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yu Jan 24. 2023

연진아, 곧 개학이야

 글쎄,  연진에게는 28일이라는 기간이 어떻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어차피 보모가 있을 테니 상관없으려나. 대한민국 대표 초등 교사 동운과 내게 방학은 언제나 짧다. 초등학생 땐 친구들이랑 놀고 투니버스에 빠져 사느라 짧았다고 치자. 여행 한 번 못 가고 집에 틀어박혀 공부만 했는데 벌써 개학 이틀 전이다. 시골 한번 다녀오고 서울 한번 다녀오긴 했지만 결코 놀기만 한 것은 아니니 무효로 치겠다. 내 마음이다.

 허망하나  편으론 환호한다. 나란 인간 특성상 시간이 남으면 쓸데없는 생각으로 가득  밑으로 가라앉기만 한다. 차라리 일이라도 하면 활기 지. 문제는 겨울 방학과 종업식 사이에 애매하게 남은 12일을 어떻게 보낼지가 관건이다. 학생 기분이 들떠 집중도 못하고 6학년의 경우 졸업을 앞둔 시점이라 몸만 학교에 있지 마음은 중학생이나 다름없다.

 다행히 미술 준비물을 잔뜩 남겨뒀다. 6-7 공방이라 불러 주시라. 스퀘어 백 만들기, 지점토 트레이 만들기, 전통 문양 등 만들기, 한지함 만들기, 연 날리기. 벌써 16시간치 수업 계획이 끝났다. 겨울 방학 전, 악착같이 버틴 보람이 있다. 수업도 과목마다 한 단원씩 남겼으니 진도 나가면서 미술 작품 제작을 하다 보면 어느새 12일이 훌쩍 지났으리라.

 부산시교육청이 무슨 바람인지 올해 종업을 일찍 앞당겨 준 바람에 차년도 준비할 시간이 넉넉한 건 무척이나 다행이다. 항상 빠듯하게 교실 청소, 뒤판 꾸미기, 수업 준비를 하는 실정이 답답했는데 드디어 교사의 목소리를 좀 듣나 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2학년도가  끝이다. 다짐하기로는 마지막 날에 진영이 허락을 구한   껴안아 주면서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언제나 마르지 않는 사랑이 고팠던 진영이. 무뚝뚝한 선생님이라 많이 표현해 못한  기도  자꾸 눈에 밟혔다. 이대로라면 진영이의 미래가 얼마나 아플지 알기에, 22년도에 내가 아팠던 만큼 준영이의 10 뒤가 아프지 않았으면 한다.

 아니다, 진영이만 안아주면 또 서운하다고 난리 칠 수도 있으니 공개적으로 안기고 싶은 사람은 안기고 아닌 사람은 말기로 하자. 그리고 진영이는 따로 불러 꼭 껴안아 주면서 너는 너무 소중하다고, 우리가 아침마다 거울 보면서 웃고 스스로 칭찬하던 의식을 꼭 중학교 고등학교 가서도 하라고 말해줘야지.


 아무튼 더 글로리 덕에 초등학교에 포커스가 맞춰진 지금 교육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싶다. 학교 폭력만이 문제가 아니라 점점 벌어지는 학력 차, 아직도 잔존하는 가정 폭력, 사회에 이끌려 다니기만 하는 교육청, 악성 민원 등이 뿌리 뽑히면 좋겠다.

 연진아, 힘 좀 써 봐. 동운이 어차피 내년에 2학년 하면 교무 부장 확정이라 바쁠 거야. 그리고 팁 좀 주자면 교사는 슈퍼 을이라 교육청에 아무 민원 넣으면 담임 바껴.

매거진의 이전글 부산에 가루눈이 내리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