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yu Jan 31. 2023

스퀘어백을 만든다는 것

내가 10개는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

 복지 사업비로 꽤 큰돈이 생겼다. 동학년 선생님들과 의논 끝에 아기자기한 스퀘어백을 만들기로 했다. 준비물 담당이라 인터넷을 살펴보는 중에 '바늘 없이 만드는 DIY 스퀘어백'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그게 화근이었다.

 '바늘 없으면 쌉가능이지.'

 재작년엔 코바늘 뜨기로 수세미를 만들었다. 내가. 그때의 실패를 계기로 작년엔 스킬 자수를 했다. 그것도 정신차리고 보니 내가 만들게 있었다.  하든 내가 해야 하는, 요즘 아이들의 솜씨에 좌절했다.

 올해는 커다란 바늘과 , 구멍이 뚫린 스펀지로 바느질만 가르치고 말았다. 또다시 내가 20개를 만드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그러니까 그 바느질은 2학기 초에 하고 말았던 수업이다. 다행스럽게도 구입했던 교구가 초등학생이 하기에도 직관적이고 쉬웠다. 수업이 말도 못 하게 부드럽게 진행됐고 나는 매듭 몇 번 묶는 것 외에는 손 쓸 일이 없어 좋았다. 그 기억이 나를 방심하게 했다.

 '바늘이 없는' 괄호치고 '그렇지만 굉장히 손이 많이 가는' 스퀘어 백은 성인인 내가 만드는 데도 2시간이 걸렸다. 물론 4시간 짜리라고 생각은 했지만 고리를 다는 법, 실 진행을 꺾는 법, 새로운 실로 바꾸는 법, 실이 끝났을 때 대처 등 숱한 고난은 구입 시 미처 인지하지 못 했다. 이거 잘못하면 6시간은 걸리겠다.

 어제 스퀘어백을 처음으로 만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우성에 귀가 아팠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소리는 한 형태소다.

 "앵?"

 영상을 보여주든 실물 화상기로 보여주든 뻔히 보이는  '?'으로 반응하는 무성의함. 모자람이라고 하진 않겠다. 나도 초등학생 때까지(사실 지금도) 리본을 이상하게 묶으니까. 그러나 '?'이라니. ''이나 '선생님 모르겠어요' 아니라 당황, 무시, 무관심 등이 섞인 의성어라니. 나는 목덜미에 흐르는 차가운 피의 흐름을 생생하게 느꼈다. '' 파도타기라도 하듯 삽시간에 온통 번져 우리 반을 장악했다. 한두 명이라면 손을 붙잡고 가르치겠는데 절망적이다.

 나는 초등학교  문구점이 다시 영업하면 좋겠다. 확실히  또래는 여러 공작들을 혼자서   있을 정도로 손이 야무졌다. 지금은 간단한 종이 접기마저도 선생님 손을 탄다. 공작 열등생은 1:1 아니고서야 가망이 없다. 손을 맞잡고 하지 않으면 모기처럼 앵앵거리니. 기실, 맞잡고 하더라도 못하는 학생들은 못한다. 그땐 깔끔하게 포기하는 것이 서로에게 이롭다.

 "못해도 잘 살아. 그냥 다른 친구 하는 거 보고 있어."

 스트레스 받지 말자. 졸업이 코앞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 얘들 좋아하는 거 맞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