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의 일기 2]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by 박이운

최근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이 엄청난 화제다. '너의 이름은'을 통해 올라가기 시작한 한국에서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인지도는 그가 일본인임에도 불구하고 국민 애니메이션 감독 칭호를 붙여줘도 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한국에서는 '너의 이름은'이 아무래도 가장 크게 흥행을 하고 화제가 됐던 작품이지만, 나에게는 '초속 5cm'와 '날씨의 아이'가 더 애착이 가는 작품이다.



초속 5cm


'초속 5cm'에서 아리고 사무치는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냈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내 마음에 불씨를 심어주었다. '초속 5cm'를 본 시기가 아마도 지금의 아내와 연애를 하다 헤어졌던 시기였을 것이다. 이별에 힘겨워하던 난 깊은 슬픔의 늪에 빠진 상태로 슬픈 노래, 슬픈 영화, 슬픈 드라마 등을 일부러 챙겨보며 그 감정에 충실히 아파했다. '초속 5cm'는 그 당시 내게 아내를 향한 사랑을 놓지 않고 잡고 있으면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게 되리라는 기대를 품게 해 준 작품이다. 아내가 이별을 고한 후에 손 편지로 '너를 사랑하는 마음의 크기는 언제나 내가 세계 1위야.'라고 썼을 정도로 아내를 향한 변치 않는 내 마음에 대해서는 확신이 있었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그런 내 마음을 응원해 주었다. 언젠가 다시 아내를 만나서 사랑을 이어갈 것이라는 희망을 주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여자친구를 엄청 사랑하는 남자를 여자가 매정하게 차버린 것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아니 뗀 굴뚝에 연기가 나지는 않는 법. 내가 자초한 일이었다. 연애, 사랑이라는 것이 사랑하는 마음만 가지고서는 되는 것이 아닌데, 난 마음만 있었다. 표현할 줄 몰랐고, 말이나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했다. 얼마나 사랑하는지 표현도 하지도 않으면서 왜 내 마음을 이리도 몰라주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쌍방이 하는 연애와 사랑을 나는 내 마음만 가지고 일방적으로 했던 것이다. 아내의 마음을 들여다보지도, 나를 들여다보지도 않은 채로 말이다. 아내의 이별통보는 당연했다.


그렇게 원치 않는 이별을 한 후 아내와 난 2년가량을 떨어져 있었다. 그 기간 동안 나는 아내가 나와 이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하나씩 찾아냈고, 그 원인이 나에게 있었음을 깨달은 순간,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함께하기 위해 변하기로 결심했다. 쉽지 않았지만 난 변했고, 아내를 찾아가 만났으며, 긴 시간 동안 나의 변한 모습을 보여주고 증명해 낸 후 다시 연애를 하고, 결혼했다. 그래서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세상에서 내 전부를 주어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사랑하는 아내를 알게 됐고, 그 아내와의 이별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새사람이 되기로 결심했고, 결국 해냈으며, 사랑하는 아내와 결혼해서 살고 있으니 말이다.




날씨의 아이


'날씨의 아이'는 맑음 소녀 히나와 그녀를 사랑하는 소년 호다카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이 나에게 던진 메시지는 명확했다. 히나가 하늘로 사라진 후 호다카가 히나를 찾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 나가는 모습과 그의 대사 '나는 그저 한 번만 더 그 사람을 만나고 싶은 거야!'에서, 그리고 아내를 먼저 하늘로 떠나보낸 스가가 형사반장의 '호다카처럼 그렇게 만나고 싶은 사람이 없어서 심정을 잘 모르겠네요. 스가 씨는 그런 사람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나 역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히나를 한 번만이라도 더 보기 위해 목숨까지 걸고 뛰어가는 호다카의 모습에 감정이입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내와 이별 후 태평양을 건너 해외로 나갔던 난, 아내를 다시 만나기 위해 기회가 있을 때 중국 발령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달라진 내 모습을 보여주고 증명하기 위해 새사람이 되었다. 진정으로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아마도 바라는 마음을 가지기만 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진정으로 바라는 마음 다음으로 이어지는 행동이 있어야 비로소 이루어지게 되는 것 아닐까?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 세상에서 가장 보고 싶은 사람, 세상에서 가장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을 내 아내로 맞이할 수 있었던 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다. 아내를 떠올리면 미소가 퍼지면서 눈가가 젖어온다. 너무나도 사랑하는 아내와 떨어져 살 수밖에 없는 기러기 인생이지만, 오늘도 난 호다카처럼 계속 달려 나간다. 아내와 함께 살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과 매 순간 행복을 느끼며 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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