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최고치인 인계받는 날.

항상 시작은 두렵고 어렵다

by 글쓰는 외과의사

외과 내에는 10개 분과가 존재한다. 그래서 전공의들은 4주마다 파트를 바꾼다. 파트가 바뀌는 날엔 모든 전공의가 바쁘다. 4주간 봐왔던 환자들의 인계부터, 교수님 인계, 수술방 인계, 컨퍼런스 인계 등등 무슨 인계가 그렇게나 많은지. 수많은 인계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인계를 남기는 과정만 있다면 파트를 옮기는 과정이 수월할 수도 있겠다. 그보다도 파트 옮기는 날이 바쁜 이유는 남이 남긴 인계를 체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익숙한 것을 마무리 짓는 것보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에너지 소모가 큰거처럼, 인계도 다음 파트 인계를 받는 것이 훨씬 더 힘들다. 교수님별 자주 쓰는 약들과, 회진 시간, 중환자실을 준비해야하는 수술까지 외우고 기억해야 할 것들이 많다. 특히나 전공의들은 배우는 처지이고, 모르는 경우엔 혼날 수밖에 없는 슈퍼 을이다. 그래서 인계를 받고 적응하는 과정은 항상 긴장되고 부담스럽다.

월요일은 혈관 파트 첫 출근 날이다. 주중엔 인계장을 펼치자마자 몰려오는 두통에 인계를 미루기만 했다. 일요일, 출근하기 하루 전이 되어서야 겨우 동기와 통화를 하며 인계를 받았다. 전화 통화만 한 시간 반, 그리고 혼자 인계장을 읽는 2시간. 그렇게 준비해도 막막했다.

근무표 상으론 월요일 아침에 출근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월요일 아침에 새로운 환자를 맞닥뜨리고, 처음 가본 공간에서 낯선 교수님을 맞이하는 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누구도 휴일에 와서 환자를 미리 보라고 얘기하지 않지만, 병원을 가야 그나마 조금 마음이 편하다. 원래 쫄보들은 몸이 고달프다.

일요일 늦은 저녁 병원에 갔을 때, 크리스마스라고 병원 정문에 세워놓은 트리가 괜히 야속해 보였다. 휴일 저녁 출근하는 심정은 발걸음만큼이나 무거운데, 밝게만 빛나는 조명이 아무도 날 공감해 주지 않는 듯 했다. 입원해 있던 환자들의 차트를 열어보고, 처방을 살펴봤다. 몰랐던 환자의 병력을 알아간다는 것은 그 환자의 인생 일부를 알아가는 것과 비슷하다. 그만큼 대충 볼 수 없고, 빨리 볼 수도 없다.

이렇게 휴일이어도 턴 바뀌는 첫 출근 전날은 숨이 턱턱 막힌다. 그리고 온종일 배 안에 돌멩이 하나가 들어 있는 느낌이다. 스트레스란 분명 이 느낌을 칭하는 단어일 것이다. 친한 4년 차 선생님께 이 턴 바뀌는 괴로움을 토로했더니 돌아오는 카톡이다.

본인도 인계장 읽으면서 공황이 왔다고,,, 4년 차 레지던트가 되어도 파트가 바뀔 때 겪는 적응의 고통은 항상 존재하나 보다.

많은 전공의가 비슷한 과정을 겪을 것이다. 그리고 모두들 이 과정을 잘 넘긴다. 아마 혼자 잘 넘기기보단 옆에 같이 수련받고 있는 동기들과 함께 잘 이겨낼 것이다. 동료들이 소중하고 감사한 점은 서로가 서로의 힘든 점을 그 누구보다 잘 공감해줄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동기들이 갈수록 든든해지고 있는 1년 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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