 똑같은 모습으로 생겼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복무한 내가 속한 부대는 매일 밤 청소시간 후 30분씩 책을 읽는 시간을 가졌다. 아무도 안 읽을 것 같은 시간이었는데 대부분이 잘 따라 읽었다. 나에게도 폭력을 가하던, 동참하던 사람들도 저마다 나름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신기한 건 그 짧은 30분의 독서를 통해 저마다 무언가를 얻고 있다는 거였다.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다들 시간이 되어 책을 덮을 때 뭔가의 성취감과 아쉬움 비슷한 눈동자를 빛내고 있었다. 물론 이것이 곧바로의 변화를 이끌어 내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순간에서 나는 가능성을 보았다. 책이 주는 힘이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보았다. 그 후로 나는 좋은 글과 책을 발견하여 많은 사람들 손에 닿게 하는 일을 하고자 다짐했다. 이것이 얕은 나의 이유이자 목표이다.
그런데 현실의 벽은 녹록지 않다. 출판시장은 언제나 호황 인적 없는 불황의 메카다. 또한 많은 미디어와의 경쟁에서 계속 지고 있어 언제나 어렵다. 가치를 따지고 논하기엔 생존의 문제가 걸린 사업의 장이자, 책이라는 가치만 생각하다간 사장되어버릴 가능성이 농후한 야생이다. 나처럼 꿈만 가득한 사람은 몽상가요, 철부지다. 변화는 무슨 독자 손에 닿기도 전에 내가 먼저 사라지기 십상인 그곳에 나는 입성이나 할 수 있을까. 사실 잘 모르겠다. 올해 말까지는 도전해보려 하지만 닿지 않는 허공에서 헤엄치는 나의 기분은 좀처럼 바닥에 닿질 못한다.
패배감이 계속 나를 지배해서 나를 바닥에 닿지 못하게 한다. 언젠가 바닥에 닿아 내 목표를 손에 닿게 하는 날이 온다면 지금의 나와 같은 이들의 손을 잡아 바로 바닥에 설 수 있도록 돕는 이가 되고 싶다.
착실히 허공을 헤엄치다 보면 자유롭게 허공을 유영하다 내 두발로 바닥에 바로 서는 날이 오겠지.
그러니 오늘도 나는 몸부림을 칠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