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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규김 May 05. 2023

비 오는 여름에서

올여름은 비를 만나게 될 날이 많다고 합니다. 어느 아침 눈을 뜨면 창 밖에 투닥거리는 빗소리를 들을 수 있고, 문을 나서며 오늘 우산을 잘 챙겨갔나 사랑하는 사람을 한번 더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올여름 우리는 한 번 더 나로부터 시선을 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신 있게 이뤄둔 것이 없는 한 해가 절반을 채우고 남은 기한을 채근합니다. 다르기로 마음먹은 만큼만 감수한다면 비가 눈이 되는 그날에는 감격을 누릴 수 있겠습니다.


비가 오니까 생각이 나서 저도 한번 이곳에 왔습니다. 제가 찾아가는 길은 늘 글이 있나 봅니다. 저는 이 관계가 좋습니다.


해를 만날 수 없지만 두렵지 않을 것은 우리는 빗속에서도 걸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조금 어둡고, 조금 더 춥고, 때때로 미끄럽겠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의지할 것이라곤 한 손에 여며진 우산뿐일지라도 우린 괜찮을 겁니다.


이 우산 속 작은 품 내어줄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이 마음 한편에는 다시 누군가 머물다 갈 공간이 생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포기하지 마시길. 포기하지 않고 그 곁을 내어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행복하길 바라는 만큼 당신이 비를 피할 조촐한 품에 의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결국 햇살과 빗방울을 내리는 저 하늘의 높은 품이 우리를 여미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아래 단단히 붙잡혀 숨을 쉬고 살아갈 뿐입니다. 더없이 넓은 손이 우리를 붙잡고, 모든 것으로부터 피하게만 하지 않으니 우리는 이 바람과 공기 속에 열매를 맺어갑니다.


우리가 다 내어주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은 지극히 높은 어느 곳의 빛이 모두를 채우기 때문입니다. 이 보다 더 갈구할 사랑이 없으니 다만 사랑만 하여도 모두의 삶은 충분할 것입니다.


다음에 또 말을 걸러 찾아오겠습니다. 긴 글에 경청해 주어 감사드립니다. 또 외로움이 불쑥 찾아오면 그때는 다시 저를 만나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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