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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단단 Dec 27. 2020

움츠러듦이 아닌 응축하는 시기로

코로나블루를 이겨내는 마음가짐

조류독감처럼, 메르스처럼 한 번 유행하고 지나갈 줄 알았던 코로나19가 전염병으로 퍼진 지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간다. 잠잠해지지 않고 2021년 12월 24일 오늘, 일일 최대 확진자수를 경신했다. 코로나19 상황도  나아지고 다시 행복할 줄 알았던 연말데 그 어느 때보다 방역 상황은 엄중하다. 그 어떤 모임도 갖지 말라고 한다. 방역 수칙에 따라 집에 있는 나는 코로나19에는 전염되지 않았지만, 코로나블루에는 기어코 전염이 되고 말았다.


코로나19는 용케 피하고 있는데, 피하지 못한 코로나블루


처음엔 마침 잘됐다고 생각했다. 바쁜 일상으로 쉼이 필요한 시기였는데 이렇게 쉼을 챙길 수 있다니. 어디 가지 못하고, 모임도 갖지 못하고, 학원과 교육도 취소됐다. 집에서 여유 있게 쉬면 된다. 이건 내가 게을러서가 아니다. 국가 재난 상황으로 모두가 똑같이 쉬어야 해서 쉬는 거다. 시험날 시험 보기 싫은데 천재지변으로 시험을 안 보게 되는 상황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묘하게 불안한 마음도 사라지게 하는 그런 쉼이었다.


하지만 곧 끝날 것 같았던 상황이 자꾸만 길어진다. '자 이제, 1년 연장!' 이렇게 누가 말해주는 것도 아니다. 우선 1, 2주만 시행한다는 코로나19 방역 제재가 끝날 때쯤 매번 다시 시행된다. 나도 나름의 인생계획이 있는데 자꾸 틀어진다. 계획했던 영어공부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야심 차게 결제한 피트니스 연간 회원권도 개시조차 못하고 있다. 사실 회사 다니는 나는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왠지 모를 불만족이 마음에 계속 쌓여간다.


이미 충분히 쉰 것 같은데, 계속 쉬어야 한다. 이젠 쉬는  쉬는 게 아니다. 외향적인 편인 나는 사람도 만나고 바깥 활동을 해야 하는 사람인데, 집에만 있자니 아주 좀이 쑤신다. 집콕 생활도 이제 재미가 없다. 거기서 거기다. 뭐 먹을지 배민을 봐도 한나절이고, 영화 보려고 켠 넷플릭스에선 메인화면만 계속 뒤적인다. 기분은 자꾸 가라앉고 의욕은 점점 떨어진다. 우울하다.


당신이 모르는 또 다른 위치에너지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 학교 다닐 때 과학시간에 한 번씩은 들어봤을 것이다. 높은 곳에 있는 공은 가만히 있을 뿐이지만 사실 에너지를 갖고 있다. 땅에 떨어지면 운동에너지로 전환될 위치에너지를 갖고 있는 것이다. 높은 곳에 위치하는 것 자체가 힘인 것이다. 나는 자기 계발하고 사회 활동하는 것이 이 위치에너지를 높이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회 속에서 나 자신을 발전시키는 모든 활동은 성과가 바로 보이지 않더라도 나를 우울하게 만들지 않았다.


공대생인 나도 잊고 있던 사실이 있었다. 높은 곳에 있지 않아도 위치에너지를 갖는 힘이 있다. 바로 탄성력이다. 용수철과 같은 물체는 압축하면 탄성력이라는 에너지를 갖게 된다. 땅이라는 낮은 위치에 있더라도 폭발력 있는 운동에너지로 전환될 잠재력이 있다. 이는 높은 곳에 있는 물체와 마찬가지인, 또 다른 위치에너지다.


가만히 생각하니 나는 코로나 시기 우울한 이유가 있었다. 나는 움츠러들기만 하면서 불평 했다. 쉼도 충분히 가졌고, 내가 어떤 생산적인 에너지가 필요한 상태면 이 상황을 불평하고만 있을 필요가 없다. 우리는 이 시기에 움츠러드는게 아니라 응축할 수 있다. 사회활동을 하지 않아도 집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꼭 바깥 활동이 아니어도 되는 것이다. 나의 작은 공간에서도 위치에너지를 모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는 다른 전염병과 달리 우리 사회와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거라고 말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기간이 매우 길기 때문이다. 언젠가 또 다른 코로나19가 등장할 것이라는 사실도 자명하다. 나처럼 스스로 있는 시간을 잘 보내지 못하는 사람도 이젠 다른 마음가짐을 배울 필요가 있다.


지금 이 순간,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생산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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