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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규김 Oct 15. 2023

경애(敬愛). 빗속을 걸어가는 법

광규와 함께 글을

글이라는 여정

글을 쓰는 일이란 평생에 걸친 여정이다. 그 과정은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속에 쌓아둔 것들과 재조립하여, 푸근한 날숨으로 내뱉는 일들을 말한다. 때문에 마음을 급하게 먹을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한들 늦장을 부리는 일이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글은 고독한 길일 때도 있지만, 글은 늘 바깥을 향하고 있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글이란 언제나 독자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글을 완성시켜 주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소통이라 할 수 있다. 독자는 좋은 저자를 만나는 것이 복이며, 저자는 좋은 독자를 만나는 것이 복이다. 때문에 글을 쓰는 일이란 것은 때로는 뜻 없이 내리는 듯 보이는 무수한 빗방울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과 같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 속으로, 그리고 언제 어떻게 영감을 줄지 모르는 세계 속으로 들어가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글이란 사랑이다

나는 글을 사람을 사랑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글이 사람에게서 나오거니와 글은 사람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의 힘은 사람을 넘어 세계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여러 가르침과 도덕적 변화가 이것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은 사람의 정신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글은 사람의 정신을 변화시킨다. 인간은 교감하고 공감하는 동물이기에 우리는 이 고등정신을 통해 인격이란 것을 형성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 없는 글은 그것이 아무리 수려하더라도 울리는 굉가리와 같다.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사도 바울의 유명한 글. 성경에서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구절인 고린도전서 13장의 첫 구절이다. 이 장의 별명은 '사랑장'이라 부를 만큼 사랑에 대하여 순도 높은 고찰과 정의를 담고 있다.


빗속을 걷다

그렇다면 사랑은 무엇이냐 기꺼이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는 길이며, 사람에게 젖어드는 일이다. 내게로 떨어지는 무수한 마음들. 그 수많은 내면의 파편을 모아 문장으로 기억하는 일이다. 이것이 내 안에 자리 잡아 하나의 구조를 형성할 때에 우리는 그것은 보다 고차원적인 '기억'이라는 개념으로 부른다. 논리적이지만 합리적이지 않다. 다시 생각해 보면 기억과 감정은 그다지 논리적이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왜곡과 망각이 다분히 섞여 선명할지라도 정확하지 않은 어떤 것이 되기 때문이다.


당신은 나와 함께 글을 위한 여정을 걷고 있다. 그러나 나와 교제하는 과정을 넘어 당신을 더욱 알기 위한 스스로의 감찰이다. 그 무엇보다 가까운 폭풍우는 내 안에 있다.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덮개를 열면 거센 빗방울이 떨어지는 두려운 소리를 듣는다. 피부가 따갑고 귀가 아픈 와중에서 앞으로 걷기란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춥고 외롭기 때문이다. 이때에 이 가운데를 지나는 일이난 마음속에 품은 등불 곧 '사랑'이라 부르는 따스한 빛을 필요로 한다.


누군가 사랑으로 나를 두드리더라도 그 안을 가로질러야 하는 것은 그 누군가의 말을 품에 안고 달려가는 나의 의무로 남아있다. 분노도 두려움도 누군가 내게 준 것이 아닌 내가 만들어낸 나의 해석과 환상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다르게 보는 것. 이것이야말로 사랑의 힘이다. 사랑은 참으로 세계관을 전복케 하는 가장 강력한 인력이기 때문이다.


글을 적으라. 경애를 품고서 내게 귀를 기울여 내 말을 전하라. 그리고 전할 때는 내가 말하려 하는 이들을 마음 깊이 묵상하며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이것은 우리에게 가장 아름답고 거룩한 일이 될 것이다. 사랑은 신적인 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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