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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Jan 26. 2023

나 얘들 좋아하는 거 맞네

 올해는 감정적으로 버거웠다. 교사와 관계를 맺는 사람이라면 인류애를 발휘해 종업 후에 우울시키는 정성 정도를 탑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법으로 규정하면 더 좋고. 아무렴 교실 밖의 일이 교실 안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학부모나 학생이 교사를 반길까. 교사가 취급주의 딱지를 붙이고 앞에 서 있으면 서로 불편하다. 그러니 제발 교사에게 상처 주려거든 종업 후로 부탁드린다. 이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요청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의 경우 차라리 일을 하는 게 우울증을 다스리기 쉬웠다. 장거리 뜀박질이 힘들었을 뿐. 특히 겨울 방학 앞에서 나는 어떻게든 견뎌내고자 감각의 신호를 일체 차단시켰다. 이전에는 무기력을 느꼈다면 그땐 정말 무기력이 나를 느꼈을 정도로 나는 전복돼 있었다. 우리가 연인이었다면 진즉에 헤어졌을, 그런 마음으로 방학을 맞이한 나는 코로나 때처럼 몸이 아팠다. 과도한 고민과 답 없는 질문들을 쫓으며 쓸모없음을 한탄하느라 30일을 허비했다. 방학 중 종종 교실에 앉아 있을 땐 30명 남짓 수용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의 기체를 홀로 소비한다는 사실이 거북했다.

 드디어 오늘, 학생들이 자리에 앉고 소리가 채워지고 떠난 자리에 온기가 남는 날을 보내며 확신했다. , 얘들 좋아하는  맞네. 소유했다는 착각에  마음대로 아이들을 바꾸려 했는데 아이들은 자꾸 엇나갔다. 그들은   무능함의 증명이었다. 그게 내겐 스트레스였고 그들이 스트레스의 근원이라서 지긋지긋한 줄로 착각했는데 사실은 호감이 지나쳤던 것이다.

 졸업이 곧이다. 안전사고만 없으면 된다.  과목 마지막 단원도  내용은 없어 수업을 들어도 그만  들어도 그만이다. 수업과 생활에서 오는 부담이 적어지니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존재만으로 너무 귀한, 마땅히 사랑받아야  천진함이 두드러졌다.

 오랜만에 보드게임을 같이 했다. 가볍게 즐기며 개학식의 설움을 달래줬더니 더없이 행복했다. 성장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빠진, 종업식을 12일 앞둔 오늘, 나는 아이들과 박장대소하며 재밌게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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