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이유를 다 헤아릴 순 없지만

몬스테라 알아가기

by 인쁘삐
몬스테라


인테리어 식물의 대명사.

남들 다 키우니까 웬만하면 키우지 않으려고 했는데요....

예... 결국 들였습니다.

몬스테라님 집으로 모셔오던 날. 잘 부탁해.

테이크아웃 커피 대신 식물 담는.. 나는야 식물사냥꾼.

아침마다 이슬로 인사해주는 예쁜 내 몬스테라

저녁에 물을 주면 다음날 잎끝에 동그랗게 맺혀있던 이슬.

식물에 물을 주는 것은 영양분을 흡수해야 하는 저녁보다 이른 아침이 좋다지만, 퇴근하고 나서 물 주는 것이 일상이다 보니 아침이면 이렇게 된다.

(얘들아 미안해 그치만 귀엽다)

구멍난 잎의 첫 등장

몬스테라의 성장속도는 어마어마했다. 열대식물인 걸 감안하면, 우리 집 햇볕이 부족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몬스터'라는 별명의 소유자답게 잎도 쑥쑥, 뿌리도 쭉- 아주 잘 적응해 주었다. 첫 잎은 기존의 잎들과 달리 구멍이 송송 난 잎이어서 더 특별했다.

첫 새순 성장기

돌돌 말려있던 새 잎.

그 모양이 궁금해 자꾸만 들여다보았던 날들.

억지로 펼쳐보고 싶은 마음을 접어두고서, 며칠 지켜보았더니 밤 사이 사르륵 잎이 풀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깜짝 선물을 열어보는 기분.

IMG_3992.PNG
집사야 집이 좁다..

몬스테라는 뿌리가 튼실한 식물이다. 사실 튼실하다는 표현은 귀여운 정도. 뿌리가 아래로 향하면 다행이고, 어떨 때는 내키는 대로 뿌리를 뻗는데(일명 공중뿌리) 옆 화분들로 침투하기 일쑤다. 뿌리가 슬릿 화분 사이로 비집고 나오면 위기다.


두둥 - 분갈이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 집사야 쉴 생각 하지 마)

새 집에 순식간에 적응해서 새 순을 내어준 몬스테라

슬릿 화분에서 수제 토분으로 분갈이해 준 뒤의 모습. 수제 토분은 가격이 상당해서 구입한 적은 없고, 본가에 엄마(= 식물이 생기면 그 김에 키우는 자)를 뵈러 갔다가, 마당에 버려진 수제 토분을 주워왔다. 어릴 때부터 식물엔 관심 없고 강아지랑만 놀러 다니던 딸이 토분을 발견하고서 신나게 차에 싣는 걸 바라본 엄마는 쟤가 내 딸이 맞나 싶어 하셨다.

인삼 아니고 뿌리랍니다.

수제 토분에서도 쑥쑥 자라던 것도 잠시, 몬스테라 성장세가 주춤해서 화분을 들어보니 뿌리가 아래로 빼꼼 나와있었다. 더 클 수 있었는데 집이 좁아서 참고 있었구나. 아, 이쯤 되면 집사가 영양제를 가득 꽂아 덩치를 키우나 보다 하고 의심받을 만하지만, 그런 거 준 적 없다. 몬스테라가 유난히 튼실한 종일뿐..


그렇게 또다시 분갈이 시즌이 돌아왔다.

몬스테라 수태봉.JPG

(대형 슬릿분에 다시 분갈이해 주었고, 수태봉까지 추가해 줬다..! )




이렇게 직관적으로 잘 자라주던 몬스테라에도 요즘 들어 특이점이 발생하고 있다.

몬스테라가 거쳐온 화분은 아래와 같다.

1) 소형 슬릿 화분: 4개의 구멍을 가진 새순을 냈다.

2) 중형 수제 토분: 5개의 구멍을 가진 새순을 냈다.

3) 대형 슬릿 화분. 한 곳으로만 찢어진 잎을 냈다. (현재) * 예상 밖의 전개

세 번째 화분에서 낯선 잎을 만들어낸 몬스테라.

너란 식물, 직관적이어서 좋아했었는데.

대형 슬릿분으로 분갈이해준 뒤에 한참 기다려서 나온 새 잎은 6개의 구멍이 난 잎이 아닌 찢어진 잎이었다. 그것도 한 곳으로만 찢어진 모습. 수많은 식물집사들의 정보대로라면 구멍이 더 많은 잎이 나야 했는데, 무슨 이유인지 도통 알 수 없었다.

나를 고민에 빠뜨린 반전의 몬스테라.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니 몬스테라에 잎에 관해서 여러 가지 학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풍부한 햇볕을 아래쪽 잎까지 나눠주기 위함이라는 설, 거센 비바람을 유연하게 피하기 위해서라는 설 등.. 어떤 학설이든지 간에 구멍이 나지 않는 것은 우리 집 몬스테라가 생각보다 온실 속 화초(!)처럼 키워져서 그런 거 같다는 결론을 잠정적으로나마 내렸다.


지금의 나는 네 모습의 이유를 다 헤아릴 순 없지만,

네 본모습이 자연스레 나타나게 돌봐 주는 것이 좋은 식물집사가 되는 길이 아닐까.


인쁘삐(IN-FP).

1995년에 태어나 24살부터 시작한 공무원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직업적성검사를 새로 했더니 개그맨이 나와서 결국 못 그만두고 다니는 사람.

사람들을 즐겁게 하려는 욕심이 항상 드릉드릉 가득하지만, 사람 많은 곳은 싫어하는 전형적인 INFP.먹는 식물은 죄다 죽이고 못 먹는 식물은 세상 잘 키워내는 능력치 애매한 식집사.
직장생활 꽤나 힘들어하고 일도 잘 안 맞는데 나름 또 정년퇴직은 하고 싶어서,
숨을 얕게 쉬며 회사를 다니는 20대 직장인.

어느 날 문득, 도대체 나는 왜 이런 사람인지 고민만 할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동안 마주했던 순간들을 털어놓으며 나를 이해해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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