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이 삶을 바꾼다길래, 30일을 해봤습니다.

마라닉 30일 러닝 챌린지 마지막 날

by 박이운

정말 우연히, 《마라닉 페이스》라는 책을 읽게 됐다.

그 후 마법처럼 마음속에 ‘달리고 싶다’는 감정이 스며들었고,

나는 망설임 없이 그다음 날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믿을 수 없게도, 단 하루면 충분했다.

러닝이 사람을 얼마나,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는지 체감하는 데엔.


1일 차에 달리고 돌아오는 길.
머릿속을 스쳐 가는 생각들을 붙잡지 못해 녹음으로 남겨뒀는데,
오늘 문득 그 파일을 다시 들어보았다.


"... 러닝과 인생은 모두 나와의 약속이고, 나의 목표이며, 나의 도전이다.

중간에 힘들어서 걷는다고 해도, 조금 천천히 달린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끝까지 가기만 하면 된다...”


달리기 1일 차 러너가 남긴 말치고는 좀 거창했나 싶지만,
챌린지 마지막 날인 오늘 다시 들어보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녹음 파일을 듣고 난 후, 이런 의문이 들었다.

“근데 난, 끝까지 간 걸까?”


그 의문을 품게 된 이유는 이렇다.

내가 도전한 ‘30일 러닝 챌린지’는 초보자를 위한 플랜이라 이틀에 한 번만 달리는 구조였고,
따라서 어제, 29일 차가 실질적인 마지막 러닝 날이었다.

하지만 나는 휴식일인 30일째를 회복런으로라도 달려서 완전한 마침표를 찍고 싶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무너진 몸 상태로 인해 그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몸이 무너진 29일 차엔 단 한 끼도 식사를 하지 못했고,
끙끙 앓던 난 30일 차인 오늘 병원에 들러 내 몸이 왜 파업했는지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원망의 화살을 향하고 있던 ‘몸’이라는 대상이 아니라,
무지했던 나 자신에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29일간 계속된 공복런,
러닝 후 수분 보충과 붓기 제거를 위해 마신 산도 높은 히비스커스,
그리고 오랜 습관처럼 매일 아침 내려 마신 공복 커피.

이런 습관들이 몸속에 쌓이고 있었고,
29일 차에 6분 페이스로 5km를 달리겠다는 내 오버페이스 욕심이 더해지면서,
결국 내 위와 장이 견뎌내지 못하고 파업을 선언한 것이다.

적잖은 충격을 받은 내 몸은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것도, 내보내는 것도 멈춘 채
스스로를 나로부터 차단했다.

다행히 이틀째인 오늘 저녁이 되어서야

내 몸은 약간의 허기를 느낄 수 있게 허락해 줬고,
난 내 몸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네며 흰 죽과 약을 먹었다.


자,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나는 과연 이 챌린지를 끝까지 해낸 걸까?"


이전의 나였다면,
“역시 난 안 돼. 끝이 항상 이렇지 뭐.”
라고 말하며 이 도전을 실패라 여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난 분명히 달라졌다.

이건 끝이 아니다.
앞으로 달릴 날이 훨씬 더 많이 남았다.
지금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고,
잘못된 습관을 고쳐가며 달리면 된다.

무지에서 비롯된 실수로 달릴 수 없는 몸을 만든 건 나였지만,
러닝을 통해 내 몸과 대화하며 하나씩 알아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챌린지가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30일 러닝 챌린지의 끝엔

신체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기록상으로 남을 대단한 수치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달리는 동안
내 안의 나는 조금씩, 아무도 모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챌린지는 끝났지만, 나는 계속 달릴 것이다.

러닝복을 준비하고 들뜬 마음으로 잠들던 나를,
달린 날 하루 종일 뿌듯함과 자신감으로 충만했던 나를,
러너 친구들과 응원을 주고받으며
“세상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따뜻한 곳이구나”
라고 느낀 그 순간의 나를
잃고 싶지 않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서야
우울과 무기력이라는 긴 터널에서 날 건져 줄
한 줄기 빛을 만났다.

그 빛은 어느 날의 새벽 공기였고,

고요한 새벽을 깨우는 내 발걸음이었으며,
또 나와 함께 달리는 수많은 러너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빛을 다시는 놓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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