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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외과의ㅛㅏ Nov 24. 2021

선생님이란 호칭에 담긴 의미는.

호칭에 대하여

입원하시는 환자분들의 주 나이 층은 50~60대 이상이다. 상급 종합 병원이다 보니 외과 병동에는 수술을 위한 암 환자분들이 대부분이다. 주로 암은 고령층에서 발생하다 보니 주치의를 하며 맞이하는 환자분들은 보통 부모님 나이대 이상이 많으시다.



환자분들이 전공의를 부르는 호칭은 대게 ‘선생님’이다. 간혹 당황스러운 호칭도 있긴 있다. 들어본 호칭 중에서 흠칫했던 것을 말해보자면, ‘총각, 학생’ 들도 있다. 이런 호칭들은 굳이 정정도 하지 않지만(오히려 어려 보인다는 것처럼 들려 웃기도 한다), 가끔 ‘교수님’이라는 소리를 들을 땐 손사래를 치며 전공의라고, 교수님을 따로 있다고 정정한다.



평소 호칭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오늘 만난 환자분 덕분에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할아버지 환자분이셨고, 배가 아프신 와중에도 매너가 있으심이 느껴졌다. 말투와 목소리에서도 기품이 있으셨고 정중함이 물씬 배어 나왔다.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환자가 의사에게 증상과 치료에 대한 질문은 당연하지만 물어보실 때마다 ‘한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라고 하셨다. 나이를 떠나 단지 전공의 1년 차에 보여주신 존중은 ‘과연 내가 이렇게 멋있게 나이 드신 할아버지께 그러한 호칭과 대우를 받아도 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끔 했다.



사실 병원에서는 간호사 선생님들을 포함하여 병원의 모든 직원분께 선생님이라고 칭한다. 너무 흔하게 부르고 불리다 보니 호칭 속에 들어 있는 존중과 그 의미를 잠시 잊었나 보다. 오늘 일을 통해 호칭에 걸맞은 도움을 환자에게 주고 있는지, 존중에 합당한 성실함과 전문성을 지녔는지 되돌아봤다.



 지금 불리는 이 호칭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며, 병원 안에서 상호 존중의 진료와 대화가 이뤄질 수 있길.


병동은 환자와 의료진이 가장 많은 대화를 하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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