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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외과의ㅛㅏ Dec 30. 2021

의사와 간호사의 사이는?

의사와 간호사 갈등 에피소드들

가끔 친구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심심찮게 받는 질문이 간호사 선생님들이랑 잘 지내느냐 이다. 의사와 간호사는 사이가 좋지 않다는 말도 이따금씩 들어본 것 같다.


의사와 간호사는 환자를 보는 의료진인 것은 동일하다. 하지만 같은 듯 다른 업무를 하는 직군이다. 의사들이 주로 진료와 치료 플랜을 결정하고 처방을 낸다면, 간호사 선생님들은 환자를 직접 곁에서 보고 처방에 따른 acting을 한다. 환자와 가장 가까이 있고, 환자의 상태나 개인적인 사정들을 가장 많이 알고 계신 분들이 간호사 선생님들이다. 주치의가 병동을 담당한다곤 하지만, 병실을 담당하는 간호사 선생님만큼 환자와 가까이 있지는 못한다. 따라서 환자의 상태가 변할 때 제일 먼저 알람을 울리시는 건 간호사 선생님이다. 실제로 병실에서 심정지가 난 환자를 베드에서부터 심폐소생술을 하며 나오시는 간호사 선생님들도 계신다.


트러블은 보통 말투에서부터 생겨난다.

기억나는 에피소드들을 소개하자면,



1. 1년 차 주치의를 시작하면 병원의 아침은 정신없다. 회진 준비며 그날 있을 수술들에 대한 마취 전 평가 확인, 퇴원 환자 컨펌 등 해야 할 일들이 상당히 많다. 간호사 선생님들도 마찬가지다. 병동 스테이션에서 환자들이 북적이기 시작하면 업무 진행이 안된다. 빨리빨리 결정이 되고 처방이 나야 그 상황이 해결된다. 그 와중에 주치의들이 회진을 돌기 시작하면, 기본적으로 환자가 많은 교수님들은 회진을 1시간 이상 돌 때도 있다. 이런 경우엔 환자의 플랜과 처방이 감감무소식 상태이다. 이 시간 동안 사정이 있거나 성격이 급한 환자분들한테 시달리는 건 간호사 선생님들이다.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정신없는 회진 시간에 병동에서 걸려온 전화들은, 벨소리부터 짜증이 몰려온다. 나도 모르게 날카로운 목소리로 요점을 묻는 내 모습을 보면 이따금씩 스스로가 낯설다. 바쁜 것과 짜증의 연관성은 무엇일까란 생각을 하며 인성에 대한 고민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바쁜 아침 시간이 끝나고 다시 병동에 돌아와 멋쩍게 사과하고 다시 일을 하기도 한다.



2. 인턴 때는 말이 좀 다르다. 정말 많이 싸우는 선생님도 있다. 인턴은 보통 주치의가 아닌 경우가 많다. 병동에서 환자에게 위험한 시술이나 처치는 보통 의사들이 담당하게 되는데, 인턴 선생님이 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처방은 레지던트들, 즉 주치의들이 내고 시행은 인턴 선생님들이 한다. 근데 그 과정에서 인턴 업무를 전달해 주는 선생님들은 간호사 선생님들이다. 어떻게 보면 일을 시키는 입장이 간호사 선생님으로 잘못 인식될 수도 있다.


인턴을 해보거나 곁에서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인턴 생활은 정말 바쁘고 고달프다. 인턴 시작한다고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올렸을 때 기억나는 선배의 댓글이 있다. '앞으로 똥, 오줌 길이 펼쳐질 거라고.' 실제로 소변줄을 빼면서 크록스 속 맨발에 소변을 뿌림 당하는 일도 있었다. 더러운 일들과 함께 해야 할 업무도 다양하고, 온 병동을 뛰어다녀야 한다. 여기저기 지금 당장 해야 한다는 콜들은 어찌나 많은지, 급하다고 하면 일단 먼저 가보고 무슨 일인지 설명을 듣는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간호사 선생님들과의 통화에서 말투로 인한 트러블도 더 많이 발생한다. 이걸 지금 왜 해야 하며부터, 이게 인턴업무가 맞는 건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한다.(3-4월 달의 인턴 선생님들의 병원 적응기가 끝나면 이런 갈등이 시작된다.) 병동과 잘 지내는 인턴 선생님들도 상당히 많지만, 싸움을 몰고 다니는 인턴 선생님들도 가끔 계신다. 인턴 때를 떠올려보면 크게 싸운 적은 없지만,, 그래도 이따금씩 새벽에 참지 못하는 분노를 느낄 때도 있었다. 인턴은 원래 다 그런 법인가 보다.



3. 이 외에도 신환들이 몰려올 때면 개중에 빠진 처방들도 꽤나 많다. 이럴 때 알려주시는 분들도 간호사 선생님 분들이다.


이렇듯 병원에선 간호사와 의사는 절대 분리해서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이렇게 일을 같이 하다 보면 서로가 서로에게 환자 얘기를 하며 유일하게 이해해주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인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정이든 사람들 중에 의사, 간호사 커플 분들도 계시고 실제로 결혼까지 이어지는 분들도 상당히 많으시다. 병원에도 일하다 보면 어느새 커플이 되어있는 분들을 보고 깜짝 놀랄 때도 있다.



의사와 간호사는 상하관계도 아니며 싸우는 관계도 아니다. 단지 업무를 같이하며 서로의 업무에 대해 이해도가 가장 높은 상호관계이다. 어쩌면 서로가 관계가 좋지 않을수록 피해자는 환자들일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서로 잘 지내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명확하다. 환자를 위해서라도 서로의 업무를 존중하고 위해주는 화목한 병동을 꿈꾸지만, 일단은 나부터 오늘 저녁 명상을 하며 바쁜 것과 감정을 분리시키는 연습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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