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단단 Jul 08. 2023

고객을 보는 새로운 렌즈, Jobs to be done

저는 여기어때에서 Product Owner로 일하고 있는데요, 제가 속한 프로덕트 조직에서는 JTBD라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저도 일할 때 이 말을 달고 살고 있는 것 같은데요. JTBD는 Jobs To Be Done이라는 말로 ‘고객과 제품의 해야 할 일’을 의미합니다. 얼마 전, 여기어때 프로덕트 실무자들은 <일의 언어>라는 책을 읽으며 JTBD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는데요, 도대체 Jobs To Be Done이 뭐길래, 여기어때의 PO들이 이렇게 관심을 쏟는 걸까요?




애플워치 = 맥북?


어느 날, 우리 팀 저녁 식사 자리였습니다. 팀장님이 요즘 딸아이가 에어팟 맥스를 사달라고 한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예전에는 애플워치를 사달라고 조르더니 이번엔 70만 원이 넘는 고급 오디오 기능을 갖춘 에어팟 맥스를 그저 예뻐서 싶어서 사달라고 한다고 곤혹스러웠다고 하셨어요.


이 짧은 상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한 단계만 더 들어가 생각해 볼까요? 에어팟 맥스는 ‘고급 기능을 갖춘 헤드폰’이기도 하지만, ‘나를 빛나게 해주는 간지 나는 액세서리’라는 정서적 만족감을 주기도 하는 제품입니다. 팀장님에게는 전자의 역할이, 딸에게는 후자의 역할이 훨씬 크게 작용하고 있었던 것뿐이죠. Jobs To Be Done 용어로는 각각 기능적 차원과 정서적 차원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저는 예전에 딸이 애플워치를 사달라고 할 때는 어떻게 했는지 물어봤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애플워치와 맥북은 전혀 다른 기능의 상품인데 무엇이 충족되었던 것일까요? 이번에도 Jobs To Be Done 언어로 말해보자면, 팀장님의 딸은 그냥 뭐라도 생겼기에 보채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애플워치를 손목에 차고 친구들에게 자랑하진 못했지만, 친구들 앞에서 애플로고가 빛나는 맥북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즉, 애플워치로 원했던 정서적, 사회적 차원의 Jobs To Be Done이 맥북으로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기 때문에 아빠를 더 이상 보채지 않게 된 것이죠.




Jobs To Be Done이란?


이렇게 Jobs To Be Done라는 렌즈로 고객과 제품을 들여다보면, 매우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데요. Jobs To Be Done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저는 Jobs To Be Done를 3가지 요소의 상호작용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1. Customer
JTBD이론에서는 고객을 ‘어떤 상황 하에서 진보를 원하는 존재’로 가정합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특정 상황에서 더 나아지기를 원하며 순간순간 행동한다는 거죠.


2. Jobs To Be Done
그때 고객은 ‘되어야 할 어떤 일’을 갖게 됩니다. <일의 언어>라는 책의 저자인 크리스텐슨 교수는 Jobs To Be Done은 크게 세 가지 차원의 성격이 있다고 말합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기능적 차원, 사회적 차원, 정서적 차원으로 말이죠. 보통 기능적 차원만 생각하기 쉬운데 고객은 꼭 그 기능만 필요해서 구매를 하진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3. Product
제품은 고객이 그 일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고객은 어떤 제품을 활용해서 그 일을 수행하게 되죠.

Customer - JTBD - Product 의 관계


즉, 한 마디로 ‘Customer는 어떤 Product를 고용하여 JTBD를 수행한다’라는 개념이 완성됩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활용 대신 고용이라는 표현을 써서 프로덕트를 만드는 사람들이 확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이 개념의 시장적 요소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나눗셈을 처음 배울 때, 학교 선생님들이 피자를 나눠 먹는 예시를 들어 설명하는 것처럼 JTBD를 알려줄 때 사람들이 꼭 설명하는 예시가 있어요. 바로 크리스텐슨 교수의 밀크셰이크 일화인데, 이 일화를 제가 말씀드린 프레임워크를 통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밀크셰이크 일화
<일의 언어>의 저자인 크리스텐슨 교수가 고객 관찰을 통해 패스트푸드 체인의 밀크셰이크가 할 일을 ‘맛있어지는’ 것이 아닌, ‘더 걸쭉하고 든든해지는 것’으로 정의한 후 매출이 올랐다는 유명한 일화.




밀크셰이크 일화 뜯어보기

Part 1. 밀크셰이크의 진짜 할 일은?


크리스텐슨 교수는 음료는 더 맛있어져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생활에서 어떤 할 일이 발생해서 밀크셰이크를 고용하는 걸까?” 하는 관점으로 고객을 관찰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밀크셰이크를 사는 주 고객군인 오전 시간대의 직장인을 주목하게 되죠.


그들은 출근을 위해 장시간 운전을 하는데, 그때 먹을 무언가가 필요해 밀크셰이크를 사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원래 통근길에 베이글과 잼을 먹기도 했는데 차 안에서 혼자 발라먹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도넛을 먹기도 했는데 손에 묻어서 불편하기도 했고요, 대신 바나나를 먹기도 했는데 바나나는 금방 먹게 되어 남은 긴 운전 시간이 심심하기도 했어요.


