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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Oct 18. 2022

나가면 기분은 좋지만 힘든 이유

 둘째 날 마지막 코스는 아쿠아리움이었다. 오전에는 해변 열차를 타고 엘시티 전망대에 올라갔다 왔고 마린시티에 위치한 뷔페에서 식사를 마쳤다. 부른 배를 소화시킬  아쿠아리움까진 걸어갔는데 도착하고 나니 진이 빠지고 시간도 빠듯했다. 기사님이 주차 문제로 40분까지는 나오는  어떻냐며 재촉하는 바람에 모이는 장소도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하고 흩어졌다. 6학년이니 대충 눈치만 살펴도 모임 장소쯤은 거뜬히 알아낼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혹시나 싶어 마주치게 되면 '끝으로 나오면 '하고 개별적으로 말해주기도 했다.

 다양한 해양 생물들을 관찰하고 사진을 찍으며 체험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왜 아쿠아리움엘 가냐며 불평을 늘어놓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즐거워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다 모이는 시간이 10 정도 남았을  2층짜리 전시관을  훑으며 시간을 안내했다.

 "10분 남았어, 슬 나갈 준비 합시다."

 "선생님 근데 어디로 가야 끝이에요?"

 의외의 난관은 언제나 존재했다. 전시관의 '끝'이 어딘지 파악하지 못한 학생들이 많아 양몰이를 하듯 같은 자리를 몇 번 왔다 갔다 했다. 대게 전시관을 와 본 친구들은 길만 따라가면 그곳이 끝이라는 걸 아는데 몇몇 학생들은 시작한 곳이 끝이라고 생각하고 반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슬슬 걱정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대망의 40분. 10분 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3명의 학생이 없었다.

 "짝지가 전화해봐."

 현장체험학습에 나오기 전에 짝지끼리 연락이 쉽게 닿을 수 있게 해 둬서 다행이었다. 세 명 중 두 명은 전화를 받고 소재를 파악할 수 있었다. 들어 보니 아쿠아리움 입구에 있었단다. 그런데 한 명은 연락 닿지 않았다. 짝지가 연신 전화를 해대도 통화음이 넘어가고 아무 응답이 없었다.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급하게 아쿠아리움 측에 도움을 요청했더니 방송은 할 수 없다 했다. 기가 찰 노릇이었다. 성인보다 학생이 견학을 많이 오는 이곳에 그런 시스템이 전무하다니. 직원이 무슨 힘이 있겠냐만 어떻게 안 되겠냐 간절히 쳐다보니 조그마한 무전으로 서로 연락을 주고받는 것 같았다. 무전으로 어느 세월에 이 넓은 곳을 훑어볼 건지 영 답답했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다. 나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부장님도 서두르는 눈치였다. 버스도 도로변에 차를 세워두고 네 반을 기다리고 있었던 터라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기사님들도 빵빵거리는 차량 때문에 식은땀 꽤나 흘리셨을 거다. 급한 대로 다른 선생님들께 학생들 인솔만 맡기고 샅샅이 살피러 전시관으로 들어갔다. 실종된 학생에게 세 번 네 번 전화를 걸어도 전혀 응답이 없었다. 그 사이 네 반은 탑승이 끝났다.

 그때 부장님께 전화가 왔다.

 "쌤, 여기 다 있어요! 빨리 와요!"

 한편으로는 안심이 됐지만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버스에 타자마자 어딜 갔었냐고 전화는 왜 안 받았냐고 닦달하니 모이는 장소를 몰라 먼저 탑승했다며 잔뜩 주눅이 든 채 말했다. 꼭 그 아이 잘못은 아닌데 내가 너무 몰아세운 거 같아 우선 거기서 일단락했다.

 안 그래도 아침부터 쭉 걷기만 해서 다리가 아팠는데 잔뜩 긴장한 탓에 녹초가 된 채로 학교에 도착했다. 다음 날 안전 교육을 다시 한번 시행하며 그래도 모두 안전하게 다녀온 건 잘 협조해 준 덕분이라고 따뜻한 말을 남기긴 했는데 곧 있을 롯데월드 현장체험학습이 심히 걱정스럽다.

 교실에 앉아서 수업하는 것보다야 밖으로 나가는 게 편하긴 한데 돌발 사안이 항시 발생하는 게 문제다. 그래도 나갈래 수업할래 묻는다면 나는 나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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