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든 수많은 '너'들에게

우다영, 『밤의 징조와 연인들』

by 박규규

읽는 동안 자꾸 무작위한 불특정 순간에 머물렀다. 그러니까 기미와 징조가 가득했던 시간. 그때의 나는 몰랐으나 지금은 막연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예감의 순간에 갇혔다. 나와 수많은 너가 만든 시간은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이제는 너무 멀어져 가까웠던 그때가 낯선 시기의 순간들은 영원히 비밀이다.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나의 시간들은 너만이 이해해줄 수 있겠다 생각했다. 나를 만들어준 많은 ‘너’들은 이제 다 어디에 있을까. 너무 잊고 살아서 잊힌 얼굴들. 미숙했고, 너그럽지 못했고, 용서하지 못했으나 나의 애정을 듬뿍 받던 표정들이 생생하게 보인다. 불안한 파동처럼 흔들렸던 순간들에 갇혀 오랫동안 감정이 요동쳤다. 흘러 넘칠까 단단히 부여잡고 과잉행동을 하는 내가 낯설었다. 그래서 소설을 얼른 읽고 싶다가도 섣불리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읽어야 내가 나에게 솔직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읽었고 솔직하게 돌아보고 인정했다. 이제는 부끄럽지 않게, 아프지 않게 간간히 들춰볼 수 있겠다. 삶의 곳곳에서 마주하는 예감의 순간들. 지금은 또 인지하지 못하겠지만 돌아보면 또 보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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