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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전공의 Nov 09. 2022

5. 건강검진은 얼마나 자주 해야 할까?


며칠 전 한 50대 남성이 중환자실로 실려왔다. 환자는 직장암으로 인해 직장에 구멍이 났다. 직장과 복강으로 연결된 구멍으로 대변이 흘러들어 가 엉덩이 근육과 허벅지 근막까지 녹였다. 의학용어로는 Fournier's gangrene, 한국어로는 회음 괴저라고 한다. 이 질환은 항문과 회음부, 고환 근처의 근막을 타고 주변 조직들을 빠르게 괴사를 일으키는 세균성 감염 질환이다.(그림을 첨부하기엔 너무 징그럽지만, 구글에 영어로 검색해보면 적나라한 이미지들이 있다.) 괴사 한 조직을 절제하고, 항문과 골반, 허벅지까지 씻어내는 수술을 한 후 입원하였다. 감염의 정도가 너무 심해 패혈증 쇼크로 진행했고, 환자 의식은 없었다. 항생제 치료와 승압제, 인공호흡기를 유지하고 앞으로 몇 번의 재수술이 예상되었다.


안타까운 점은 '왜 이렇게 오랫동안 병이 진행되도록 놔두었을까?'라는 점이었다. 분명 항문 부위가 아픈지는 며칠 되었을 것이다. 하루, 이틀의 방치로 이렇게 엉덩이 전체와 허벅지까지 괴사 될 수는 없었다. 이 정도로 진행되기 이전에 환자는 항문 부위 통증, 열감, 발적 등의 증상이 없을 수가 없다. 며칠간 그런 증상들을 참고 계속 일상생활을 하며 식사를 했고, 지속적으로 변이 밀려들어가며 갈수록 감염, 괴사의 범위는 더 넓어졌을 것이다.


사실 아프기 이전에, 즉 직장에 구멍이 생기기 이전에 방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직장암의 경우 대장 내시경으로 초기에 검진이 가능하다. 초기에 진단된 대장 및 직장 폴립형(용종) 암의 경우 내시경으로 절제하면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다. 내시경적 절제로 간단히 치료할 수 있었던 환자는 직장 천공, 회음부 괴저, 괴사성 근막염, 패혈성 쇼크까지 진행되어 인공호흡기를 달게 된 것이다.


위 사례를 보면 정기적 건강 검진이 필요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사실 어떤 암이던 초기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점점 더 암세포가 자라 소화가 안되거나, 몸무게가 갑자기 빠지거나 다른 신체 증상이 생겨서야 뭔가 이상함을 깨닫는다. 보통 그런 경우에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대다수다. 증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어 검진을 받아야 한다.


흔히 알려진 검사 위주로 검진 주기를 알아보자.



대장 내시경



대장암의 발생률을 연령에 따라 알아보면 50세 이전에는 낮다가 50세 전후부터 급격하게 발생률이 증가한다. 대장암의 약 75%는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일반인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50세 이상의 일반인은 무증상이더라도 대장 내시경을 꼭 시행받는 것이 좋다.



- 대장 내시경 후 검사 결과 정상이고 특이 불편사항이나 가족력이 없다면 3-5년 주기로 검진

- 불편 증상, 과거력, 가족력 이 있다면 2-3년 주기, 없으면 4-5년 주기

- 용종 제거했을 경우 1-2년 뒤 재검사(제거한 용종이 선종이라면 1년 뒤 재검사)




위내시경



잦은 음주나 폭음 둘 다 위험 매일 술을 마시는 사람은 위암 발생 위험이 3.5배로 높다. 위암의 가족력은 전체 위암의 약 10% 정도에서 나타나며, 암 발생 위험도는 3 - 4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1994년 세계 보건기구에 의해 위암 발생에 있어 I급의 발암물질로 규정되어 있다.


무증상 정상인 40세부터 2년에 한 번씩 검진 권고.

만성 위축성 위염, 장상피 화생과 같은 위암 발생 고위험 군은 매년 검진 권고




복부초음파


복부 초음파는 흔히들 시행하지만, 몇 세 이상 몇 년 주기로 하라는 국가 가이드라인은 아직 제시되어있지 않다. 다만 기타 다른 검사들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되었을 때 추가적으로 권고된다.


