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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외과의ㅛㅏ Feb 06. 2022

수술방에서 타이(tie)란?

수술방 밖에서 필요한 시간들

의학 드라마나 다큐를 보면 수술방에서 ‘컷’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묶은 실을 자를 때는 주로 어시스턴트가 한다.


‘컷’을 하기 전엔 ‘타이’를 해야 한다.


타이란 영어로 tie를 의미한다. 실로 묶는 것을 의미하는데 수술방에 들어가기 전 가장 기초적으로 연습해야 하는 술기이다. 수술방에선 장기를 절제하기도 하고 이어 붙이기도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출혈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보통 타이는 출혈을 방지하기 위해 하기도 하고, 장과 장을 이어 붙이거나, 복벽을 봉합하는 등 여러 상황에서 필요하다.

타이가 중요한 이유는 실이 풀려버렸을 때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혈관을 타이 했던 실이 풀려버리면 수술 도중 출혈량이 많아진다. 그래도 수술 도중 풀리는 건 다시 하면 되니까 다행이다. 수술이 끝나고 난 뒤에 실이 풀리면 출혈로 인해 재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장을 연결했던 실이 풀리면 연결부위로 음식물이나 소화액이 새어 나올 수 있다. 복강 내 이물질로 감염원이 되어버리면 패혈증으로 갈 수도 있다. 그만큼 식이 진행이 지연되고 환자 회복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복벽을 타이 한 실이 풀린 경우는 복수가 올라와 상처부위가 잘 붙지 않는다. 이런 경우는 주치의가 하루에 두세 번씩 드레싱을 해야 한다. 병동 환자들 드레싱 횟수만 하루 20회가 넘어가면 퇴근길엔 허리를 부여잡고 간다.


타이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수술방에서 존재한다. 수술방에서 타이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엔 교수님께 한소리 듣는 것은 물론이고 수술 시간도 길어진다. 수술방에서 이름 꽤나 날리는 교수님의 수술에서 타이 하다가 실을 끊어먹거나, 헐겁게 하면 수술하는 내내 멘탈이 탈탈 털린다. 그리고 더 힘든 점은 다시 타이 기회를 주지 않고 본인이 직접 하는 경우이다. 아무리 배우는 전공의라곤 하지만 ‘너에게 믿고 못 맡기겠다.’라는 무언의 전달은 자존심을 상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수술방에 쫓겨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타이는 잘해야 한다. 외과 전공의들은 수술방에 들어가기 전 수없이 타이를 연습한다. 의국을 보면 그동안 선배들이 어떻게 연습해왔는지 흔적을 볼 수 있다.


옷 고리, 펜 끝, 청진기, 마우스 연결선 등 묶을 수 있는 것만 있으면 어디든 타이는 되어있다.



수술 시간 이외에도 이렇게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의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는 것이 수술이었다.


한 수술을 들어가기 위해선 그전에 수백 번의 실을 묶어 보고 들어간다. 타이를 연습하면서 손이 베이기도 하고, 힘을 줘서 하다 보면 손마디가 쑤시기도 한다. 셀 수 없이 매듭을 지어보고 수술방에 들어가도 맘처럼 잘 안 되는 게 타이이다. 요즘은 Energy device들이 많이 나와 타이 할 상황들이 많이 없어졌다곤 하지만 여전히 타이는 필요하다.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는다 하지만 보통 기회가 와서야 준비가 미숙했다고 느끼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일상 사이사이 실을 가지고 다니면서 수술에 조금 더 자신감이 생길 기회를 붙잡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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