교수는 밀크셰이크가 그들이 아침 허기도 달래고 통근길을 심심하게 가지 않게 도와주고 있기에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그래서 밀크셰이크를 더 걸쭉하게 만들어 오래 먹을 수 있도록 하고, 든든한 식사대용이 될 수 있도록 만들게 됩니다. 밀크셰이크라는 음료가 나아가야 할 길이 더 달고, 더 맛있어지는 게 아니라니 충격적이지 않나요? 제품을 만드는 사람은 지금 우리의 제품이 하려는 일이 진짜 고객이 원하는 것인지, 근본적인 부분에서 물음을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밀크셰이크의 JTBD


밀크셰이크 일화 뜯어보기

Part 2. 밀크셰이크의 할 일은 1개가 아니다


이 충격적인 발상의 전환 때문인지, 보통 밀크셰이크 일화는 이 부분까지만 이야기되곤 합니다. 하지만 이 일화에 대한 분석이 여기서 끝나면 반쪽 자리 분석밖에 되지 않습니다. 매우 중요한 인사이트가 하나 더 남아있는데요, 바로 밀크셰이크의 할 일은 1가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제 제품의 JTBD를 생각할 때 진짜 중요한 지점은 Another JTBD를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Another JTBD가 있는지 보라’는 이야기는 ‘다른 주 고객층이 있는지 보라’는 말과 같습니다. 밀크셰이크의 주 고객 층도 오전의 통근자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오후의 고객군이 있었는데, 그들은 아이를 돌보는 아빠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장난감 가게나 캔디점과 같이 아이들이 더 좋아할 만한 곳을 갈 수도 있었는데, 패스트푸드점에 와서 밀크셰이크를 사주고 있었죠. 이곳에 오는 아빠들의 마음은 ‘아이가 좋아할 만한 장소지만 그래도 덜 자극적인 곳이고, 건강도 조금 신경 써주는 곳이어서 양육자로서의 죄의식을 덜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아이들이 먹기 좋도록 좀 더 부드럽고 헤비 하지 않게 만들게 됩니다. Suga Free 같은 문구로 아빠의 마음을 안심시킬 수도 있고요. 오전의 통근자들을 위해 밀크셰이크를 더 Thick 하고 든든하게 만들던 것과 정반대라고 할 수 있죠.


JTBD를 알았다고 자만하면 큰 코 다칠 수도 있습니다. 사실은 전혀 몰랐던 절반의 고객층이 존재하는데 놓칠 수도 있죠. 하나의 제품이라도 고객은 각기 다른 이유로 그 제품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에 따라 제품의 JTBD도 여러 가지였던 것이고요. 모든 세부 고객의 JTBD를 맞출 수는 없지만, 우리 제품의 주 고객군이 하나가 아니라면 여러 JTBD를 파악해 제품을 다각화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오전의 밀크셰이크는 걸쭉했지만, 오후의 밀크셰이크는 부드러웠던 것처럼요!

밀크셰이크의 Another JTBD



PO가 고객을 보는 렌즈, Jobs To Be Done


이 JTBD 프레임워크를 PO의 업무 관점에서 정리해 볼게요.


고객은 언제나 특정 상황에서 자신의 어떤 JTBD를 수행하기 위해 무언가를 고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JTBD가 완벽히 수행이 되지 않는다면 고객은 불만족감을 느끼게 되죠. PO는 고객 관찰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한 문제를 발견하고 고객의 JTBD를 정의합니다. 그리고 그 고객의 JTBD를 정확히 타겟하는 프로덕트를 만듭니다. (이 프로덕트가 새로운 것이라면 0 to 1의 제품 개발, 기존 프로덕트를 개선하는 것이라면 1 to N의 제품 개발이 됩니다)

Jobs to be done 프레임워크


프로덕트가 고객의 JTBD를 정말 잘 수행해 준다면 시장에서 고객의 선택을 받게 됩니다. 고객은 이전처럼 행동하지 않게 되며 고객의 행동 양상은 달라지게 됩니다.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에 개별 업체에 숙박 예약을 하지 않고, 이젠 여기어때와 같은 OTA를 통해 숙박 예약을 하는 것처럼요.


그러나 JTBD란 한번 찾았다고 해서 끝나는 성격의 것이 아닙니다. 마치 생명체처럼 계속 변할 수도 있죠. 지금 프로덕트가 JTBD를 제대로 보고 수행하고 있다고 해서, 고객의 상황과 행동이 바뀌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래서 PO는 Jobs to be done이라는 렌즈로 고객을 보면서 우리 프로덕트가 계속해서 JTBD를 잘 해결하고 있는지, 고객의 상황이 바뀌고 행동 양상이 바뀌며 JTBD가 달라지고 있지는 않은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Jobs to be done이라는 렌즈는 우리가 타성에 젖지 않도록, 기존 프레임에 갇히지 않도록, 계속해서 고객의 진보를 도와주고 있는지 체크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막상 여러분이 담당하는 프로덕트의 JTBD를 생각하기 막연한 느낌이 든다면, 본인이 이번 달에 구매한 물건이나 주로 사용한 앱을 떠올리며 JTBD를 생각해 보세요. Jobs To Be Done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본질을 정확히 생각하는 것이거든요. 사소한 일상에도 자주 적용해서 생각해 보는 것이 JTBD 관점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답니다 :)




▶︎ 여기어때 블로그 동시 게재

→ 고객을 보는 새로운 렌즈, Jobs to be don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