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복막 육종은 어느 날 갑자기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거나, 조용히 자라온 육종이 방광이나 신장을 누르는 경우는 증상이 생겨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늦게 발견된 육종은 크기가 어마무시하다. 신생아의 몸무게보다 더 나가는 육종 덩어리를 배에서 끄집어 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수술하는 사람들에게 거대 육종을 꺼낼 때는 마치 출산과 같은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길고 긴 수술이 드디어 끝난다란 기쁨일 수도 있다. 종양이 큰 만큼 수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당연했다.
개중에 좋지 않은 성질을 가진 육종은 수술 범위가 광범위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육종 수술만큼 배를 크게 열고 하는 수술도 드물다. 넓게 시야를 확보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종양 근처로 의심되는 조직과 장기를 절제해야 한다. 이로 인해 한쪽 신장을 잃거나, 장요근이 잘리거나, 방광의 일부가 작아지는 등 수술 후 신체의 일부가 달라지는 일도 있다. 육종 수술을 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하는 지점이 여기다. 수술 후 환자의 불편을 우선할지, 아니면 위험을 감수하고 깨끗하게 떼어낼지. 항상 이득과 손실을 따져 수술 범위를 결정하지만, 환자들에게 재발의 위험성을 안고 최소한의 절제로 수술을 마무리할 수는 없다.
한 번의 수술로 경과가 좋아지면 다행이지만 재발로 다시 수술장에 들어오는 환자도 있다. 사람에 따라선 한 번의 재발로 충분하지 않다. 어제 수술한 젊은 40대 여자 환자가 여기에 해당했다. 자궁에서 시작된 평활근육종은 자궁적출술로 충분하지 않았다. 1년 뒤 골반 근처로 재발한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한 번 더 배를 열었다. 이후 방사선 치료와 약물 치료를 병행했지만 전이 소견으로 세 번째 수술로 우측 대장을 절제했다. 대장만 절제하면 다행이었다. 연이은 두 차례 수술과 방사선 치료로 세 번째 수술에서는 소장들이 떡처럼 들러붙어있었다. 소장의 절반 이상이 종양과 함께 잘려나갔다.
환자의 차트상에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세 차례의 수술이 있었다. 거의 해마다 대수술을 한 셈이었다. 36살이던 환자는 39살이 되었다. 그리고 40살이 되는 2026년, 또 한 번 수술장으로 들어왔다. 배를 닦기 전 확인한 환자의 배에는 여러 번 그은 칼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 배를 열 때마다 절개 길이는 점차 커졌다. 네 번째 수술인 이번 수술에는 가장 긴 칼자국을 남겨야 했다. 골반에서부터 간 아래까지 전이된 종양으로 인해 명치부터 골반까지 배를 크게 열 수밖에 없었다. 배 속 곳곳에 종양이 있었다. 1cm도 안되는 작은 종양부터 골반의 가장 큰 종양은 20cm이 넘었다. 방광의 일부와 직장, 우측 신장을 잘라냈다. 다리로 가는 신경에 딱 붙어있는 종양을 건드릴 때마다 환자의 다리가 경련을 일으키듯 튀었다. 직장을 침범한 종양은 더는 환자가 항문으로 배변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40세의 여자 환자의 배에는 인공 항문을 만들어주었다.
네 번째 수술이 끝나고 기록을 쓰면서 문득 의문이 들었다. 과연 이 환자에게 이 수술이 마지막일까. 수술 전 환자의 바램은 인공 항문만은 피해달란 것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싶은 꿈을 가진 환자였다. 환자의 바램을 이루어 주지 못한 게 내심 마음에 걸렸다. 다섯 번째 재발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시시푸스의 형벌. 이제 갓 마흔을 넘긴 이 젊은 여자 환자는 전생에 어떤 업을 지었길래 시시푸스의 형벌과 같은 삶을 살게 되었을까. 사람은 모두들 저마다의 바위를 밀어올리며 산다고 하지만 유독 이 환자의 바위는 더 거대해 보였다. 재발과 수술의 굴레 속에서 환자가 굴리는 바위의 무게는 가늠할 수도 없었다. 오히려 의사들이 환자에게 끝없이 바위를 굴리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러웠다.
아마 환자는 인공 항문은 평생을 유지해야할지도 모른다. 또 어떤 바위로 어떤 언덕을 오르며 삶을 살아가게 될 지, 괜스레 죄송스러웠다. 수술 기록지의 마지막에 자동으로 기록된 총 수술 시간은 7시간 38분, 이미 밤12시를 향하는 시각이었다. 이번에는 나의 바위를 밀어올리면서 어서 집으로 향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