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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곰 Mar 31. 2022

아이가 자랐다고 느낄 때

초등언냐의 생활


며칠 전에 아이가 보는 만화의 장난감인 ‘카드캡터 체리 카드’가 왔다. 중국에서 와야 하는 물건인데 중국이 코로나로 통제되는 바람에 3주나 기다렸다 받았다. 오매불망 기다렸던 장난감이라 엄청 신나 했던 카드였는데 오늘 놀이터에서 놀다가 잃어버렸나 보다.


큰일 났다고 말하며 전화하길래 속상하겠지만 밖에 가지고 나간 물건은 잃어버릴 수 있다고 얘기해주었다. 더군다나 가방에 넣어둔 것도 아니고 놀이터 오두막에 두고 돌만 올려두었으니 누가 가져갔을 수도 있고 아니면 바람에 날려갔을 수도 있다고. 일단 주변 아이들에게 혹시 봤는지 물어보고 없으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놀이터가 집에서 보이는 곳이라 혹여나 아끼던 장난감을 잃어버리고 속상한 마음에 힘들진 않을까 내려다보니 친구들과 얘기도 하고 왔다 갔다 돌아다녔다. 연신 찾았던 것 같다. 그러더니 잠시 후에 다시 전화가 왔다.


“엄마, 놀이터 다 찾아봤는데 없어. 관리사무소에 얘기해볼게.”

“응? 관리사무소에 얘기한다고?”

“응. 관리사무소에 가서 물어볼게.”


분실물을 관리사무소에 맡길 수도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는지 가서 얘기하고 온다고 했다. 엄마 없이 어른에게 찾아가 부탁을 하는 것이 처음인데 과연 메시지는 제대로 전달할 수 있으려나 내가 다 긴장이 됐다. 하지만 아이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없었다.


잠시 후 다시 전화가 왔다.


“관리사무소에 갔더니 아직 분실물 들어온 게 없대. 그리고 엄마 연락처 알려줬어. 혹시라도 찾으면 연락 준대.”


잘했다고 칭찬해주면서 어떻게 관리사무소에 물어볼 생각을 했냐고 물었더니 친구들이랑 얘기해보고 생각해냈다고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옆에 딱 붙어 있던 꼬꼬마 아이였는데 언제 이렇게 자랐지. 아이가 훌쩍 자란 것이 느껴졌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이후로 때때로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것을 느낀 적은 있었는데 이제 문제가 생겨도 친구들과 상의해서 해결하는 모습이 오늘따라 유독 대견했다. 내 마음이 꽉 차게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았다.

 

학령기에 들어서니 아이에게도 본격적인 사회생활이 시작됐다는 생각이 든다. 제도권 안에서,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에 부딪히겠지만 아이가 스스로 헤쳐나가길 기다려주고 믿어주는 엄마이고 싶다. 내 기준으로 어설픈 조언을 하느라 아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길 바란다.




문제의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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