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feisbumpy Mar 31. 2022

결혼이요? 서른한 살쯤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지극히 개인적이고 추상적인 결혼에 대하여

며칠 전, 지인과 대화를 나누던 중 "균삼씨는 언제 결혼하고 싶으신가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에 대한 답변으로, "31에서 33살 사이에 하고 싶어요!"라는 얼토당토않은  답변을 했다. 그냥, 왠지 그 나이가 적당한 나이처럼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명확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그 나이라면 무언가 삶에 대한 경험도 경제적인 능력도 사회적인 지위도 충분하 갖출 수 있을 것 같다는 추상적인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런 나이와 시기는 절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만한 추측을 남발한 것이다. 지금부터 몇 년 안 남은 그 시기가 되면, 지금과 똑같을지도 혹은 지금보다 더 구릴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막연한 이야기를 남발했다. "결혼은 도대체 어떤 시기에 하는 것이 적당한 걸까? 적당한 나이라는 게 있는 걸까?"


최근 친구가 결혼 소식을 전하려 식사를 대접하며 청첩장을 건네주었다. 그 이후 나는 생각의 바다에 뛰어들었다. 풍덩. 주변 지인들의 결혼 소식이 종종 들려오기는 했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오던 친구의 결혼 소식은 색다른 감정을 불러와 나를 깊은 바다로 던지기에 충분했다.


"... 나도 이제 결혼이라는 것을 생각해야 하는 나이가 된 건가? 아니, 너무 빠르지 않나?..."  


사실, 정답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고, 평생 모를 것이다. 아마 그렇겠지.



지인과의 대화를 통해 그리고 친구의 결혼 소식을 통해 사랑과 우정 그리고 연애와 결혼에 대해 생각해본다.


 어떤 이와 사랑을 해, 연애를 시작하고, 연애가 지속됨에 따라 사랑과 우정이라는 오묘한 감정이 쌓여 편안함이 되고, 편안함은 그들만의 특별함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연애는 헤어짐 또는 결혼이라는 골인지점으로 달려간다. 헤어짐과 결혼은 분명, 새로운 시작과 성장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우리는 이 과정을 통해 한 단계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거나 새로운 사람 또는 현상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나는 요즘 일찍 결혼이라는 게 하고 싶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서로의 에피소드를 기억해주며 하하호호 웃고 싶은 사람을 가능하다면 빨리 만나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이지만, 그런 사람 있다면, 그 사람의 시간을 조금 더 빨리 붙잡고 싶다고 해야 하나? 혼자라면 어렵고 힘든 일도 둘이라면 충분히 해쳐나갈 수 있으니 말이다. 그 어떤 어려움이 찾아와도 서로를 응원해주고, 서로의 과거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지쳐 쓰러질지라도 금방 몸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매일 서로 각자가 겪은 이야기를 나누고, 힘든 날은 아픔을 덜어주고, 기쁜 날은 행복을 배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하나 서로의 에피소드를 쌓아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만 하면, 가슴이 요란을 떤다. 아마, 결혼이라는 게 이런 과정이 아닐까? 


과거의 나는 결혼이란, 자유를 억압 그리고 속박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릴 적부터 봐 온 주변 사람들이 결혼생활에 대해 말하는 것과 미디어에서 비치는 결혼은 사람의 숨통을 조이기에 충분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분명 이는 누가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과정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것처럼.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은 지금이다. 그런 풍요로움이 없기에 누군가를 만나기에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는 나아갈 일만 있을 테니, 천천히 그리고 함께 탑을 쌓아 올리는 것이다. 그렇게 쌓아 올린 탑은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을 테니, 서로의 땀과 그에 대한 애정을 알기 때문에 나의 것이 그의 것이고, 그의 것이 나의 것처럼 소중하게 여겨지지 않을까? 예전엔 이런 생각은 꿈도 못 꿨는데, 점점 나이를 먹어가나 보다. 누군가가 보기에 이 과정은 "너무 낭만적이지 않느냐, 아름다운 이야기 아니냐"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 생각엔 초석부터 함께 다져 나아가는 것이 가장 현실적으로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힘들 때 일수록 그 진면모가 나온다고 하니 말이다.



처음부터 모든 게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훗날,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천천히 성숙하게 익어가는 열매 같은 결실을 맺기를 바래본다.



"뭐, 일단 그런 사람부터 되어야 하겠지만."









작가의 이전글 MZ세대는 취미도 꿈도 조기교육 받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