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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isbumpy Feb 15. 2022

꿈을 꾸지 않는 남자

도대체 어떤 꿈이 좋은건데?

어젯밤, 오랜만에 꿈을 꾸었다.


딱 달라붙는 기능성 옷과 오토바이 헬멧을 쓴 채 어딘가를 향해 빠르게 달리고 있다. 파워레인저 중 한 명의 용사가 되어 할아버지 집으로 쳐들어온 사마귀 괴물을 물리치러 가는 길이다. 사마귀 괴물이 등장하기 전, 뱀 여섯 마리가 나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고, 돌을 던져 모조리 죽였다. 박진감이 넘치는 장면의 연속.

꿈은 늘 이런 식이다.


늘 꿈은 흥미진진하고, 가슴이 두근거리게 만들어준다. 때로는, 무섭기도 그리고 겁나기도 하지만, 괜찮다. 어차피 꿈이니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나는 다시 잠들어 꿈을 꿀 수 있었다. 마치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는데 주머니에서 동전이 계속 나오는 것 같은 기분이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이를 한 두 살 먹어간다. 어느덧 지금 스물여덟의 초봄에 서있다. 생각해보니 나에겐 꿈이 없었다. 꿈을 꿀 줄은 알지만, 꿈을 갖진 않았다. 누군가는 타인이 잠들어 꿈을 꾸는 시간에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그러나, 나에겐 이루고 싶은 꿈 따위는 없었다. 누군가 노력하고 달리고 있는 시간에 나는 오히려 달콤한 단잠을 자기로 한다. 아침잠은 늘 달콤하다. 낮잠은 부족한 간식처럼 늘 맛있다. 잠이 음식이었다면, 미슐랭 평가단과 같은 미식가로 불렸을지도 모르겠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왜 ‘돈을 많이 벌어서 부자가 될 거야! 혹은, 사람들에게 내 노래를 들려주고, 그를 인정받아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가수가 될 거야!라는 꿈이 내겐 없는가.

내게 세상은 그저 즐거움이 가득한 놀이동산과 같았다. 때로는 제일 재미있는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더위를 참아가며 줄을 기다려 끝내 탑승하고, 지루해 보이는 회전목마는 지나치기도 하며, 추로스와 슬러시를 맛있게 먹으며 페스티벌을 구경하는 것처럼 내게 세상은 즐거운 것투성이다. 더 넓은 놀이공원을 경험하고, 다양한 놀이 기고과 다채로운 문화를 경험하며, 정보와 지식의 그릇이 넓어지고, 생각의 깊이는 더욱 깊어진다.


그렇다고, 물려받은 재산이 있거나, 집에 돈이 많냐고? 

아니, 누구나 다 그랬으면 좋겠지만, 아니다. 

그렇다고 아쉽지도 않아, 없을 수도 있지.


근데, 작년부터 이제 그 놀이동산이 지겨워졌다. 특별하게 즐기고 싶은 놀이기구는 더 이상 없었고, 음식도 다 먹어본 맛이며, 예전만큼 즐거움을 찾지 못했다. 그렇게 무료한 삶의 연속이 반복된다. 반복에 반복, 무료함에 무료함, 노잼에 노잼, 지루함에 지루함의 연속이 반복되고, 끝내 이런 생각에 도달한다.


“…그럼 그냥, 내가 한 번 즐거운 놀이기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명확한 계획도 목표도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놀이기구를 만들어보는 거다. 어떤 기구가 탄생할지 아무도 모르지만, 방방곡곡 소문난 재미있는 놀이기구로 입소문이나 전국에서 그리고 세계에서 내 놀이기구를 즐기러 사람들이 찾아올지도 모르잖아. 아무것도 없는 평지에 다양한 놀이기구가 생긴 것은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출발한 경우도 있을지 몰라.


누군가 우리에게 구체적인 꿈을 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계획하고,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지 찾아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좋은 이야기지만, 접근 방식이 잘못됐다. 사람에게 꿈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인생을 쏟아 붓는 것이 아니라, 그 꿈이라는 것을 구체화하기 전에 다양한 놀이기구도 타보고, 허무맹랑한 꿈도 꿔보고 다채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 좋다. 그러다 보면 꾸고 싶은 꿈이 아닌, 이루고 싶은 꿈이 생길 것이고, 그때 모든 걸 쏟아부어봐도 좋다고 이야기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꿈이 안 생기면 뭐 어떠한가, 아직 찾는 중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세계가 누구보다 넓다는 의미이며, 그 사람이 못 가본 놀이동산이 아직 많다는 의미이지 않을까? 때로는 타인의 템포에 비해 자신이 느린 것 같아 셈나고, 답답하고 스스로가 못나 보이는 열등감에 빠질지라도 이 또한 열심히 놀이동산을 탐색하고 있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런 삶을 잘 살고 있는 인생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꾸고 싶은 꿈과 이루고 싶은 꿈 중,

"당신은 지금 어떤 꿈을 곁에 두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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