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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단단 Jan 14. 2021

회사 다니는 나는 '어른'이 아닌, '어른이'였다.

회사없이 홀로 서기위한 생활습관

오늘 회사를 나왔다. 노트북과 모니터 등 자산 반납을 하고, 내 모든 짐을 싸서 회사를 나왔다.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7년 넘는 시간을 있었던 곳인데, 이렇게 박스하나 들고 나올 수 있다니. 짐을 싸서 집에 가는 이 행동은 7년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낯선 행동이다. 회사를 쉰다는 큰 의미가 있는 행동이다. 그런데 막상 당일이 되어보니, 여느날 퇴근하는 것처럼 간단하다. 그냥 부서분들에게 인사하고 박스 하나 더 들고 나왔을 뿐이다. 시끌벅적할 것 없이 단순하다. 그렇게 휴직을 했다.


휴직을 하고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쉬기 전에는 이 시간들이 엄청 특별할 줄 알았다. 내가 무언가 중차대한 일을 결심하고 그 의미있는 시간을 이제 맞아들이는 줄 알았다. 뭐... 그게 맞을 수도 있지만 막상 그 시간들의 한가운데 있어보니 이 시간도 똑같은 일상이다. 아니 내가 스스로 챙겨야 하는 사소한 일상이 더욱 늘어났다.


휴직을 하자마자 그동안 회사에서 시스템적으로 지원해주었는데 스스로 해야할 것들을 체크해야 했다. 보험, 연금, 건강검진, 연말정산 등등... 그간 회사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챙겨주는 지 알 수 있었다. 졸업하는 시점부터 이 회사가 곧 나의 사회생활이었다. 회사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처리되는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게으른 나는 신경써서 하나하나 챙기지 않았다. 그렇게 해도 다들 문제없이 사는 듯 보였고, 나도 그렇게 회사생활을 해왔다.


사실 회사가 없는 지금의 일상에서 제일 크게 느끼는 건 밥이다. 자취를 하지만 나는 요리를 거의 안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거의 회사식당에서 해결했다. 이젠 삼시세끼를 무엇을 먹을지 스스로 고민하고, 장을 보고, 먹고 난 다음 설거지도 해야한다. 돈도 배로 들고, 노력도 배로 들고, 시간도 배로 든다. 내 한 몸, 하루 세끼 먹이는 일이 이렇게 큰 에너지가 드는 일인지 몰랐다.


이젠 밥도, 보험도, 연금도, 건강검진도, 연말정산도 이제 다 내가 스스로 챙겨야한다. 입사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한 나는 사실 회사를 엄마처럼 생각한 건 아닐까 싶다. 나는 '어른'인 줄 알았는데 '어른이'였음을 느끼고 있다. 어른이면 스스로 챙겨야 할 많은 것들을 회사에서 너무 잘 챙겨주다보니 관심을 크게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좋은 환경이었음에도 오히려 나는 나태한 '어른이'로 살았던 것이다.


시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시간관리마저 회사에 의존하고 있었다. 회사를 떠난 직후 일주일은 나의 게으름이 그대로 드러난 일주일이었다. 휴직하면서 나 자신을 너무 빡빡하게 몰아붙이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었다. 그 정도가 지나쳤던걸까, 결과는 오히려 역효과였다. 한 주가 어영부영 가버렸다. 시간계획이 없었던 탓이다. 회사다닐 땐 대략 '9시 출근, 6시 퇴근'이라는 시간패턴이 있었다. 회사 출퇴근 시간이 그래도 나를 규칙적인 생활패턴을 만들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초등학교때 그리던 24시간 동그라미 시간표는 아니지만 최소한의 삶의 틀이 필요하다. 일어나는 시간과 모닝루틴을 포함한 나의 일상을 관리하는 시간계획이 필요하다. Comfort Zone을 떠나는 것 자체가 용기있다고 생각했고, 주체적인 결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저 벗어나는 것만이 주체적인 삶이 아니다. 스스로의 목표를 위해 나만의 적절한 틀을 다시 만들고 그것을 지키는 노력까지가 주체적인 삶이다. 그래야 남이 하라는 대로 살지 않으면서 나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진정한 '어른이'로 살 수 있을 것 같다.


*Comfort Zone : 자신이 안락함과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 안주하고 타성에 젖기 쉬운 환경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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