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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Nov 10. 2022

지각

'나는 교사다' 서포터즈 1기, 위즈덤하우스

아기 고양이는 파르르 떨고 있었습니다. 그는 서둘러 차에서 내렸습니다.
-지각-



 버스로 통학하다 보면 고통스러운 상황을 마주할 때가 있다. 누군가의 카드 잔액이 부족하다는 진땀 나는 기계음이 들리거나  멀리서 위태롭게  있는 노인을 보거나 무거운 물건을 이고 지고 오르내리는 아주머니를 보는 순간, 고민이 시작된다. 지금에야   감고 행동에 옮기는데 학생 때는 부끄러움이 많아 속으로만 전전긍긍하고 말았다.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내가 나서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다 보면 기회를 기 마련이다. 나는 이상하게 그게  싫었다. 나쁜 사람이   같아 괴로웠다. 선행에 필요한  마음이 아니라 용기나 붙임성이라는 , 한없이 소심한 스스로가 부족한 사람인  같아 가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눈 한 번 딱 감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하고 많은 감각 중에 차단해야 하는 게 왜 시각인가 생각해 보면 타인의 시선에 의연할 수 있어야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는데 거리낌이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눈에 뵈는 게 없어야 무모할 수 있다. 감히 출근길에 차를 멈춰 세운 사람처럼.

 버스에서 발만 동동 구르며 연신 어떡해 하는 신음을 내던 사람이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아니, 그는 오히려 나보다 나은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나라면 부들부들 거리는 마음과 다르게 무심한 표정으로 다리를 건너는 고양이를 바라만 봤을 테니. 누군가 먼저 차에서 내려 아기 고양이를 번쩍 들어 안지 않았다면 아마 그가 기사님에게,

 "아저씨, 여기 좀 내려 주세요."

 용기 있는 한 마디를 내던졌을 수도.


 선행도 접미사 '-하다'가 붙지 않으면 다 허울 좋은 명사에 불과하다. 확실한 건 접미사를 붙이는 과정이 짧을수록 선행의 한자 뜻 그대로 먼저 움직여 고양이를 구할 수 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빨리빨리의 민족답게 이것저것 재지 말고, 내가 먼저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따뜻한 풍경을 매일매일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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