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바라보니, 그제야 보이더라.

마라닉 30일 러닝 챌린지 33일 차

by 박이운

어제 32일 차 회복런은 꽤 만족스러웠다.

몸에 어떤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젯밤 잠에 들기 전, 눈을 떴을 때 통증이 없다면 달리자고 다짐했다.

새벽에 두어 번 화장실을 오갈 때, 발목 주변에 살짝 불편한 감이 느껴졌다.

그래도 일어나서 다시 생각하자 마음을 다독였다.

하지만 4시에 일어나 지면에 발을 디뎠을 때

오늘은 안 되겠구나 하고 직감했다.

30일 러닝 챌린지 이후 매일 달리게 될 내 모습을 꿈꿨었지만,

아직은 좀 더 내 몸을 기다려줘야 할 것 같다.




어떤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아주 작은 목표들로 쪼갠다.

그리고 하나씩 실행하고 달성해 가며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마음속 의지는 매우 굳건하여 전혀 흔들릴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의심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나아지고 있는 걸까?

나아가고 있는 걸까?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

해내면 달라질까?


달리지 못한 내 모습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는지

숨어있던 의심들이 하나둘씩 고개를 내민다.


하지만, 그래도...


스스로를 다독이며 뭉친 근육들을 풀어준 후 샤워를 하러 갔는데

바디워시가 다 떨어진 것이 떠올라 빈 통을 버리고

최근 구매한 1리터 대형 바디워시를 꺼냈다.


이 대형 바디워시는 언제 다 쓰지?

너무 큰걸 샀나?

아니, 잠깐만...

방금 버린 바디워시도 750ml짜리 나름 큰 용량이었는데 다 썼네 뭐.

그러고 보니 다 쓰지 못하고 버린 일이 없잖아?

치약도,

폼클렌저도,

샴푸도,

바디워시도.


시작하는 순간 끝이 보이지 않는 것들,

그 끝이 오리라 쉬이 예상할 수 없는 것들도

하루하루 조금씩 쓰다 보니 끝이 있더라.




러닝에서도, 인생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다행히 목표라는 것은 정해두었으니

그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언제일지 정확히 가늠하긴 힘들지라도

하루하루 조금씩,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해나가면

결국 목표에 닿는 날이 오는 것 아닐까?


바디워시를 다 비울 수 있는지가 걱정이었던 난,

거꾸로 이미 비워져 버린 다 쓴 바디워시 통을 보며 걱정을 버릴 수 있었다.


꽉 찬 바디워시도 결국 빈 통만 남는 날이 오는 것처럼,

거꾸로 러닝과 인생도 비워진 상태에서 시작해 꽉 채워지는 날이 올 것이다.


하나씩,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해 나갈 때,

내 꿈과 목표도 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