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느리게, 하지만 함께
달리기를 시작한 후
매일같이 새벽을 열고,
루틴을 지켜나가는 동안
나는 조금씩 단단해져 갔다.
달리기는 내 삶을 바꿨고,
내 심장을 다시 뛰게 했으며,
차마 용기를 낼 수 없었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여러 도전들을 시작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앞만 보며 달려 나가던 난,
내가 왜 달리기를 시작했는지,
무엇을 지키기 위해 달렸는지,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건 무엇이었는지
잠시 잊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아내의 한 마디가 마음 깊숙이 박혔다.
"요즘은 오빠가 좀 멀게 느껴져."
아내의 말은,
한국에서 홀로 육아를 하는 아내와
중국에서 외노자 생활을 하는 나와의
물리적인 거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러닝을 시작한 뒤
멀리 한국에서 혼자 육아를 하고 있는
아내의 마음을 돌보지 못한 탓에
마음의 거리가 멀어졌다 느낀 것이다.
아내의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요동쳤다.
그런 게 아니라고,
나는 우리를 위해 달리는 거라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난,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변명할 수 없었다.
늘 가족을 위해 달리고 있다고 믿어왔지만,
그 말을 듣고 돌아본 난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보다
가족에게 마음을 기울이지 못했다.
앞만 봤다.
빨리 달리고만 싶었다.
멀리 달리고만 싶었다.
나를 돌아보게 한 아내의 한 마디는
달리기 시작한 이유에 대해 들여다보게 했다.
달리기를 시작한 건
빨리 달리기 위해서도,
멀리 달리기 위해서도 아니다.
달리면 우울과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 때문도 아니었다.
그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아내와 아이 곁에 머물며
모든 순간을 함께할 수 있는
삶의 환경을 만들고 싶었을 뿐.
처음 러닝화를 신고
밖을 나섰던 그 새벽의 떨림.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도토리를 한 알씩 심는 것이고,
가족을 위한 아름드리 참나무가 되겠노라
다짐했던 그 마음을
왜 그토록 잊고 있었을까.
러닝을 하고,
함께 달리는 러너들과 교류하고,
읽고,
쓰고,
콘텐츠를 만들며
열심히 살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나는 어느새
가장 소중한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내 우선순위는 변한 적이 없지만,
그들이 외롭다고 느꼈다면
분명 방향이 잘못된 것이다.
어긋난 방향으로 달려가면,
걷는 것보다 못하다.
오늘 나는,
내 러닝의 방향을 재설정한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가족과 함께하기 위해.
조금 느리더라도
곁을 지키며 함께 달려가기로 한다.
초심을 잃지 말자.
욕심부리지도, 조급해하지도 말자.
내가 지키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면,
조금은 느려지더라도
함께 달리자.
나를 단단히 세우겠다는 의지는
'너'와 '우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사랑해.
오늘도 진짜 나를 향해,
RUN TO 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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