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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쁘삐 Jan 09. 2023

6. 이유를 다 헤아릴 순 없지만

몬스테라 알아가기

몬스테라


인테리어 식물의 대명사.

남들 다 키우니까 웬만하면 키우지 않으려고 했는데요....

예... 결국 들였습니다.

몬스테라님 집으로 모셔오던 날. 잘 부탁해.

테이크아웃 커피 대신 식물 담는.. 나는야 식물사냥꾼.

아침마다 이슬로 인사해주는 예쁜 내 몬스테라

저녁에 물을 주면 다음날 잎끝에 동그랗게 맺혀있던 이슬.

식물에 물을 주는 것은 영양분을 흡수해야 하는 저녁보다 이른 아침이 좋다지만, 퇴근하고 나서 물 주는 것이 일상이다 보니 아침이면 이렇게 된다.

(얘들아 미안해 그치만 귀엽다)

구멍난 잎의 첫 등장

몬스테라의 성장속도는 어마어마했다. 열대식물인 걸 감안하면, 우리 집 햇볕이 부족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몬스터'라는 별명의 소유자답게 잎도 쑥쑥, 뿌리도 쭉- 아주 잘 적응해 주었다. 첫 잎은 기존의 잎들과 달리 구멍이 송송 난 잎이어서 더 특별했다.

첫 새순 성장기

돌돌 말려있던 새 잎.

그 모양이 궁금해 자꾸만 들여다보았던 날들.

억지로 펼쳐보고 싶은 마음을 접어두고서, 며칠 지켜보았더니 밤 사이 사르륵 잎이 풀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깜짝 선물을 열어보는 기분.

집사야 집이 좁다..

몬스테라는 뿌리가 튼실한 식물이다. 사실 튼실하다는 표현은 귀여운 정도. 뿌리가 아래로 향하면 다행이고, 어떨 때는 내키는 대로 뿌리를 뻗는데(일명 공중뿌리) 옆 화분들로 침투하기 일쑤다. 뿌리가 슬릿 화분 사이로 비집고 나오면 위기다. 


두둥 - 분갈이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 집사야 쉴 생각 하지 마)

새 집에 순식간에 적응해서 새 순을 내어준 몬스테라

슬릿 화분에서 수제 토분으로 분갈이해 준 뒤의 모습. 수제 토분은 가격이 상당해서 구입한 적은 없고, 본가에 엄마(= 식물이 생기면 그 김에 키우는 자)를 뵈러 갔다가, 마당에 버려진 수제 토분을 주워왔다. 어릴 때부터 식물엔 관심 없고 강아지랑만 놀러 다니던 딸이 토분을 발견하고서 신나게 차에 싣는 걸 바라본 엄마는 쟤가 내 딸이 맞나 싶어 하셨다.

인삼 아니고 뿌리랍니다.

수제 토분에서도 쑥쑥 자라던 것도 잠시, 몬스테라 성장세가 주춤해서 화분을 들어보니 뿌리가 아래로 빼꼼 나와있었다. 더 클 수 있었는데 집이 좁아서 참고 있었구나. 아, 이쯤 되면 집사가 영양제를 가득 꽂아 덩치를 키우나 보다 하고 의심받을 만하지만, 그런 거 준 적 없다. 몬스테라가 유난히 튼실한 종일뿐..


그렇게 또다시 분갈이 시즌이 돌아왔다.

(대형 슬릿분에 다시 분갈이해 주었고, 수태봉까지 추가해 줬다..! )




이렇게 직관적으로 잘 자라주던 몬스테라에도 요즘 들어 특이점이 발생하고 있다.

몬스테라가 거쳐온 화분은 아래와 같다.

1) 소형 슬릿 화분: 4개의 구멍을 가진 새순을 냈다.

2) 중형 수제 토분: 5개의 구멍을 가진 새순을 냈다.

3) 대형 슬릿 화분. 한 곳으로만 찢어진 잎을 냈다. (현재) * 예상 밖의 전개

세 번째 화분에서 낯선 잎을 만들어낸 몬스테라.

너란 식물, 직관적이어서 좋아했었는데.

대형 슬릿분으로 분갈이해준 뒤에 한참 기다려서 나온 새 잎은 6개의 구멍이 난 잎이 아닌 찢어진 잎이었다. 그것도 한 곳으로만 찢어진 모습. 수많은 식물집사들의 정보대로라면 구멍이 더 많은 잎이 나야 했는데, 무슨 이유인지 도통 알 수 없었다.

나를 고민에 빠뜨린 반전의 몬스테라.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니 몬스테라에 잎에 관해서 여러 가지 학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풍부한 햇볕을 아래쪽 잎까지 나눠주기 위함이라는 설, 거센 비바람을 유연하게 피하기 위해서라는 설 등.. 어떤 학설이든지 간에 구멍이 나지 않는 것은 우리 집 몬스테라가 생각보다 온실 속 화초(!)처럼 키워져서 그런 거 같다는 결론을 잠정적으로나마 내렸다.


지금의 나는 네 모습의 이유를 다 헤아릴 순 없지만,

네 본모습이 자연스레 나타나게 돌봐 주는 것이 좋은 식물집사가 되는 길이 아닐까.


인쁘삐(IN-FP).

1995년에 태어나 24살부터 시작한 공무원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직업적성검사를 새로 했더니 개그맨이 나와서 결국 못 그만두고 다니는 사람.

사람들을 즐겁게 하려는 욕심이 항상 드릉드릉 가득하지만, 사람 많은 곳은 싫어하는 전형적인 INFP.먹는 식물은 죄다 죽이고 못 먹는 식물은 세상 잘 키워내는 능력치 애매한 식집사.
직장생활 꽤나 힘들어하고 일도 잘 안 맞는데 나름 또 정년퇴직은 하고 싶어서,
숨을 얕게 쉬며 회사를 다니는 20대 직장인.

어느 날 문득, 도대체 나는 왜 이런 사람인지 고민만 할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동안 마주했던 순간들을 털어놓으며 나를 이해해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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