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의 응급실 근무.

2021.09

by 글쓰는 외과의사

병원 응급실 근무는 퐁당퐁당이다. 24시간 당직, 24시간 오프를 퐁당퐁당이라 한다. 이렇게 한 달 사이클을 돈다. 응급실 스케줄에서 휴일은 없다. 근무를 서고 난 다음 날은 쓰러져 자기 바쁘고, 늦은 오후에 일어나 밥을 먹고 다시 자면 오프가 지나간다. 물론 다음 날 아침의 늦잠 개념도 없다. 07AM - 07AM으로 일하는 시스템 에 무조건 병원은 7시 출근이다.


이번 추석처럼 휴일이 길 때면 왠지 모를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진다. 남들 다 쉬는 연휴에 꼬박꼬박 아침 7시에 출근하고, 아침 7시에 퇴근한다. 연휴 기간에 지하철을 탈 때면 기분이 오묘하다. 특히나 오늘은 출근길에 여행용 가방을 들고 가는 사람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연휴가 아닌 평일에도 출근길도 항상 힘들었지만, 귀향객들 사이에서 출근하는 지하철은 좀 더 덜컹거렸고 오래 걸렸다.


병원은 연휴와 무관하다. 응급실은 오히려 연휴가 더 바쁠 수도 있다. 민족 대명절이라고 응급실 문을 닫지는 않는다. 오히려 일차진료 병원들이 쉴 동안 환자들은 응급실로 몰린다. 출근길이 아무리 피곤하고 귀향객들로 내 마음이 뒤숭숭해져 있었을지라도, 응급실 내 자리에 앉으면 그 감정들을 잊어버린다.


일단 밤사이 동안 있었던 환자들의 차트를 열어본다. 응급실을 경유해 병동으로 간 환자들은 무슨 연유로 갔는지, 아침에 시행한 피검사, 엑스레이는 어떤지, 그리고 지금 응급실에 재원 중인 환자들은 있는지 등등에 대해 어제 당직자와 인계 시간을 가진다. 인계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은 조급해진다. 인계가 끝나자마자 교수님과 회진을 간다. 회진하는 와중에도 응급실 환자들과 관련된 콜은 오고, 새로 오는 환자들도 있다. 회진이 끝나고 회진 정리를 하며 필요한 처방을 낸다. 그리고 새로운 응급실 환자들을 파악 후 교수님께 노티하다 보면 그렇게 오전이 지나간다.


글을 쓰다 보니 새벽 5시 기상부터 점심시간까지 내 감정에 대해 알아챌 수 있는 순간은 출근 길뿐인 것 같다. 심지어 환자가 많으면 점심을 건너뛸 때도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힘드니, 피곤하니' 이런 한탄을 할 수 있는 때는 그나마 여유가 있는 시간인 것이다.


연휴라고 봐주지 않는 응급실에서 한 가지 긍정적인 건 있다.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과 조금 더 끈끈해지는 느낌이랄까. 뒷자리의 내과 선생님들 두 분과 환자 얘기를 하며, 연휴라는 명목 아래 서로의 바쁨에 한층 더 공감해주고 위로를 해준다. 남들 쉴 때 일하는 우리라며 동지애 아닌 동지애를 느낀다. 그러다 보면 조금 위안이 된다.


인턴에 이어 올해도 연휴 때 부모님을 뵈러 못 간다. '부모님께서 이해해주시겠지'라고 막연한 생각을 한다. 하지만 거의 1년이나 반년에 한 번씩 뵐 때마다 부모님의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에 다음 연휴에는 꼭 방문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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