상복부 초음파 검사가 필요한 경우  

     상복부 통증 혹은 지속적인 소화 불량   

     우측 혹은 좌측 갈비뼈 아래에서 간 혹은 비장이 크게 촉진될 때   

     간 기능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있을 때   

     혈액 검사에서 간암 수치나 췌장암 수치가 상승했을 때   

     간염, 간경변증, 지방간 환자들의 정기적인 추적 검사   

     양성 간 종양, 담낭 용종, 양성 췌장 종양 등의 정기적인 추적 검사   


지방간, 만성 간염, 간경변증, 간암, 혈관종, 낭종, 담관 확장, 담낭 결석, 담관 용종, 담도암, 췌장염, 췌장암 등의 진단 가능, 필요시 CT, MRI 추가 검사 시행.



유방촬영술



만 40세 이상 여자, 2년 간격으로 실시 

우리나라의 경우 서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40대 연령군에서 높은 유방암 발생을 보이고 있다.

30세 이상 여성의 경우 매월 자가검진

35~40세 미만 여성의 경우 2년에 1회 의사에 의한 유방 임상 진찰을 받도록 권고.

검사 시 통증이 동반된다.







유방초음파

유방초음파 검사는 유방촬영술에서 발견된 병변의 정밀검사로 이용되며, 유방촬영술에서 고밀도 유방인 경우 보조적인 검사로 이용된다.


증상이 없는 여성에서 유방암의 발견에 가장 예민한 검사법은 유방 촬영술이다. 하지만 동양 여성들은 치밀 유방이 대부분이어서 유방 촬영술로는 간혹 감별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보조적인 검사로 유방 초음파 검사를 시행한다. 




자궁경부암 검진

자궁경부암은 정상적인 세포가 어느 날 갑자기 암세포로 돌변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서서히 변화를 거쳐 암으로 진행된다.


정상 세포가 암의 전 단계인 '상피세포 내 신생물'이 되었다가 암세포로 발전하기까지는 수년에서 약 10년의 기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0대 이후 1년에 1회

40대 이후 1년에 2회 정기검진 권고


생리기간 중에는 가급적 피하시는 것이 좋고, 가능하면 생리 시작일부터 10∼20일 사이에 받는 것이 좋다. 자궁 경부 세포진 검사(Pap smear) 시행 후,  자궁경부암의 변화가 의심되면 질 확대경 검사를 통하여 어느 부위에 암의 변화가 있는지를 확인, 조직검사 시행.




국가 5대 암 검진 주기






아무런 증상이 없을 때는 검진을 받으러 가는 일이 상당히 어렵다. 검사를 위해 하루 따로 시간을 내어야 하고, 검사 전날에는 장청소도 해야 한다. 관장약을 먹고 한 시간에 여러 번 화장실을 들락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막연한 두려움도 한 몫한다. 괜히 검사했다가 안 좋은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계속해서 검진을 미루게 만든다.



하지만 학창 시절부터 알고 있듯,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 사실 매를 먼저 맞는 것이 낫다는 근거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빠른 검진의 근거는 명확하다. 앞에서 말했던 환자는 50대이다. 50대면 지금 자식들은 이제 20대 중반쯤 되었을까. 아직 가족들과 함께 보낼 경조사와 시간이 너무나 많이 남았다. 본인을 위한 건강 검진이기도 하지만, 가족을 위해서라도 다음 건강 검진은 언제 받아야 할지 날짜를 체크해 봄이 어떨까.



알아두면 좋은 병원 상식 시리즈는 환자와 의료진 사이의 communication quality를 높이기 위함입니다. 병원 사람들에겐 익숙하지만 병원 밖 사람들에게는 낯선 병원 상식을 연재합니다. 또 다른 궁금증이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
Reference

대한 위암학회 (kgca-i.or.kr)

대한 소화기암 연구학회 (gicancer.or.kr)

대한 유방검진의학회 (breast.or.kr)

cancer_file_04.pdf (kaim.or.kr)

:: 대한산부인과학회 :: (ksog.org)

대한 초음파의학회 (ultrasound.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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