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단단 May 07. 2021

건강한 몸은 소유가 아닌 임대하는 것

생활체육.

 평범하고 임팩트 없는 말이. 초등학교  교과목인 '슬기로운 생활', '바른 생활' 등의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하고, 중고등학교 시간표에 적는 어떤 체육 시간 이름 같기도 하다. 실제로 '생활체육' 검색해보면 체육 협회나 기관에서 게시한 글만 나온다. 교과서 같은 딱딱한 정의가  봐도 읽기 싫게 쓰여있다. 길을 걷다 혹시 'OO 생활체육센터'라고 쓰여있는 건물이 보인다면 나는 절대 들어가 보지 않을  같다.


그런데 나는 이 말을 상당히 많이 사용한다. 아무도 쓰지 않는 이 말을 내가 언제부터 쓰게 된 건지 모르겠다. 어디서 듣고 쓰기 시작한 건지, 혼자 이 말을 떠올린 건지 모르겠다. 나는 자칭 '생활체육주의자'다. 반짝 하는 운동은 하지 않은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에서 우주에서 600일 동안 체류한 우주비행사가 지구에 복귀하는 것을 본 적 있다. 전혀 걸을 수 없고, 손을 드는 것조차 버거운 우주비행사를 다른 사람들이 우주선에서 들어서 꺼내 주었다. 우주에 있는 동안 중력조차 견딜 필요가 없으니 그 사이 근육이 약해진 것이다. 우리의 근육이 그렇다. 건강한 몸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운동을 지불하고 매 순간 임대하는 것이다.




어느  TV 보니 연예인 차오루가 나와 자신은 엉덩이가 납작해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에서 보디빌더는 차오루의 고민 해결을 위해 힙업 운동을 처방해 줬다. 차오루와 다른 패널들이 굉장히 진지하게,  아주 열심히  운동을 따라 하고 고민은 해결된 채로(?) 코너는 끝이 났다. 나는 의아했다.


"진짜 고민 해결이 되려면 저 운동을 평생 해야 할 텐데?"


남자도 마찬가지다. 넓은 어깨를 갖고 싶은 남자면 어깨 운동을 굉장히 열심히 하면 된다. 대신 그 운동을 계속해야 그 어깨가 유지된다. 반짝이 아니라 운동으로 아예 체형이 바뀐 연예인(예를 들면 김종국)을 말하며 반박을 하는 친구들이 있다. 김종국도 운동하지 않으면 원래 데뷔할 때 몸으로 돌아가는 법이다. 김종국은 엄청난 강도로 영원히 운동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멋진 어깨와 힙을 갖기 위한 방법으로 운동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갑자기 너무 열심히 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다. 두 달간 고강도의 운동과 식단을 해서 멋진 어깨와 힙을 만들 수는 있다. 문제는 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어깨와 힙이라는 것이다. 그 어깨와 힙이 자기 것이 되려면 영원히 그 고강도의 운동과 식단을 해야 한다. 즉,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방법이라는 말이다.


나는 소위 말하는 헬창도, 보디빌더도 아니지만 자부심 있는 생활체육인이다.(왠지 멋없는 기분이지만 나는 뿌듯하게 생각한다...) 약 7년간 꾸준히 운동을 해오고 있다. 그런 내게 친구가 운동을 시작하고 싶다며 조언을 구했다. 개인 피티도 해본 적이 있으나 결국 그 이후엔 운동을 하지 않고 있는 친구였다.


"우선 운동이 생활체육이 되어야 해. 운동 강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너의 일상에 운동이 자리 잡는 게 중요해"


보통 이렇게 운동을 시작하고 싶다는 사람들은 운동 자체에 포커스를 두지, 시간에 포커스를 두지 않는다. 하지만 우선 운동을 위한 시간을 마련하는 게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일상에서 운동을 위한 시간을 먼저 할애할 것을 권했고, 그 생활을 유지해 볼 것을 권했다. 2주 후 친구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운동도 너무 힘든데 퇴근하고 헬스장만 다녀와도 시간이 너무 많이 간다ㅠ 지금 몇 번 가다 못하고 있어"

"지금은 운동을 의욕적으로 하지 마. 지금은 중량을 좀 낮춰보자. 운동 시간은 어떻게 돼?"

"한 시간 정도 했어"

"운동을 한 시간하고 있다고? 그럼 시간도 30분으로 줄여. 우선 너의 운동 시간을 지킬 수 있는 게 중요해."




군대에 전시와 평시가 있는 것처럼, 운동에도 전시와 평시가 있다. '바디프로필을 찍고 싶다', '곧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 '여름휴가를 앞두고 있다' 등의 시기가 전시다. 자신의 한계도 시험해보고, 지향하는 목표를 달성해보는 시기다. 생활체육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더 운동을 열심히 해볼 기회다. 그럴 때는 더 고강도의 운동과 식단으로 살아야겠지만 그게 평시의 운동이 될 수는 없다.


평시의 운동은 생활체육이어야 한다. 우리가 TV나 SNS에서 보는 것은 프로선수의 운동이나 보디빌더의 운동, 바디프로필 사진이지만 그건 일반인의 일상 운동일 수 없다. 자신이 지속 가능한 운동 강도와 시간을 정하고 그것이 일상에 자리 잡도록 하는 것. 그것이 당신과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진짜 운동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러닝 필수 아이템 BEST 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