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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규김 Mar 11. 2022

노래를 듣다가 눈물이 흘렀다

마음이 연약해져 있다면

한동안 음악을 듣지 않았다. 그 좋아하던 가수들의 노래도 듣지 않았고, 언제나 배경음으로 깔아놓던 재즈 피아노 영상도 틀지 않았다. 당연히 흥얼거리던 노랫소리도 더이상 내지 않았다. 


오로지 적막 속에서 일상을 살았다. 그곳에는 어떤 웃음도 없었고 흐느낌도 없었다. 하루가 지나길 바라면서 무의미한 노동과 여가로 돌아오지 않을 인생의 파편을 흘려보냈다. 


언제나 배터리가 충전된 상태로 가지고 다니던 에어팟을 꺼내들었다. 걸어야할 거리가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나는 음악을 듣기로 했다. 삶의 자리에서 나오는 소리들을 소음으로 규정하고 더이상 듣지 않기로 했다. 


짧은 찬양 한곡을 들었다. 익숙해진 뒤로는 음원을 찾은적도 없는 그런 노래였다. 자리에 멈춰섰다. 반주와 노래가 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진 것일까. 고개를 살짝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 높음도 저 광활함도 그리고 저 자유로움과 단순함 조차도 내게는 너무나 멀리 떠나가버린 것들이었다. 매일 내 머리위에 있던 구름과 햇살이 무척이나 낯설어보였다. 그렇게 나는 눈물을 흘렸다.


무척이나 마음이 약해져있었나보다. 퇴근길 지하철 소음을 피하려 그리고 무료한 시간을 피하려 들었던 노래를 들으며 다시 눈물이 흘렀다. 몸이 지치고 마음이 여려져있을떄 음악는 나의 내면을 가장 솔직한 영역으로 끌어당겼다. 


그 소리, 그 언어, 그 표현들 함축되어있는 감정의 독백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화음의 행렬. 누군가의 호소와 감정 조차도 받아들일 수 없을만큼 여유를 잃었던 나의 마음에 조용한 울음을 가져왔다. 모두가 무심했던 그 거리 위에서 나는 한가지 결심을 가졌다. 다 포기하겠노라고 그리고 새롭게 시작하겠노라고. 


살기 위해, 행복하기 위해 그리고 사랑하기 위해... 내가 해온 모든 일들에 의문을 갖게한 지금의 자리에서 조용히 그리고 홀연히 떠나겠노라 나는 다짐했다. 


지쳐서 아무 생각이 들지 않을 때가 있다. 누구의 목소리도 듣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마음과 육신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인격체가 기계적인 도구로 전락되던 어느날 조용히 마음 한 귀퉁이부터 스며드는 소탈한 위로가 있다. 내게는 그것이 음악이었고 가사였다. 만남조차 피하던 나에게 조용히 흘러들어오던 누군가의 고백이었다. 고백으로 살아왔고, 고백으로 살아가겠노라 다짐했던 한 사역자에게 확신을 잃고 흔들리던 한 전도사에게 그것은 존재를 이어주는 끈으로 찾아왔다. 


정말로 여유를 잃은 사람은 노래를 듣지도 하늘을 올려다보지도 못한다. 동심을 잃고 꿈꾸기를 박탈당한 어른들은 어느새 낭만을 잃고서 위로에 허덕이지만 서서히 죽어감을 무뎌짐으로 착각한채 불행에 잠겨 스스로를 잃어간다. 


그런 글을 그리고 그런 노래를 나는 쓰고 싶었고 부르고 싶었다. 사람이 사람의 글을 찾는다는건 그 마음속에 뜻모를 외로움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항상 생각해왔다. 그것이 동기가 되어 나는 글을 썻고 누군가에게 보여줬다. 내가 외로워서 그리고 누군가가 외로워서 나는 여전히 노래를 부르고 글을 쓴다. 마음이 마음을 받아들이고, 마음이 마음을 찾는다. 그것이 창작이며 예술이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영감의 뽐냄이 아니라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고독한 사람의 외침이었다. 글도 노래도 그리고 그림까지도 외로움에 파뭍혀 죽기 싫은 누군가의 발악이었다. 


내가 그대에게 들려줄 그리고 그대로 하여금 읽게할 모든 것들은 그런 나의 모든 인격이었다. 전인적인 만남으로 우리는 아픔을 해소하고 삶을 덤덤히 받아들인다. 그러니 그대도 아끼지 말고 표현했으면 좋겠다. 맞잡은 손이 그리워질 어느날 나는 다시 귀를 열어 음악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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