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yu Jun 01. 2022

6분 소설가 하준수

'나는 교사다' 서포터즈 1기, 위즈덤하우스

조만간 연지에 대한 소설도 하나 써야겠다. 제목은 '너의 따끔거리는 머리카락' 좋을  같다.
-6 소설가 하준수,이수용-

 임용 괴담을 들은 것 중에 제일 끔찍했던 건 도서관 문 열고 들어가서 문 닫을 때 나와야 한다는 말이었다. 12시간이 넘는 시간을 어떻게 도서관에만 앉아 있으란 말인지, 다들 허풍이 좀 심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좀 다른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주기적으로 땀을 흘려줘야 스트레스가 덜 쌓일 거 같았다. 어떤 운동을 할까 고민을 하다 런던에서 잠깐 살 때 다수의 남자들이 우락부락한 게 기억났다. 그래서 많고 많은 운동 중에 헬스를 선택했다.


 주짓수를 시작하게 된 건 헬스를 4년 정도 했을 때다. 정체기가 길어지니 운동에 흥미도 잃었는데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다 보니 몸도 망가지는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항상 더부룩한 게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었다. 운동에 광적으로 집착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취미를 찾아 나서야 했다. 그때 선임이 추천해줬던 주짓수가 생각났고 주짓수 도장을 찾아갔다.


 뭐든 마음먹기가 어렵지 몸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적응하는 건 금방이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릴 힙하고 특이한 거 없을까, 방학을 알차게 보내면서 내가 아주 잘 살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데.'

 이런 마음으로 시작했던 게 서핑이다.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생각보다 새로웠고 제2의 취미로 만들려는 계획은 보드 장만을 차일피일 미루며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보드가 너무 비싸다. [6분 소설가 하준수]에서 준수는 내가 서핑을 시작한 계기와 비슷한 마음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준수는 연지를 좋아한다. 연지와 같이 일하려고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었다니 초등학교 4학년이 로맨틱하기도 하다. 그런 준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연지는 준수가 책을 많이 읽지 않는 거 같아 보이니 곁을 내어주지 않았다. 연지의 이상형은 독서왕인가 보다. 그게 되려 준수가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됐다. 소설가 다운 면모다. 뜨거운 감정이 사람을 일으키고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민감한 것에 어릴 때부터 재능이 있었다고 하니 부럽기도 했다.


 첫 시작이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작가로서 성공한 준수의 삶을 짧은 이야기로 지켜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글은 잘 쓰려고 하다 보면 길을 잃기 쉬운 거 같다. 쓸데없이 힘이 들어간 문장들이 글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 아닐까. 준수가 학교에서 써 준 소설들이 그다지 인기를 얻지 못한 이유도 부담감이 크게 작용한 거 같았다. 개구쟁이 친구의 콧대를 납작하게 눌러주겠다는 부담과 연지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부담은 준기의 실력이 오롯이 발휘되지 못하게 만들었다. 글쓰기를 포기하려는 찰나, 준수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던 건 동생 덕분이었다. 동생의 도움으로 자신의 글을 다시 쓰기 시작한 준수가 자랑스러웠다.


 뭔가를 오래 한다는 게 꼭 성취를 뜻하지는 않는다. 헬스는 6년 동안 꾸준히 했지만 몸의 변화는 전혀 없다. 주짓수도 2년 좀 넘게 했지만 여전히 못한다. 그래도 그만두지 못하는 건 오래 쌓아 온 세월들이 아깝기 때문이다. 주짓수의 경우 체육관 사람들이랑 헤어지는 게 싫기도 하다.


 글쓰기를 시작한 게 아직 1년이 안 됐다. 20살 때부터 책 한 권 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으나 이제는 그런 꿈도 사치인 거 같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다 보니 세상에 글 잘 쓰는 사람도 너무 많고 삶이 곧 콘텐츠인 사람도 많아 보였다. 사기가 한풀 꺾이지만 그래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건 그냥 해야 하는 일이라서 그렇다. 가뭄에 콩 나듯 찾아오는 영감을 글로 남겨두고 싶기 때문에. 내 마음은 사진으로 찍어서 보관할 수 없으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도시에 물이 차올라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