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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외과의사 Jul 04. 2022

중환자실 간호사의 업무량은?

중환자의 환자 회복 대부분은 간호사 선생님들 덕분이다.

본관의 외과계 중환자실에는 총 10개의 베드가 있다. 대개 8-10명의 환자들을 하루 동안 본다. 환자가 많은 날엔 베드 10개가 모자라 내과나 흉부외과 중환자실 자리를 빌려 환자들을 받는다.


환자 수는 적어 보일지 모르지만, 중환자실로 입실한 환자들은 신경 써야 할 항목들이 많다. 대략 병동 환자들의 2-3배는 된다. 초단위로 지나가는 심장 리듬을 주시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15-30분 단위로 인공호흡 기계를 조절하며 동맥혈 피검사 수치도 확인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1시간마다 소변량을 체크해 이 사람의 폐나 심장에 무리가 가지는 않는지, 콩팥은 기능을 잘하고 있는지 등도 주의 깊게 확인해야 한다. 보통 8시간 단위로 바이탈 체크를 하는 병동보다 자주 환자를 봐야 하고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마치 몇 초 단위, 몇 분 단위, 한두 시간 단위로 의사가 환자 옆에 있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의사도 환자 옆에서 어떤 치료가 최선일 지 오래 고민하지만, 의사보다 더 가까이서 환자를 확인하는 사람은 간호사 선생님들이다. 중환자실에서 대부분의 환자 회복은 간호사 선생님들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환자실 근무 기간 동안 관찰한 간호사 선생님들의 업무량은 상상 그 이상이다.


@WFSICCM Seoul 2015


1. 드레싱 - 대개 중환자실 환자들은 가지고 있는 관들이 많다. 여기서 말하는 관이란 혈관 속에 넣고 있는 카테터를 포함해 기도 삽관 튜브, 소변줄, 가슴이나 복부에 가지고 있는 배액관 등이 해당된다. 이런 관들이 빠지면 대략 난감한 상황들이 발생한다. 경우에 따라 응급이 될 수도 있다. 관을 타고 균에 감염되면 환자는 패혈증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이런 관들을 관리해주시는 건 간호사 선생님들 몫이다. 아침에 드레싱을 했다고 하더라도 자세를 변경하면서 뜯어지면 드레싱을 다시 하시고, 관 삽입부가 젖거나, 환자 컴플레인이 있을 때는 드레싱을 또 해주셔야 한다. 인턴 선생님들과 번갈아 하루에도 여러 번씩 드레싱을 하고 빠지지 않게 고정해주신다.


2. 라인 정리 - 중심 정맥관에는 보통 3-4개의 라인을 달고 있다. 정말 중환인 경우에는 중심 정맥관을 2개 이상 잡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라인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CT나 MRI 등 중환자실에서 할 수 없는 검사들을 할 때는 환자를 이동시킨다. 간호사 선생님들은 검사 출발 전, 환자 라인을 최소한으로 정리하신다.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환자는 휴대용 인공호흡기에 연결하고, 바이탈 사인을 보는 휴대용 기계도 연결하신다. 출발 준비만 해도 환자 한 명에 20-30분이 걸린다. 출발 준비보다 더 큰 문제는 검사하고 난 다음 도착할 때이다. 검사하면서 환자가 여기저기 옮겨지고, 출발할 때 정리해 놓은 라인들은 다 뒤엉킨다. 거미줄처럼 얽힌 채로 중환자실에 도착하면 그때부터는 간호사 선생님들이 해결사이다.


도착하면 3-4명의 선생님들이 한꺼번에 같이 오신다. 일사불란하게 6-8개의 손들이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환자는 출발하기 전의 상태로 돌아간다. 라인을 잠깐 잠다가 다시 연결하고, 휴대용 모니터링 라인들을 이리저리 돌리다 보면 엉킨 라인들은 다 풀려있다. 환자 밑에 깔려있는 깔개도 선생님들이 위아래로 당기다 보면 어느 순간 평평하게 정리된 침상이 된다. 자리 정리를 할 때 의사는 끼지도 못한다. 오히려 옆에 있으면 걸리적거리기만 한다.


3. 대소변 - 중환자실 환자들은 베드에서 나올 수 없다. 대개 대소변도 기저귀를 통해 본다. 자유롭게 몸을 못 움직이다 보니, 대소변을 치워주는 건 간호사 선생님들과 보조원 선생님들 몫이다. 설사를 하루에 5-6번 이상 하는 환자가 있으면 근무시간 동안 똥만 6번을 치우는 것이다. 마스크를 두 개 끼고, 장갑을 끼고 치운다지만 비위가 안 상하려야 안 상할 수가 없다. 차라리 금식하고, 변이 안 나오는 환자들이 선생님들에겐 편하다.


4. 욕창 간호 - 중환자실은 장기 재원 환자도 많다. 오래 계시는 분들은 3개월 이상 계시기도 한다. 몇 날, 며칠을 누워있다 보면 욕창이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욕창을 방지하기 위해 몇 시간 단위로 자세 변경을 하지만 그래도 못 움직이시는 분들의 욕창 방지는 어렵다. 꼬리뼈 쪽이나, 골반 등 몸이 바닥에 접촉하는 면에 주로 생긴다. 욕창 간호 또한 간호사 선생님들이 하신다. 발생한 욕창을 소독하고, 병변이 더 진행되는 걸 막기 위해 패드를 덧댄다. 보통 하루 한 번씩 하지만, 대소변으로 패드가 젖는 경우엔 훨씬 더 자주 욕창 간호를 한다.

이 외에도 간호사 선생님들의 역할은 너무나 많다. 필요한 처치들의 재료 준비부터 기도관리, 환자 컴플레인 응대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시다.


하루는 아침에 출근할 때 교육실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휴대폰이 8시간이 지나도 그 자리 그대로 있는 것을 봤다. 간호사 선생님 중 한 분의 휴대폰이었는데 일하실 때 단 한 번을 만지지 않으신 것이다. 점심은 드셨는지 모르겠다. 전공의들은 24시간 당직을 서지만 업무 강도는 8시간 근무하시는 간호사 선생님들이 훨씬 높으시다. 고생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처방을 낼 때 간호사 선생님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자주 하려 한다. mix fluid 나 투약 횟수 등 크게 환자에게 중요한 것들이 아니라면 "선생님들 편하신 대로 낼게요."라고 말한다.


덧붙여 얘기하자면 중환자실 근무를 몇 년 이상 오래 하신 분들은 전공의 1,2년 차의 중환자실 새내기보다 훨씬 똑똑하시다. 공부도 많이 하시고, 경험도 많으시다. 환자 management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필요할 땐 의견을 제시해 주며 새로운 방안을 제시해주시기도 한다. 특히 약들을 어떤 수액을 얼마나 섞어 줘야 할지는 간호사 선생님들의 도움이 크다. 결정은 의사가 내리지만 결코 간호사 선생님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다.



6월 한 달 중환자실 근무, 큰 사건, 사고 없이 잘 지나가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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