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현,『품위있는 삶』
보편의 삶에 대해 생각해봤다. 어느 정도의 삶을 보편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인가, 어느 형태를 가진 삶을 보편의 삶이라 부를 수 있을까, 생각했다. 소설에서 마주하는 삶은 홀로 남겨져 살아가는 것에 대한 발버둥이었고, 인물들이 체득한 자세였다. 작가는 태어남과 죽음 그리고 죽음의 이후로 이어지는 순서를 재배치하고 재조립하여 보여준다. 자신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고, 타인에 의해 정의되고 해체되는 삶의 모습들을 보며 ‘삶’이란 것에 대한 기존의 정의가 무너져 내렸다. 한 사람의 인생은 결국 이어져 있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 아래 우리는 오늘을 살고, 내일을 기다리고, 어제를 떠올린다. 잊기도 하고 잊히기도 해서 살아지기도 한다는 걸 소설은 말한다. 그 시간이라는 유한하고 흐르는 성질 덕에 우리는 홀로 되기도 하고, 용서하기도 하고, 용서를 구하기도 하고, 그리워도 한다. 그래서 새로 살아갈 수도 있기도 하다는 걸 소설은 보여준다.
지나가는 돌부리에 누군가는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누군가는 가볍게 넘어간다. 걸려 넘어진 것이 불행이라 한다면 우리는 늘 불행의 고비를 마주하여 넘어지고 넘어가고 하며 사는 것일 테다. 무수하게 남은 돌부리 앞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방법으로 넘어지며 나름의 마주하는 태도를 체득할 것이다. 그 나름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가 이 소설집에 가득 담겨 있다.
안정을 추구하는 인간 보편의 욕망과 낯선 어려움을 가지고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펼쳤다는 것에 감탄했다. 읽는 내내 기저에 깔린 불안과 사투하느라 꽤 고생했다. 외유내강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